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라딘의 핫이슈는 도서정가제 문제인데, 책은 왜 존재할까, 를 넘어서 책값은 왜 존재할까, 란 질문을 던진다. 다행히 이번주 프레시안에 이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기사가 올라왔다. 많은 분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125152618§ion=03). Q&A 기사 가운데 알라딘과 관련한 대목은 이렇다.

 

 

Q. 도서 정가제 문제는 "출판계 대 서점계"의 이익 갈등 문제인가요?

A. 알라딘이 '도서 정가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김영사·창비 등 유력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출고 정지 선언을 내리면서 문제가 '출판계 대 (온라인) 서점계' 찬반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지만 다수는 이 구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점도 회사별로 이해관계와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통 구조는 서점계 내부적으로도 '강자'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며 업계 4위인 알라딘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출판사 관계자들도 있었다. 홈페이지 메인에 띄웠던 도서 정가제 반대 성명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각종 할인 이벤트가 금지될 경우) 스스로 고사될 거라는 강한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력 출판사들이 내린 출고 정지 결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강수라는 전망이 많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업계 1,2위 서점이었다면 그 출판사들도 출고 정지 조치까지는 못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책을 안 읽거나 구입하지 않는 현실이 실질적인 과제인데 마치 도서 정가제를 통해 출판사에 조금 더 유리하냐, 서점에 조금 더 유리하냐의 논란으로만 번져가는 게 지극히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판사로 대표되는 제작사와 서점으로 대표되는 유통업자 양쪽 모두 공동운명체적인 성격"이 있고, 함께 힘을 합쳐 위축된 독서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 현재의 논란이 마치 출판사와 유통업자들이 반목하는 갈등으로만 비치는 게 불만이라고 했다.

'출판계' 역시 한목소리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관심이 없고, 누군가는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 출판사 종사자들은 "그렇다고 도서 정가제를 강화해서 어떤 회사가 가시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피곤하고 힘든 과정이 산적해 있지만 자사의 이득보다는 '대의'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 이름을 올린 한 중견 출판사의 편집자는 "오히려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갈 출판사들이 왜 굳이 총대를 메겠는가"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정리하자면, (1)중소서점과 출판계의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의 강화가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첫 조처다. (2)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할인을 통한 가격경쟁력으로 독자를 유인해오던 온라인서점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그중에서도 (업계 4위로 입지가 불안정한) 알라딘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업계 5위였던 리브로가 지난해에 문을 닫았다). (3)도서정가제를 강화할 경우 출판계의 소모적 할인경쟁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중소서점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도서정가제가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 이상 온라인서점 이용자들이 오프라인서점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독자로서 혹은 도서구매자이자 알라딘 이용자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적자면, 신간의 경우 10% 할인을 인정하는 한 현재의 '도서정가제'란 말은 이름과 실제가 맞지 않는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법률적으로는 '재판매가격유지제도'이고 내용적으로는 '구간별 할인율 제한제도'다. 정말 중소서점을 살리려고 한다면 신간 할인율을 전면 철폐해야 한다. 온라인서점의 편익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돈을 더 지불하고 구입하는 게 온당하다(최소한 택배비를 서점이나 출판사에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은 사실상 책값에 반영돼 있기도 하지만).

 

그리고 구간의 경우에는 중고서적과 비슷하게 서점마다 자율적인 할인율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출간 이후 18개월이 지나면 구간으로 간주하는 듯한데, 가령 3년이 지난 책은 50% 할인을 하든지 90%를 하든지 출판사나 서점에서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대신에 18개월로 하든, 2년, 혹은 3년으로 하든, 신간에 한에서는 책에 명시된 가격이 그대로 판매가가 되도록 하는 게 '도서정가제'라고 나는 생각한다(그리고 적극 지지할 용의가 있다). 알라딘도 출간되자 마자 50% 할인하는 쓰레기 같은 책들을 팔아서 살아남느니 차라리 경쟁력 있는 온라인 중고서점의 길을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물론 모든 일에는 반전이 가능하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하더라도 대부분의 책을 어차피 알라딘에서 구입해야 하는 나 같은 독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각자가 분발해서 수입을 좀 늘리는 수밖에 없겠다. 책값을 충당하려면), 알라딘도 부동의 업계 4위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오래 가는 서점이 되길 바란다. 동네서점이 없어진 지 오래라(단골이라고 내게는 10%씩 할인해주던 서점이 20년전에는 있었다) 따로 마음을 줄 만한 서점도 없다...

 

13.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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