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먼저 <감정 자본주의>(돌베개, 2010)로 화제를 모았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 그의 신작 <사랑은 왜 아픈가>(돌베개, 2013)가 출간됐다. <오프란 윈프리, 위대한 인생>(스마트비즈니스, 2006)까지 포함하면 세번째 책이다.

 

 

사랑을 다룬 책은 차고 넘치니 특별할 게 없지만, 흥미를 끄는 건 '사랑의 사회학'이라는 점(기든스나 루만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저자는 자신의 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이 품은 커다란 야심은 마르크스가 상품을 가지고 벌인 일을 감정에, 적어도 낭만적 사랑의 감정에 적용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만만찮은 야심작임을 알 수 있다. 아래는 국내에 번역된 세 권의 영어본이다.

 

 

<사랑은 왜 아픈가>는 독어본의 번역이지만, <자본론>에 값할 만한 <사랑론>이라면 영어본도 구해보고 싶다.

 

 

 

두번째 저자는 토마스 프랭크. 문제작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갈라파고스, 2012)로 처음 소개된 저자다. 이번에 나온 건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어마마마, 2013)인데, 부제는 '왜 보수가 남는 장사인가?'. 원저는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와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사이에 나왔었다. 출간연도로 배열하면 <가난한 사람들>, <우파의 탄생>, <실패한 우파> 순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공공의 정치가 사적인 비즈니스로 변질되면 그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사적인 비즈니스가 어떤 방식으로 공공의 정치로 둔갑하여 국민을 속이는지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간파한 우파 비즈니스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감세, 규제 철폐, 민영화’라는 3대 슬로건, “갈 곳 없는 다리‘로 명명된, 국가 예산의 무용한 낭비를 초래하는 토목 프로젝트, ’뉴라이트’란 이름의 우파 조직, ‘좌파의 재원을 고갈시키자’라는 선동 구호, 그 조직에 반대해온 인사를 조직의 수장으로 앉히는 ‘부적격 인사’ 그리고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을 주 무기로 하여 진보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공화당학생회’란 단체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온 대한민국 우파의 전략과 놀랍게도 그대로 일치한다.

 

정치 저널리스트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끝으로 국내에는 <침묵의 세계>로 알려진 스위스의 의사이자 저술가 막스 피카르트(1888-1965). 그의 <인간과 말>(봄날의책, 2013)이 번역돼 나왔다. 절판된 <사람의 얼굴>(책세상, 1994)까지 포함하면 네번째 책인 듯하다. <침묵의 세계> 독자들에겐 반가운 선물. 고요하고 명징한 성찰과 만날 수 있다. 배수아 작가의 번역. 책소개는 이렇다.

막스 피카르트의 전작 <침묵의 세계>는 시인 고형렬, 김사인, 김선우, 김중일, 나희덕, 문인수, 박용하, 오선홍, 이재무, 장석주, 조용미, 조은, 최승자, 황인숙, 소설가 신경숙, 윤대녕, 정지아, 건축가 승효상 등이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한다. <인간과 말> 역시, 피카르트의 깊은 시선은 여일한데, 그보다 더 넓은 대상을 종횡으로 다루었다는 장점이 있다.

골라놓고 보니 저자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일독의 즐거움을 누려보아도 좋겠다...

 

13.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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