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섭외를 받고 지난달에 촬영한 게 오늘 올라왔다(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intlct_no=93). 촬영한 곳은 책의 일부를 보관중인 등촌동의 서재로 지인의 공간이다.

 

 

이런저런 질문에 답하고 추천도서 50권과 함께 '내 인생의 책' 5권도 요청에 따라 꼽아보았다. 실제로 읽은 판본은 다르지만, 각각에 대한 설명을 '기념삼아' 옮겨놓는다.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저는 이 책을 중학교 2학년 때쯤 읽은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주인공 하고 자기동일시를 한 첫 책 같습니다. 그 이전에 읽은 책들은 주로 전기류가 많았는데요. <강감찬 장군>, <을지문덕 장군> 이런 책도 있었고 세계위인전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는 어렵잖아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신학교를 준비하는, 공부를 잘하고 집안에서나 학교에서나 굉장히 기대를 모으는 학생이었어요. 어렵게 시험에 합격하지만 신학교에 가서는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은 자퇴하고 내려와서, 결말에는 자살 비슷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주인공의 처지가 저와 좀 비슷했는데요. 그래서 인상에 남고, 제 자신의 이야기로 읽었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중학교 때, 10대 시절의 책을 꼽는다고 하면 아마 <수레바퀴 아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두 번째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는 작품인데요.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고, 제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로쟈’라는 제 필명이 주인공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리니코프란의 애칭, 즉 로지온의 애칭이 ‘로쟈’이기 때문에 저의 운명과 떼 놓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대학생 독자라면 동일시 하기 쉬운 인물인데요. 가난한 법대생,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휴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그가 자기 자신이 평범한 인간인지, 비범한 인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는 이야기로 전개가 되죠.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읽었을 때 역시나 가장 동일시 하기 쉬웠던 인물이고, 그런 인물의 영혼 갱생 과정까지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국내에서도 많이 읽히는 책인데요. 국내에는 두 가지 판본이 있는데 1976년에 나온 1판을 번역한 책이 국내에 나왔었고, 저는 처음에 그 책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짜 준 것 중 하나가 다윈주의, 다윈의 진화론입니다. 그 진화론에 관한 가장 유익하고 쉬운 설명서가 <이기적 유전자>라고 생각을 해요.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자인 도킨스나 이 책 자체가 저에게 의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진화생물학이라는 것, 그 이후에 진화심리학 책도 전 즐겨 읽는 편인데요,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을 부추겨주는 책으로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형이상학입문

 

마르틴 하이데거, <형이상학 입문>

철학 책 중에서도 한 권 골랐는데요, 마르틴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입문>입니다. 제가 대학원 시절에 읽었던 책인데요. 잠시 휴학하고 집에 내려가서 쉬고 있던 시절인데 그때 출간됐던 책입니다. 그 이전에 하이데거란 철학자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그의 책들을 탐독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이 저에게 굉장히 강한 충격을 줬습니다. 첫 장에서 하이데거가 던진 질문이 있어요. ‘왜 무엇인가가 없지 않고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있음’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저는 그런 질문을 다루는 게 형이상학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관심 혹은 형이상학적인 물음의 기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 저자의 문제의식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인생의 책이라고 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바슬라프 니친스키, <영혼의 절규>

러시아 저자의 책을 한 권 더 골랐는데요, 바슬라프 니진스키의 <일기>입니다. 국내 번역본은 <영혼의 절규>라고 나와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의 판본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한국어판이 가장 화려합니다. 가장 만듦새가 좋아서 얼마 전 도서전에서 아름다운 책으로 추천하기도 한 책입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노가 말년에 정신요양원에서 생을 마치게 되는데 그가 미쳐가는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는 책입니다. 앞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구도 니진스키의 <일기>에 나온 구절을 말씀드렸는데요. 책 어느 페이지를 넘겨 봐도 무언가 강한 인상 혹은 감동을 전해 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제 인생의 책으로 골랐는데요. 처음 읽은 것은 번듯한 장정본이 아닌 초판 번역본이었는데 지방에 있는 시립도서관에서 처음 책이 눈에 띄어서 읽었습니다. 그 책이 대출도서였고 그 이후 따로 구할 수가 없어서 도서관 책을 구해 복사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그렇게 정성을 쏟아 부은 책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 인생의 책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3.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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