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책 가운데 가장 의외다 싶은 건 에드워드 윌슨의 '장편소설' <개미언덕>(사이언스북스, 2013)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책이 나온 건 물론 놀랍지 않다. 장편소설도 흔하다. 하지만 그 둘의 결합은 좀 놀랍다. 세계적인 개미학자이자 사회생물학의 창시자가 쓴 장편소설?! 다행히 그게 연애소설이 아니라 개미소설이어서 놀라 자빠질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여하튼 '서프라이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새로운 통섭>을 썼다고 하면 더 놀라게 될까.    

 

 

아무튼 개미에 관해서라면 세계에서 가장 박식한 학자가 쓴 소설인지라 개미의 생태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기대된다. 사실 윌슨 스스로도 그런 자신감 때문에 쓰지 않았을까 싶다. 평판도 좋은 편이어서 <시카고 트리뷴>의 하트랜드상 픽션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고. 윌슨의 제자이자 사회생물학 전도사이기도 한 최재천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 소설이 늘 과학책을 읽어 온 독자들은 물론, 평소에는 과학책을 잘 읽지 않던 문학 독자들의 손에도 쥐어지기 바란다. 생물 다양성의 보전은 이제 더 이상 과학자들의 부르짖음만으로 이룰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또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만끽하며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생명을 보전할 의무를 지닌다. <개미언덕>이 작가 윌슨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쯤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출세작 <개미>를 검색해보니 5권짜리 양장판으로 나와 있다(<개미>와 <개미혁명>을 통합한 듯하다). 아주 오래전 처음 나왔을 때(1993년인가 보다)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어느덧 20년 전이다. 로버트 라이트의 책 <3인의 과학자와 그들의 신>(정신세계사, 1991)도 아마 그맘때 읽었을 텐데, 그 '3인의 과학자' 중 한 명이 에드워드 윌슨이었다. 주저 <사회생물학>(민음사, 1992)이 또 그 즈음에 나왔고. 개정판 번역서가 곧 나온다고 한 게 재작년쯤 되는데 아직 소식이 없군...

 

 

윌슨의 <사회생물학>(1975)가 던지 파문과 그 이후의 경과를 알려주는 존 올콕의 <사회생물학의 승리>(동아시아, 2013)도 지난주에 출간된 흥미로운 책이다. 윌슨 스스로는 "사회생물학의 내용과 역사에 대한 명쾌하고 유창하며 정확한 저작"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생물학과 명예교수. 윌슨이 불러일으킨 논쟁에 대해선 국내서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2011)과 피터 싱어의 <사회생물학과 윤리>(연암서가, 2012) 등을 더 참고할 수 있다.

 

 

예전에 리스트도 만들어놓은 적이 있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책들이 좀 출간돼 있다.

 

 

 

사회생물학에 대한 강력한 비판은 같은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리처드 르원틴,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의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한울, 1993/2009)가 있다. <사회생물학의 승리>에서도 이 대목이 다뤄진다. <사회생물학>이 출간된 이후 보스턴 지역의 과학자와 교사, 학생들이 '사회생물학 연구 그룹'을 만들었는데, 사회생물학은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비판하고자 했던 그룹이었고 대표적 인물이 굴드와 르원틴이었다. 존 올콕은 이렇게 정리한다.

르윈틴과 그 동료들의 '주된 목적'은 사회생물학을 해체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윌슨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사회의 정치의식을 고무시키는 데 사용했다. 이 정치적 의도는 윌슨의 머리 위와 사상에 찬물을 끼얹고 다른 사회생물학자들을 조금이나마 불안하게 만드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초기 공격의 거침없는 성격과 굴드의 계속된 비판은 사회생물학을 부정하려는 사회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을 합법화해주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최초의 성명에서 주장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여전히 사회생물학에 반대한다. 뒷장에서 나는 사회생물학이 불필요한 적개심을 얻는 데 공헌한 잘못된 오해들을 규명하고 제거하여 사회생물학 연구의 진정한 본성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34-35쪽)

따라서 <사회생물학의 승리>는 '사회생물학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윌슨의 또다른 화제작 <통섭>과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선 공역자이기도 한 최재천 교수의 신작 <통섭적 인생이 권유>(명진출판, 2013)와 <통찰>(이음, 2012) 등도 참고할 만하다.

 

 

<사회생물학>을 제외하면 에드워드 윌슨의 주저는 <인간 본성에 대하여>, <바이오필리아>, <통섭> 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머스트리드 아이템...

 

13. 0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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