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라진 책들' 카테고리의 페이퍼를 적는다. 조선 유학사 관련서를 검색하다가 다시 생각이 나서인데,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한국사회의 유교적 변환>(아카넷, 2003)이 문제의 '사라진 책'이다. 작년에 원서까지 구해놓았지만 정작 번역본을 구할 수 없다.

 

 

품절인지 절판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책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고 어지간한 도서관에도 구비가 돼 있지 않다. 대출해서 읽을 수는 있지만 나는 소장용 도서로 분류해놓고 있어서 가급적 재출간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도이힐러 교수가 편저한 책으론 <후기 조선의 문화와 국가>(2002)란 책도 있다.

 

 

 

조선 유학 얘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재일 학자 강재언의 <선비의 나라 한국유학의 2천년>(한길사, 2003)도 품절이 아쉬운 책이다. 일본에서도 평판이 좋은 책으로 아는데, 정작 우리는 읽을 수 없다. 아니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책의 수명이 10년도 안 돼서야 문화국가라고 말하기 멋쩍은 것 아닌가.

 

 

 

거기에 덧붙이자면 일본 학자 다카하시 도루의 <조선유학사>(예문서원, 2001)도 읽어보고픈 책이다. <조선의 유학>(소나무, 1999)은 아직 절판되지 않았기에 대신 읽어볼 수 있긴 하지만(두 책이 대동소이해 보이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카하시는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조선어학과에서 문학 제1강좌를 담당했던 교수로 주로 문학사와 사상사를 강의했다. 소개에 따르면 "다카하시는 노골적으로 조선과 조선인을 멸시하는 등, 악질적인 식민지 관료이자 교수였다. 그럼에도 그는 근대적인 의미에서 조선의 유학을 연구한 최초의 학자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특히 조선 유학의 학파와 지역별 분류를 넘어서 '주리.주기론'의 개념적 분류를 시도하여 조선유학을 근대적으로 재구성하려한 것은 크게 인정받고 있다." 조선 유학 연구의 기본틀을 만든 것이라고 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연구를 우리가 얼마나 넘어서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맥락에서 궁금한 책은 현상윤의 <조선유학사>(심산, 2010)다. 소개에 따르면 "1953년 3월 25일 고려대학교 대구 임시교정 졸업식에서 '朝鮮儒學史'로 대학원 제1호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이것은 동시에 한국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이다." 더 자세한 소개는 이렇다.  

조선 유학사상의 큰 맥을 체계적으로 처음 정리한 책이 바로 고려대학교 초대 총장을 지낸 현상윤 선생의 <조선유학사>이다. 1949년에 첫 출간된 이래 한국유학을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에게는 반드시 열람(閱覽)해야 하는 필독서로서 자리매김하였다. 선생이 6.25전쟁 당시 납북된 후로도 여러 해를 거듭하는 가운데 몇 차례 중간되어 오던 것을, 교주자가 원저서에 인용된 한문 원전을 모두 한글로 풀어 옮기고 인용문과 설명문에 대하여 많은 교정과 상세한 주석을 가하여 교주본을 출간하고 이를 다시 수정 보완하여 <현상윤의 조선유학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다카하시 도루나 현상윤 선생의 책은 말하자면 기본서에 해당한다. 조선 유학에 교양 수준 이상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그림은 그려보고 싶다.

 

 

 

조선 유학과 관련하여 구비해놓고 있는 책은 한형조 교수의 <왜 조선유학인가>(문학동네, 2008)와 <조선유학의 거장들>(문학동네, 2008), 그리고 이승환 교수의 <횡설과 수설>(휴머니스트, 2012) 등이다. 거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교양이다...

 

13. 01. 13.

 

 

P.S. 도이힐러의 <한국사회의 유교적 전환>이 <한국의 유교화 과정>(너머북스, 2013)으로 제목을 바꿔 다시 출간됐다. 역자는 같다. 아쉬움을 표한 지 1년이 안 돼 책이 다시 나와서 퍽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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