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지난주에 이어서 국내 저자들로만 골랐다. 분야는 제각각이다. 먼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속도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평전을 내놓고 있는 김삼웅 선생. 이번에 나온 책은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현암사, 2013)이다. '뜨겁게 점진한 위대한 얼, 도산 안창호의 혁명적 생애'가 부제.
<민주주의자 김근태 평전>(현암사, 2012), <저항인 함석헌 평전>(현암사, 2013)을 잇고 있는 평전인데, 초점은 '신사'가 아닌 '투사' 안창호이다. "‘무실역행’ 사상과 ‘점진’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안창호의 실력양성론 탓에 안창호는 점잖은 신사 이미지로만 굳어진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안창호가 펼친 독립운동 업적을 올바로 살펴보고 평가했을 때,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결론이다. 도산은 누구보다 두려움 없는 무장독립 운동가였기 때문이다."라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도산에 대한 재평가라고 할까.
도산에 대한 평전으로는 이태복, <도산 안창호 평전>(흰두루, 2012; 동녘, 2006), 안병욱 등의 <안창호 평전>(청포도, 2005) 등 몇권 더 나와 있다. 그리고 올해가 흥사단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이를 기념하여 이광수의 인물소설 <도산 안창호>(세시, 2013)도 새로 출간됐다.
두번째는 '소문난 자전거 라이더(rider)이자 자전거 라이터(writer)', 홍은택.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전력보다도 이제도 '자전거'가 더 앞선 키워드가 됐다. 그의 중국 자전거 여행기 <중국 만리장정>(문학동네, 2013)이 출간됐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한겨레출판, 2006)과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한겨레출판, 2007)를 염두에 두면 오히려 늦게 나온 듯한 감도 있는데, 중국의 덩치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사람의 눈높이와 가장 비슷한 자전거 안장에 앉아 겪고 바라본 중국의 어제와 오늘, 도시와 농촌, 라오바이싱(老百姓)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자전거 애호가라면 누구나 꿈꿀만한 중국 자전거 여행에 대한 안내서이자, 이 광활한 대륙을 학습하는 초심자들을 위한 훌륭한 중국 입문서".
이번주에는 '다큐PD 왕초' 윤태옥의 중국 여행기도 나왔는데, 놀랍게도 저자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7년 넘게 매년 평균 6개월 정도 중국 곳곳을 여행하고 있다" 한다. 그리고 "여행의 기록을 자신의 블로그에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다듬어서 다큐멘터리나 연재물 또는 단행본으로 내기도 한다." 이번에 나온 건 중국 '민가기행'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미디어윌, 2013)로 '음식기행' <중국 식객>(매일경제신문사, 2012), '역사기행' <개혁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역사의아침, 2012)에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 여행자라면 일독해볼 만하다.
세번째 저자는 심보선 시인. 그러나 시집이 아니라 예술론이다. <그을린 예술>(민음사, 2013). 단독 저작으론 <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사, 2008), <눈앞에 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1), 두 권의 시집에 이어지는 세번째 책이다. "거리에 응집했다 사라지는 예술, 공동체 속의 예술, 평범한 노인의 시, 철거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타들어 가고 부스러지는 우리의 삶 안에 생생하게 존재하는 ‘그을린 예술’에 대한 사유와 증언"을 담고 있다. '그을린 예술'은 짐작에 '용산 이후의 예술'에 대한 은유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 제목은 드니 빌뇌브의 <그을린 사랑>(2010)이란 영화도 떠올려준다...
13. 0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