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은 김학준의 <혁명가들>(문학과지성사, 2013)의 부제다. 더 정확하게는 앞에 '마르크스에서 시진핑까지'가 더 붙어 있다. '덩샤오핑 이후 현대중국정치의 견인차들'이란 장에서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리커창을 다루고 있어서 '마르크스에서 시진핑까지'란 말도 붙은 듯한데, 중국 공산당의 네 실력자가 모두 생존해 있으니 '세계공산주의자의 삶과 죽음'이란 부제에는 맞지 않는다. 특히나 공산주의자들이 맞았던 죽음의 특이성에 주목하고자("그들은 대체로 암살됐거나 처형됐고 옥사했거나 의문 속에 변사했다") 한 저자의 의도에 비추어서도 그렇다.


<혁명가들>은 저자가 전작인 <붉은 영웅들의 삶과 이상: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자들의 발자취>(동아일보사, 1997)와 <동아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이상>(동아일보사, 1998)을 한데 묶으면서 부분적으로 개정, 보완한 것이다. 서구와 동아시아의 공산주의자들 인명사전이라고 할까. 유럽 좌파의 역사를 다룬 제프 일리의 <더 레프트 1848-2000>(뿌리와이파리, 2008)와 같이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여러 직함을 갖고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김학준 교수는 러시아 정치 전공자이자 <러시아혁명사>(문학과지성사, 개정판1999)의 저자다. 1990년대 초반 학부시절 이인호 교수의 러시아 지성사 연구서들과 함께 러시아사에 관한 기본 문헌이었다. 어즈버 20년도 더 됐나 보다.

공산주의와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저자는 기본적으로 반공주의자이다. 책의 집필과 편찬 의도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저자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폭력적 사회주의, 곧 볼셰비즘이 성장하거나 심지어 집권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오늘날의 북한 현실을 보면 '폭력적 사회주의'가 얼마나 인간을 파괴하고 나라를 황폐하게 하며 국제평화를 위협하는가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그러한 뜻에서, 저자는 이 책을 수정, 보완해 펴내고자 하는 것이다.(15쪽)
특이한 것은 그럼에도 향후 유럽의 민주사회주의 운동가들에 관한 책과 제3세계 공산주의자와 사회민주주의자들에 관한 책을 펴내고자 한다는 점이다. '세계마르크스주의혁명가 열전' 집필이 대학생부터의 꿈이었다고.
공산주의, 혹은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아무런 기대나 환상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많은 시간을 그 연구와 집필에 바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드문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세계공산주의자 인명사전으로는 더없이 유익하기에(이만한 규모의 책을 쓸 저자도 국내에는 드물 듯하고) '세계마르크스주의혁명가 열전'이 완간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13. 0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