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은 앤서니 보개트의 <무성애를 말하다>(레디셋고, 2013)이다. '모성애'가 아니라 '무성애'(asexuality)다.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그리고 무성애.
일단 주제부터가 눈길을 끄는데, 역자 임옥희 교수에 따르면 무성애가 특정한 성 범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부터라고 한다. 데이비드 제이란 인물이 선구적인 역할을 했는데, '무성애'를 검색하면 아메바밖에 안 나오던 시절에 무성애 웹 사이트를 만들고 무성애 교육 네트워크인 '에이븐'을 창시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무성애를 말하다>의 저자 앤서니 보개트는 무성애를 포괄적으로 연구한 캐나다의 성 과학자로 무성애 연구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소개는 이렇다.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무성애 연구의 ‘아버지’ 앤서니 보개트가 현대 사회에 등장한 또 다른 성애인 무성애를 고찰한 책이다. 세계 최초로 현대 무성애를 다룬 이 책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야 수면 위로 떠오른 무성애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또, 실제 무성애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이를 통해 무성애를 쉽게 설명해 준다.(...)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무성애의 정의부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무성애를 말하다>는 무성애에 관한 탁월한 입문서이자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에서 성애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뭔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양서라면 거기에 딱 맞는 책. '무성애자'가 궁금한 분은 지금 바로 검색해 보면 된다. 위키피디아에는 이런 정보도 들어 있다.
영국에서 1만 8000명을 조사한 결과, 약 1%인 180명 정도가 무성애자로 판명되었고,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 세계 인구의 1%인 7,000만명이 무성애자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또한, 백인과 대비 되는 유색 인종들이 무성애자일 가능성이 높고,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무성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무성애를 물론 진화적 본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본성의 오작동이거나 문화적 적응으로 보는 게 진화심리학적 입장일 것이다. 이런 쪽으로도 앞으로 관련서가 더 나오면 좋겠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무성애를 말하다>에 참고문헌과 색인이 다 빠져 있다는 점이다. 원서에도 빠져 있을 리는 없을 테니 번역본에서만 누락된 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분야를 처음 소개하는 책일수록 그런 정보가 요긴한데, 아쉽다...
13. 0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