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에 '오래된 새책'으로 꼽을 만한 두 권은 헤세의 <페터 카멘친트>(문학과지성사, 2013)과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문학과지성사, 2013)이다. '문지 푸른문학 시리즈'로 나란히 나왔는데, 김주연 교수가 옮긴 <페터 카멘친트>는 현대소설사판(1992년)을 수정/보완한 것이고, 이성복 시인이 옮긴 <좁은 문>은 계명대출판부판(2000년)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헤세의 첫 장편소설인 <페터 카멘친트>는 민음사판 헤세 선집에 포함돼 있다가 절판됐고 현재는 문예출판사판, 범우사판 등 세 종의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올해 11권짜리 선집으로 나오고 있는 현대문학판으로도 예고돼 있기에(현재 다섯 권이 나왔다) 조만간 네 종의 번역본이 될 것이다. 김주연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독일 소설의 전통적 양식인 교양소설 혹은 성장소설의 테두리를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는 소설 <페터 카멘친트>는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숭배하며, 또 거기서 힘을 얻는 카멘친트가 어떻게 통합적 인간으로 커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지드의 <좁은 문>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다수의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내가 갖고 있는 펭귄클래식판과 을유문화사판까지 포함해 세 종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작품이라 다시 읽어봐야 하는데, 그런 계기가 된 건 이성복 시인의 <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문학과지성사, 2004)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지드의 <좁은 문>에 관한 연구서. 지드의 <좁은 문>에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마찬가지의 비중을 두어서 분석하고 있다는 게 눈에 띄는 점이다.  

 

 

계명대출판부에서 번역본까지 냈다는 건 나중에 알았는데, 이미 절판되고 없었다. 이번에 문학과지성사판으로 다시 나왔길래 바로 주문했던 것. 이성복 시인은 작품해설에서 이렇게 적었다. "<좁은 문>에서 우리는 여러 형태의 풍자와 비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작가 지드가 순응주의자와 독단주의의 적으로서, 언제나 자신이 한곳에 고정되지 않고 세계를 향해 자유롭게 열려 있기를 원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그가 가장 두렵게 생각한 것은 자신이 내린 선택이나 습관이나 관슴으로 인해 경직됨으로써 스스로 그 선택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었다."

 

 

헤세의 작품들이 연초부터 연이어 출간되고 있고, 지드의 책도 근년에 <위폐범들>(문학과지성사, 2012; 민음사, 2010)과 자서전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으면>(나남, 2010) 등이 나와서 다시 읽을 만한 계기는 충분하다. 그 시작을 <페터 카멘친트>나 <좁은 문>으로 해도 좋겠다. 

 

 

 

혹은 <지상의 양식>부터라도. 지드가 <지상의 양식>을 발표한 건 28살 때이고, 돌이켜보니 내가 그 책을 읽은 건 19살 때였다...

 

13.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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