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책 2013>(부키, 2013)이 출간됐다. 재작년부터 해마다 '지난해 우리가 놓친 명저들'을 다시 건져낸다는 취지로 책이 나오고 있는데('명저'란 말이 좀 과하긴 하다. '좋은 책' 정도라고 새기는 게 맞겠다), 첫 권은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될 아까운 책>(부키, 2011)이었고, 작년에 <아까운 책 2012>(부키, 2012), 그리고 올해는 <아까운 책 2013>이다. 이젠 '시리즈'의 모양새가 좀 갖춰진 셈이다.

 

 

올해는 탐서가 47인과 편집자 42인이 작년에 나온 책들 가운데 놓치기 아까운 책을 꼽아 재조명했다. 개인적으로는 3년간 원고 청탁을 받아놓고서(응낙하고서) 세 차례 모두 기한을 못 지킨(요컨대 펑크를 낸) 까닭에 '내가 놓친 원고들'도 떠올리게 한다. 기억엔 아래의 책들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해놓고 여러 가지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여러 가지 이유를 한 마디로 줄이면 예상보다 견적이 많이 나와서다). 내년에도 기회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필히 적당한 규모의 책을 골라야겠다고 미리 마음 먹는다.

 

 

그건 그렇고 <아까운 책> 시리즈의 용도는 무엇인가. 당연히 '패자부활전'이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그냥 잊어먹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책들을 다시 손에 들거나 최소한 책장에 꽂아놓는 것.

 

 

 

목록을 일람하다가 구입한 책이 전리군의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1949-2009>(한울, 2012)다. 전리군 혹은 첸리췬의 책은 작년에 <내 정신의 자서전>(글항아리, 2012)와 <망각을 거부하라>(그린비, 2012)까지 출간된 건 알았는데(그래서 구했는데),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는 모르고 지나쳤던 책이다. 중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 때문에 부랴부랴 거금을 주고 구입해놓았다.

 

 

 

이 책을 추천한 장석준 진보신당 부대표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모리스 마이스너의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이산, 2004)와 쉬지린의 <왜 다시 계몽이 필요한가>(글항아리, 2013)를 꼽았는데, 완독하진 않았지만 읽던 책들이어서 반갑다. 나름 '컬렉션'을 갖춘 셈이니까.

 

 

 

<아까운 책 2013>에는 '편집자가 뽑은 우리 출판사 아까운 책'도 말미에 실렸는데, 동양서 가운데는 사토 잇사이의 <언지록>(알렙, 2012)도 눈에 띈다. 일본의 대유학자 사토 잇사이의 문구 1133조항을 묶은 책. 최근에 <불혹의 문장들>(알렙, 2013)이라고 초역본이 나왔다(사실 <언지록>이란 타이틀보다는 <불혹의 문장들>이 훨씬 가깝게 와 닿는다). 그리고 유지기의 <사통>(역사비평사, 2012). 1500년 전에 쓴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하면 구미가 당기지만 사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인지라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놓치긴 아깝지만 구입하기엔 부답스럽다고 할까. 여하튼 <아까운 책>의 용도가 패자부활전인 만큼 한번 더 '오디션'의 기회를 주어본다. 한 번 놓친 건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 놓치면 실력이다...

 

13.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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