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북캘린더에 오늘이 지젝의 생일이라고 하여(1949년 3월 21일생이다) '지젝'을 검색했다가 읽은 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남진우의 새 평론집에 관한 기사다. 지난주에 구입한 평론집 두 권이기도 한데 각각 시 평론을 묶은 <나사로의 시학>(문학동네, 2013)과 소설 평론을 묶은 <폐허에서 꿈꾸다>(문학동네, 2013)이다. 12년만에 묶었다고 하니까 책이 두 권인 것도, 두꺼운 것도 다 이해할 만하다. 한국일보의 인터뷰 기사에서 요점을 짚어준 두 대목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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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적 비평이 굉장히 많다.
"원래 내 비평세계의 중심이 이미지 분석, 그 중에서도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한 분석이었는데, 점차 프로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모두 유년시절을 통해 존재의 뿌리를 찾는데, 바슐라르의 낙관론과는 다른 프로이트의 접근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라캉, 지젝의 정신분석학이 유행했지만, 아마 문학작품 분석에서 이 정도 규모로 수행해낸 작업은 드문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작업이 비평적 재미, 발견의 재미를 준다."
-지난 10여년의 한국소설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혼재향인 '헤테로토피아'라는 키워드로 분석했는데.
"내 비평적 입장을 얘기하자면, 시에서는 바슐라리언이고, 소설에서는 보르헤시언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본 최근 한국소설의 특징은 유토피아적 상상력의 상대적 퇴조와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의 만연, 그리고 헤테로토피아적 상상력의 대두로 요약될 수 있다. 기존의 목적론적이고 일직선적인 서사, 현실반영론 같은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쏟아져 나왔다. 책에서 분석한 천운영 편혜영 황정은 최제훈 외에도 박민규 천명관 김연수 김중혁 같은 작가들이다. 이들의 서사를 헤테로토피아라는 키워드로 볼 때 상당히 재미있는 착안점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듬어 보니 내가 읽은 첫 평론집은 저자의 처녀작 <바벨탑의 언어>(문학과지성사, 1989)였다(지금은 절판돼 흔적도 없군). 저자가 아직 20대였고, 나는 갓 스물을 넘기고 매주 시립도서관에 들러 책 두권씩을 대출해서 읽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작은 규모이긴 했지만 도서관에 있던 문학평론집은 모조리 읽어치운 기억이 있다(정독한 것도 있고 책장만 넘긴 것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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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평세계의 중심이 이미지 분석, 그 중에서도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한 분석"이었다고 하니까 바로 떠오르는 게 <바벨탑의 언어>다. 특히 시운동 동인들과 그 중에서도 안재찬 시인(류시화)에 대한 비평이, 기억엔 아주 긴 분석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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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펴낸 평론집은 기형도론을 제목으로 삼은 <숲으로 된 성벽>(문학동네, 1999)과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문학동네, 2001)이다. 12년만이라는 건 <그리고...> 이후가 그렇다는 계산이겠다. 그 사이에 낀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을 시라고 하였다>(열림원, 2000)는 단평 모음이다. '산문집'으로 분류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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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숲으로 된 성벽>과 <올페는...>은 2010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절판된 책으론 <미적 근대성과 순간의 시학>이 있는데, '김종삼과 김수영 시의 시간의식'을 다룬 박사학위논문이다. 인터뷰를 읽다가 기억을 더듬은 게 한 비평가의 약사 비스므리하게 됐다. 요는 12년의 글쓰기를 결산한 책이라면 어떤 종류이건 한번 읽어볼 만하다는 것. 책은 그렇게 세월이 되고 인생이 된다...
13. 0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