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원 행사가 끝나고 다소 늦게 귀가했다. 택배가 몇 개 와 있었는데, 모두 교보에서 온 것이고 오전에 알라딘에 당일 배송으로 주문한 건 하나도 오지 않았다. 들어와 보니 여전히 '상품준비중'이다. 오늘은 '오프 데이'인가. 주문한 책 가운데 하나는 한겨레 구본준 기자의 건축책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서해문집, 2013)이다. 재작년에 화제가 됐던 공저 <두 남자의 집짓기>(마티, 2011)에 이어지는 책인데, '그 집이 내게 들려준 희로애락 건축 이야기'가 부제다.

 

 

맛깔나는 건축 이야기들을 (블로그) 기사로 읽은 적이 있어서 바로 주문한 것인데, 월요일에나 배송될 모양. 어린이용 책까지 포함하면 저자가 세번째로 낸 건축책이다. 사실 집에 대한 욕심도 없는 편이고 건축은 관심분야가 아니었는데, 1-2년 사이에 건축에 관한 책들을 종종 구입하게 된다(음식과 함께. 의식주 가운데 '식'과 '주'에 좀 관심을 갖게 됐달까. 늙어가는 징조일까, 현명해지고 있다는 증표일까). 그렇다고 이 분야의 책들이라면 모두 관심권에 두고 있는 건 아니지만 가령 임석재 교수의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1,2>(인물과사상사, 2013) 같은 타이틀에도 눈에 가는 건 사실이다.

 

 

작년에 나온 <기계가 된 몸과 현대 건축의 탄생>(인물과사상사, 2012)과 함께 세트로 읽어볼 만한 책. 이 책은 따로 '임석재의 인문건축 시리즈'로 분류돼 있는데, 시리즈인 만큼 올해도 몇권은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아니면 1년에 한권씩일까?).

 

 

 

건축책 가운데 또 자주 손길이 가는 쪽은 '철학'이 같이 붙어 있는 경우다. 최근에 나온 걸로는 브랑코 미트로비치의 <건축을 위한 철학>(컬처그라퍼, 2013)이 있다. "인문학적 건축을 위한 서양 철학의 핵심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건축가, 건축 실무자,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 설계 작업에서 맞닥뜨리는 광범위한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소개된 책이다. 구입은 진작에 했지만 아직 눈여겨 보지는 못했다. 내달에는 짬을 내 읽어보려고 한다. 이 분야의 책으론 장 보드리야르의 <건축과 철학>(동문선, 2003)도 꼽을 수 있는데, 오래 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했다가 중간에 반납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국내서로는 건축평론가이기도 한 함성호 시인의 <철학으로 읽는 옛집>(열림원, 2011)이 소장도서다.

 

 

 

사실 '건축과 철학'은 시공문화사의 시리즈 제목이기도 하다. '들뢰즈와 가타리', '하이데거', '이리가라이'를 다룬 첫 세 권이 지난 2010년 봄에 나왔고, '호미 바바'를 다룬 4권에 이어서, 작년 봄에는 벤야민과 데리다 편이 5, 6권으로 출간됐다. 주섬주섬 다 모아놓긴 했는데(하지만 안 보인다) 좀처럼 읽을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기억에 한두 권은 원서까지 구했는데 말이다.

 

암튼, 손에 들지 못하고 마음에만 품고 있는 책들인지라 페이퍼로라도 토해놓는다. 언젠가 건축과 철학이란 주제로도 좀 그럴 듯한 글을 써보고 싶다. 그러자니 또 먼저 읽어야 할 책이 건물 하나쯤을 채울 듯싶지만...

 

13.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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