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치과에 잠깐 가는 길에 이번주 시사IN(262호)을 손에 들었는데 문화면 특집기사가 '영화평론가, 절망 범죄를 말하다'이다. 김용언의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강, 2012)과 김봉석의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예담, 2012), 두 권의 책을 빌미로 한 인터뷰기사.
책은 모두 구해놓고도 아직 손에 들진 못했는데, 기사 덕분에 대략 윤곽은 잡을 수 있었다. 범죄소설의 역사를 다룬 줄리안 시먼즈의 <블러디 머더>(을유문화사, 2012)도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책이지만 아직 건드리지 못했다. 보통은 여름에 읽기에 좋다고 하지만 추석 연휴 때 하루 몰입해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두 저자는 모두 잡지에 몸을 담았다는 것 말고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즐겨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각각 흥미롭게 읽은 작품들도 언급하고 있는데, 김용언 평론가는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 2011)에 대해 "범죄소설을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스릴러의 장점을 잘 구현했다"고 평했고, 김봉석 평론가는 멕시코의 마약전쟁을 그린 돈 윈슬로의 <개의 힘>(황금가지, 2012)을 추천도서에 포함시켰다. 마약범죄소설의 수작이라 한다.
개인적으론 범죄소설, 하면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 아무래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일 수밖에 없는데(비록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작가도 독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작품이지만 '블러디 머더'의 대표작 아닌가!), 이번에 김희숙 교수의 새 번역본이 출간돼 역시나 연휴의 읽을거리 목록에 포함시켰다. '참회자의 고독한 감방에 갇힌 축복받은 죄인'이란 작품 해설만이라도 필독해봄직하다.
다시, 기사로 돌아와 두 영화평론가의 한 마디씩을 옮겨본다. "나도 어쩌다 내 안의 어떤 존재(괴물)에 대해 느낄 때가 있다. 스스로 갉아먹힐 것 같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무슨 일을 저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혹시 운이 좋아 여기 있는 건 아닌가."(김용언) "나는 휴머니즘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학살을 저질렀는데... 내가 관심을 가지는 건 어둠이다. 하드보일드 소설도 마찬가지다. 뒤로 갈수록 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어둠'이 있다."(김봉석)
종합하자면, 우리 안의 어떤 '괴물'과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어둠'이 결국은 범죄소설과 하드보일드에 탐닉하게 만드는 동인인지도 모르겠다...
12. 0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