미국의 인지과학자이자 철학자 제리 포더의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알마, 2013)가 출간됐다.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결정적 반론'이 부제. 원서의 부제는 '계산주의 마음이론의 범위와 한계'다.  

 

 

'이주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책이지만, 단 포더의 책으로 처음 소개된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 전에 <표상>(민음사, 1991)이란 책이 출간됐었기 때문이다. '인지과학의 기초에 관한 연구'가 부제. 기억에 인지과학의 특정한 입장을 대표하던 학자인데(그걸 '표상주의'라고 부르는지?),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의 소개를 보니 인지과학의 주류적 입장(계산주의)에 사뭇 비판적이다.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매우 논쟁적인 태도로 기존 인지과학의 패러다임을 비판한다. 즉 1960년대 앨런 튜링의 제안 이래 인지과학 연구를 자극해온 ‘심적 과정은 곧 계산’이라는 관점에 대해 철학적·개념적·논리적으로 성찰한다. 저자는 이른바 계산주의 마음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인간 인지가 통사론적으로 작동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마음은 어떤 제한된 요소와 이를 관장하는 유한한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국소적 통사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현상이 주어졌을 때, 그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순한 가설을 전체적 맥락에 의존하여 이끌어내는 식으로 인지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귀추 추론은 인지의 전국성全局性과 맥락 민감성을 명백히 드러내기 때문에, 계산주의가 내세우는 국소적 계산 기계인 ‘모듈’과 근본적으로 부딪힌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제목에서 '그렇게'가 뜻하는 것이 바로 계산주의적 관점이고, 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책이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동녘사이언스, 2007)이다. 이쯤 되면 포더와 핑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을 법도 한데, 그것까지 찾아보지는 않았다(포더는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할 뿐, 아직 '마음은 이렇게 작동한다'고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현재의 인지과학이 갖는 한계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하튼 두 권의 책을 같이 읽으면 인지과학의 핵심 논점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겠다. 두 권 다 김한영 씨의 번역이어서 믿음을 준다.

 

 

얼마전에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인지과학 입문서라고 할 만한 책 몇 권 정도는 챙겨두어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정신분석 vs 인지과학'이란 구도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이 또한 지젝의 대결구도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책 정리가 되어야 책들을 좀 볼 수 있을 텐데... 

 

13. 07.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