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 막간에 몇 자 적는다. 책에 관해서라면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짧게 끝낼 수 있는 걸로 '슈테판 츠바이크'를 골랐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의 '평전 시리즈'(세창출판사, 2013)가 이번주에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각각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니체에 관한 평전이다.

 

 

그렇다고 새로 나온 책들은 아니다. 짐작엔 통째로 나온 것을 분권해서 이미 여러 번 '우려먹은' 것이다. 편의성을 고려하면 낱권으로 들고 다니는 게 나쁘진 않고, 표지도 제법 그럴 듯하지만.

 

 

 

아직 같이 판매되고 있는 책 가운데, <천재, 광기, 열정 1,2>(세창출판사, 2009)가 원 소스로 보인다. 작가들에 대한 평전으로('전기소설'로도 불린다) 1권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니체, 클라이스트, 그리고 2권은 발자크, 디킨스, 스탕달, 카사노바를 다룬다. 모두 8명이니까 이들이 전부 시리즈에 포함된다면 최소 8권의 책은 나오는 셈이 된다. <천재, 광기, 열정>도 원래는 한 권짜리 <천재와 광기>(예하, 1993)가 분권된 것이다(벌써 20년 전에 읽은 책이군!). 원 독일어본이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국내에 처음 소개된 건 이 한 권짜리였다. 지금은 물론 절판됐는데, 문호들의 삶을 적당한 규모로 묘사하고 정리하는 츠바이크의 솜씨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만 따로 묶어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자연사랑, 2001)라고 나온 적이 있다. 지금은 절판됐는데, 강의할 때 편하게 참고하려고 구입했다가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실망한 책이었다. 번역은 똑같지만 옮겨서 타이핑하면서 오히려 조악하게 된 판본이다. 그리고 <츠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필맥, 2005)는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셋을 묶은 책. 번역자는 다른 걸로 돼 있는데, 이 책은 안 갖고 있어서(아니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번역이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다. 츠바이크의 평전이 다시 나온다면 짐작엔 몽테뉴의 평전 <위로하는 정신>(유유, 2012)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미완이라 하더라도 나름 '얇은 평전'의 대가다운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렇다고 얇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발자크 평전>은 분량이 좀 되는데, 아쉽게도 둘다 절판된 상태다. 발자크는 '얇은 발자크'와 '두꺼운 발자크'가 있는 셈인가. 나는 한 종을 구했었지만 어느 박스 속엔가 들어가 있기에 지금은 손에 들 수 없다. <발자크 평전>도 '평전 시리즈'에 포함된다면 반갑겠다. 참고로 영어판도 구미에 맞게 몇 명씩 모아놓는데, <발자크, 디킨스, 도스토예프스키>란 타이틀이 눈에 띈다. 아마도 '얇은 발자크'일 것이다... 

 

13.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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