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압도적인 저자는 신작 <어제까지의 세계>(김영사, 2013)가 나온 재레드 다이아몬드이지만, 이미 언급한지라 좀 덜 알려진 저자들을 골랐다. 정확하게는 '덜 읽히는' 저자들이다.

 

 

 

먼저 여성으로선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1909년) 스웨덴의 국민작가 셀마 라겔뢰프(라게를뢰프)(1858-1940). 그녀의 장편소설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다산책방, 2013)가 이번에 출간됐다. <닐스의 이상한 모험>(<닐스의 신기한 모험>)의 저자로만 알려져 있지만 정작 작가가 10여 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1891)라고(작가의 데뷔작이다!). <닐스의 모험>은 스웨덴 교육계의 부탁을 받아서 초등학교 지리 수업 부교재용으로 쓴 것이라 한다(라겔뢰프는 원래 초등학교 교사였다).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는 1924년에 무성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레타 가르보가 주연을 맡기도 했다. 채 스무 살이 되기 전 가르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사실주의 사조에 대항하는 신낭만주의의 대표적 작품이라는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이야기는 1820년대 황량한 스웨덴의 시골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목사 예스타 베를링은 눈부시게 잘생기고 총명한 청년이지만, 외딴 시골에 발령받은 후 술독에 빠져 직무를 등한하다가 파면당한다. 걸인이 되어 죽음에 이른 이 풍운아를 교구의 세력가인 에케뷔 소령 부인이 구해내 자신의 장원으로 데려간다. 에케뷔 소령 부인은 본래 아름답고 선량한 여자였으나, 부모의 강요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한 후 모진 심성으로 줄곧 살아왔다. 예스타 베를링이 그녀의 휘하에서 장원의 기사로 살아가던 어느 겨울 크리스마스, 그와 동료 기사들이 잔치를 벌일 때 악마가 나타나 일러주기를, 소령 부인이 해마다 기사 한 사람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겨주기로 계약을 했다고 밝힌다...

파우스트 전설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데, 주인공 예스타 베를링은 '파우스트의 운명'과 '돈 후안의 로맨스', "아서 왕의 모험'을 합쳐놓은 듯한 인물이라고. 여하튼 여러 모로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 국내에 초역됐다.

 

 

 

두번째는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 에밀 시오랑(1911-1995). 그의 잠언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챕터하우스, 2013)가 출간됐다. 부제는 '폐허의 철학자 에밀 시오랑의 절망의 팡세'. 짐작엔 절판됐던 <절망의 맨끝에서>(에디터, 1994; 강, 1997)가 다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시오랑의 책은 여럿 더 나왔었지만 현재는 <독설의 팡세>(문학동네, 2004)만이 절판을 면한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차례 다룬 바 있는 저자라 군말을 덧붙이지는 않는다(시오랑 이야기는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서 읽을 수 있다). 오랜만에 읽게 되는 책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같다. 곧 시오랑과도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싶다.

 

 

 

끝으로 영국의 작가이자 '논픽션 스페셜리스트' 제프 다이어. 사진 에세이 <지속의 순간들>(사흘, 2013)로 처음 소개된 그의 재즈 에세이 <그러나 아름다운>(사흘, 2013)이 출간됐다. 나름 '존 다이어의 모든 책'이라고 점 찍어놓은 터라 원서도 바로 주문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존 버거와 롤랑 바르트의 독자는 제프 다이어의 독자이기도 하다. 당신이 존 버거나 롤랑 바르트를 흥미롭게 읽었다면(혹은 아끼며 읽는다면) 제프 다이어 또한 당신의 친구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그리고 아름다운>에 대해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유려한 책"이라고 평했다. 물론 그런 책이 자주 나오는 건 아니다. 

 

 

영국 가디언지에 소개된 제프 다이어의 서재인데, 지식인의 서재라기보다는 아티스트의 서재 분위기다. 흠, 나도 언젠가는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유려한 책'에 도전해봐야겠다. 서재를 먼저 바꿔야 할까...

 

13.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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