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강의 일정이 빼곡해서 평일에도 따로 고를 만한 여유가 없었다. 한여름 무더위에 함께 읽을 만한 책이 어떤 게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일단은 시작해보기로 한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현대문학, 2013)이다. 지난 봄에 나온 소설인데(나는 미처 나온 줄도 몰랐다), "이윤과 효율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서 진화에 대한 맹목과 공생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리얼하고도 불편한 보고서"라고 한다. 여름에 나온 소설도 고르자면 정이현의 장편 <안녕, 내 모든 것>(창비, 2013)도 눈에 띈다. "김일성이 죽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90년대 중반 강남 반포에서 함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세 친구들의 이야기". '내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작각의 애착과 열정을 말해주는 듯하다. 거기에 본격 여름나기 소설을 더 얹자면 정유정의 <28>(은행나무, 2013). 나는 <7년의 밤>(은행나무, 2011)을 구입하고서도 (어디에 둔지 몰라) 못 읽어봤기 때문에 <28>은 내가 만나는 작가의 첫 소설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가 책장을 넘기고 있을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 2013)도 이 여름의 책이다(서평을 쓰기 위해 나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려나 내일까지는 완독할 참이다). 세계문학전집 쪽으로는 최근에 나온 <미친 사랑>(시공사, 2013)에 이어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창비, 2013)가 출간됐다. 창비식 표기로는 '타니자끼 준이찌로오'가 "70세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56세의 남편과 45세의 아내 사이의 적나라한 섹스를 그려 당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작품". 이열치열의 독서가 될 듯하다. 러시아문학 작품으로는 불가코프(불가꼬프)의 <개의 심장>(열린책들, 2013)이 재출간됐다. '개인간'을 다룬 1925년작으로 러시아에서는 영화로도 유명한 대표적 풍자문학.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윤명철의 <고구려, 역사에서 미래로>(참글세상, 2013)다. 고구려사 가이드에 해당하는 책인데, "‘현장답사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자가 고구려의 주몽에서 광개토대왕, 장수왕, 그리고 멸망에 이르기까지 번성하고 화려했던 고구려를 재조명하고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찾아보니, 어린이용과 소설로는 책이 좀 나와 있지만 성인을 위한 교양서는 드문 듯싶다.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웅진지식하우스, 2004)이 기본서일까.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한 책으로는 전호태의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여행>(푸른역사, 2012)를 길잡이 삼아볼 수 있다.

 

 

눈길을 밖으로 돌려보면, 굳이 여름에 읽으란 법은 없지만 프랑스혁명사를 여름에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마침 책들이 나와서 든 생각이긴 하지만. 주명철 교수의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소나무, 2013) 외에도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1,2>(민음사, 2013)가 최근에 나왔다. 견물생심이라고 나오면 또 읽고 싶어지는 게 독자의 심리다. 아니, 생리?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소나무, 2013). "본래 인문학이라는 개념은 서구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저자는 서구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주로 노장사상과 같은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인문학에 접근한다." 기억에 저자의 전공이 장자였다. 이와 유사한 인문적 성찰을 제시하고 있는 책으론 이번주 나온 두 미국철학 교수의 <모든 것이 빛난다>(사월의책, 2013)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피노자 가이드북으로 나온 이수영의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오월의봄, 2013)도 더 얹는다.

 

 

시리즈북도 고르자면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우울할 땐 니체><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비참할 땐 스피노자>도 손에 들 만하다. 세 권 다 손에 들어야 한다면 정말로 비참할 듯싶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의 <인종차별의 역사>(예지, 2013)다. "들라캉파뉴는 인종차별은 항상 존재해왔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인종차별의 담론과 행동의 기원은 고대그리스이며, 그 이후 사이비 과학 등에 의해 정당화된 정신착란으로 진화하였고, ‘우월적 인종’을 믿는 조악한 인종 우생학의 선구자들에 의해 깊어졌다는 것이다." 한국판으로 하면 '지역차별의 역사'가 될까? 책이 나왔을 때 토머스 고셋의 <미국 인종차별사>(나남, 2010)와 장 메이메의 <흑인노예와 노예상인>(시공사, 1998)도 찾아보고 후자는 구입해두었다. 여유가 생기면 <미국 인종차별사>도 챙겨놓아야겠다.

 

 

학술서 쪽으로는 안재흥의 <복지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형성과 재편>(후마니타스, 2013), 조돈문의 <베네수엘라의 실험>(후마니타스, 2013), 그리고 신광영의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후마니타스, 2013) 등이 근간에 나온 책들이다.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선 참고해봐도 좋겠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다니엘 샤피로와 로저 피셔의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한국경제신문, 2013)다. "이 책은 우리가 감정의 동물임을 주지시킨다. 그래서 현명한 협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활용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가 나와 의견이 다르다면 ‘인정, 친밀감, 자율성, 지위, 역할’의 다섯 가지 핵심관심을 제대로 파악해서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이 생기기 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협상을 주제로 한 책은 생소한데, 찾아보니 최철규, 김한솔의 <협상은 감정이다>(쌤앤파커스, 2013)와 게리 네스너의 <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라이프맵, 2012) 등이 같은 분야의 책이다. 감정을 활용해야 한다는 충고가 눈길을 끈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우용태의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추수밭, 2013)다. 일종의 조류도감. 하지만 "단순히 새에 대한 생물학적, 생태학적 정보만을 담은 조류도감이 아니다. 새에 관한 속담, 전설, 시조, 노래가사 등 새와 관계가 있는 많은 인문학적 자료가 녹아있는 책이다." '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가 부제. 새 관련서는 어떤 게 더 있는지 찾아보니 <한국의 도요물떼새>(자연과생태, 2013), <멸종위기의 새>(자연과생태, 2012) 등이 눈에 띈다. 나도 책을 두어 권 갖고 있는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김진희의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봄, 2013)이다. "이 책은 놀랍게도 결혼한 여자들이라면, 아니 어쩔 수 없이 외부 경쟁사회의 섭리와는 다르게 삶을 꾸리고 있는 자라면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할 그림과 글로 채워져 있다"는 게 추천의 이유다. 최상운의 <인상파 그림여행>(소울메이트, 2013), 사토 고조의 <모나리자는 왜 루브르에 있는가>(미래의창, 2013) 등도 최근에 나온 그림 책이기에 모아놓는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윤태옥의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미디어윌, 2013)다. '속옷'이 아니라 '집'에 대한 책. "이 책은 ‘왕초’란 별명을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윤태옥의 ‘중국 민가기행’이다. 제목은 중국 죽림칠현(竹林七賢)의 고사에서 가져왔는데, 그에 따르면 천지가 ‘옷’이고 집은 ‘속옷’이다. 주거 공간을 통칭하여 집이라고 부르지만 그 모양새는 각양각색이다. 드넓은 대륙, 중국의 집이라고 하면 더 말해 무엇하랴. 저자는 중국 전역 22,000km를 종횡하며 중국인들이 살아온 집을 훑어보았다." 중국 여행길에 나서는 독자라면 저자의 <중국 식객>(매일경제신문사, 2012), 홍은택의 <중국 만리장정>(문학동네, 2013)을 나란히 챙길 만하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고른 책은 김양중의 <하루가 건강하면 평생이 건강하다>(책읽는수요일, 2013)다. "직장인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과 기초적인 건강지식 및 정보를 소개한다. 핵심은 일상생활 속의 건강 습관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습관만으로 30~40대 직장인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의료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건강 관련 번역들과 함께 <건강기사 제대로 읽는 법>(한겨레출판, 2009)도 펴낸 바 있다. 건강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나이인지라 좀 솔깃하게 들리는 책이다.

 

 

10. 아키라

 

나대로 고른 이달의 주제는 '아키라'다.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세미콜론, 2013)가 통째로 나왔다. '전설적인 만화'라는 얘기는 만화를 즐겨보지 않는 나도 심심찮게 전해들었는데, 번듯하게 출간되니 읽어볼 욕심이 난다. 하물며 열혈 독자들의 소감은 오죽하랴. "스무 살 때 받은 충격의 여진이 아직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만화."(윤태호) "페이지마다 칸마다 투여된 작가의 엄청난 노동량이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박찬욱) "AKIRA는 최고의 교과서이면서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산같은 만화다."(최규석)

 

 

미야자키 하야오나 데즈카 오사무만큼 입에 익지는 않지만 오토모 가츠히로와 함께 일본 만화의 높이가 어떤 것인지 경험해봐도 좋겠다...

 

13. 07. 06.

 

 

P.S. 7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나남, 2003)로 골랐다. 푸코의 책 가운데서는 가장 평이하다고 알려져 입문서로 많이 추천되는 책이다. 최근에 나온 오생근 교수의 <미셸 푸코와 현대성>(나남, 2013)을 손에 들다 보니 저자가 옮긴 <감시와 처벌>이 떠올랐고, 얼마전 영미 정보기관(국가안보국)의 전방위 도감청과 불법 정보수집이 폭로된 일도 '감시'란 키워드가 여전히 현재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감시와 처벌>은 물론 철학적, 역사적 성찰을 담은 책이고, 감시사회란 주제와 관련해서는 좀더 현실에 밀착된 책들까지 참고해볼 수 있겠다. 로빈 터지의 <감시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도구인가?>(이후, 2013), 한홍구 등의 <감시사회>(철수와영희, 2012), 아르망 마들라르의 <감시의 시대>(알마, 2012)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관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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