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교보에 들렀다가 구입한 책은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의 사회>(새물결, 2012)이다. 엊그제 영역본이 배송된 김에 국역본도 구하러 나간 것이기도 했다(영역본의 경우 올 10월에 <사회의 이론>이란 제목으로 1권만 나왔다. 한국어본이 먼저 나온 셈!). 매장에는 진열돼 있지 않아서 직원에게 문의하고서야 비닐포장된 두 권의 책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독일 사회학의 거두이자 라이벌인 하버마스와 루만의 사회이론을 비교해보고 싶은 욕심을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는데(이들의 차이는 러시아 인문학자 바흐친과 로트만의 차이와 견줄 만하다), 대표작이 번역돼 나왔으니 안 읽어볼 수도 없다(최소한 꽂아두기라도 해야 할 터이다). 루만의 책들은 그간에 주섬주섬 모아놓긴 했지만 본격적인 독서는 미뤄둔 참이다.
그런데 책을 보니 <사회의 사회>는 'New Directions 총서'라는 새로운 기획의 하나였다(총서의 발간사는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내가 너를 짊어져야 한다."는 파울 첼란의 유언으로 시작한다). 9권 정도의 책이 총서 목록에 올라와 있는데,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저작들이라 기대가 된다. 2013년에 몇 권이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입을 뗀 셈이니 연이어 쏟아지면 좋겠다. 라캉의 <에크리>와 한스 블루멘베르크의 <근대의 정당성> 등의 타이틀이 들어 있는데, 영어본을 기준으로 해서 미리 예고편 리스트를 만들어본다.


먼저 라캉의 <에크리>가 세 권짜리로 나오는 것으로 돼 있다. 영어본의 경우에도 브루스 핑크의 완역본이 지난 2006년에야 나왔고 러시아어본도 아직 안 나와 있는 책이다(세미나의 경우는 러시아어본도 여러 권이 출간돼 있다). 국내에는 이미 <에크리> 소개서, 입문서들이 여럿 나와 있다. '에피타이저'는 충분한 셈이니 이젠 '메인'을 맛볼 차례다.


루만의 책으론 <사회의 법>도 리스트에 들어 있다. <사회체계로서 법>과 같은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참고로 루만 사회학에 대한 소개로는 <쉽게 읽는 루만>(한울, 2012), <니클라스 루만으로의 초대>(갈무리, 2008) 등이 나와 있다.


헤겔 전문가이자 저명한 공동체주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의 <자아의 원천들>과 <세속의 시대>도 목록에 들어 있다. <자아의 원천들>은 논문을 준비하면서 10년쯤 전에 일부를 참고하기도 했던 책인데, 번역된다니 반갑다. 찰스 테일러의 철학에 대해선 방한 강연집인 <세속화와 현대문명>(철학과현실사, 2003)을 참고할 수 있다.


이젠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대표작 <홀로코스트와 모더니티>도 목록에 들어 있다(<모더니티와 홀로코스트>란 원제의 순서가 바뀌었다). 그리고 독일 철학자 한스 블루멘베르크의 <근대의 정당성>과 <세계의 독해가능성>도 기대를 모으는 책인데, <세계의 독해가능성>은 아직 영역본도 나오지 않은 듯싶다. 그리고 끝으로 지젝의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 개정된 제목으로 다시 나온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시리즈의 책은 아니지만 아래 지젝의 책 몇 권이 내년에는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올 전망이다.


2013년의 책들에 대해 미리 인사를 전한다. "Welcome to the Park's Land!"
12.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