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해맞이 여행이란 걸 다녀왔다. 날수로는 1박 2일이어서 기분이라도 좀 내는 줄 알았지만 오며가며 관광버스 안에서 열댓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역이었다. 날이 흐려 정작 해돋이는 보지 못하고 생선구이를 먹고 온천욕을 하는 것 정도로 한해를 시작. 그나마 눈이 더 내리기 전에, 차가 더 막히기 전에 귀환한 것이 다행이다 싶은 여행이었다. 하긴 여행의 목적은 일상에 다른 리듬을, 혹은 간섭을 가져오는 것이니 목적에 어긋난 여행은 아니었다. 다만 버스에서 일박하는 건 좀 힘들더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2013년의 첫 페이퍼를 쓴다. 관심도서가 여럿 출간됐는데(내겐 이런 페이퍼가 새해맞이다!), 문학쪽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면, 먼저 하이데거의 <니체2>(길, 2012)가 마저 출간돼 드디어 완역됐다. <니체1>(길, 2010) 이후 2년만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권짜리 영역본을 갖고 있는데, 아무래도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차였다. 올해의 독서목표 중 하나는 이 <니체>를 읽는 것이다. 혹 바로 읽기가 부담스런 분이라면 고명섭의 <니체 극장>(김영사, 2012)로 워밍업을 하고서 손에 들어도 좋겠다. 그 정도면 '하이데거의 니체'를 관람할 준비로는 충분해보인다.
또 '발터 벤야민 선집' 가운데 문학론 두 권이 같이 나왔다. 그의 비평 가운데 일부는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민음사, 1992)에 수록돼 있었다. 이번에 나온 <서사, 기억, 비평의 자리>(길, 2012)에는 프리드리히 횔덜린, 요한 페터 헤벨, 고트프리트 켈러, 카를 크라우스, 마르셀 프루스트, 폴 발레리, 니콜라이 레스코프 등에 대한 비평이 수록돼 있다. 같이 나온 <괴테의 친화력>(길, 2012)은 벤야민의 가장 대표적 평문으로 <괴테의 친화력>(새물결, 2011)이라고 작년에 한번 번역됐었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처럼 두 가지 번역본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아무튼 괴테의 <친화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써야 할 글도 있어서 벤야민의 평문이 이렇듯 번역된 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레 <괴테의 친화력>과 씨름해보는 것도 올해의 일정에 포함됐다.
벤야민 얘기가 나온 김에 국내외 벤야민론 몇 권도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구입만 하고 독서를 미뤄놓았는데 테리 이글턴의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이앤비플러스, 2012), 강수미의 <아이스테시스>(글항아리, 2011), 그리고 홍준기 편, <발터 벤야민: 모더니티와 도시>(라움, 2010) 등이 근년에 나온 책들이다.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을 하나둘 챙기다 보니 올해도 일정이 빡빡해 보인다. 어쩌겠는가. 책이 거기에 있는 것을. 이 또한 중독이 아니면 운명인 것을...
13. 01.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