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자면 제목의 세 인명은 별다른 관련이 없다. 뜬금없이 세 사람이 호명된 건, 순전히 어제 입수한 세 권의 책 때문이다. 어제 정리한 책이 30권은 되지만 그중 좀 '얄팍한' 책 세 권이 <안철수를 읽는다>(한겨레출판, 2012),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열화당, 2012), 그리고 <최재천 스타일>(명진출판, 2012)이었다. 손 가까이에 있길래 무릎에 올려놓고 간단한 소감을 적는다. 이건 '컬렉터'의 소감이다.

 

 

이 중 다 읽은 건 한겨레 정치부 기자들의 라운드 토크를 엮은 <안철수를 읽는다>이다. 정말 얇아서, 그리고 쉽게 읽히는 좌담이어서 오다가다 읽었다. 뒤통수를 내리치는 내용은 없지만,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에 대한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이다. 서문에서 좌장격인 성한용 선임기자가 정치부 기자를 프로야구 해설가에 비유한 대로,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를 잘 짚어준다. 개인적으론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2012)과 <안철수의 힘>(인물과사상사, 2012)을 구해놓고도 아직 완독하지 않았다. 그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 본격적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여하튼 이 세 권이 내가 갖고 있는 '안철수 3종 세트'다.

 

 

 

이어서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오래된 새책'이다. 내가 처음 산 책이 <이미지>(동문선, 1990)였고, 이어서 <영상커뮤니케이션과 사회>(나남, 1997)도 구했었다. <어떻게 볼 것인가>(현대미학사, 1995)도 같은 책을 옮긴 것인데, 이 또한 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여하튼 이미 두어 종의 번역본을 갖고 있지만(물론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는 신만이 아신다) 이번에 나온 새 번역본도 아예 원서와 함께 구입했다. 저자가 생존해 있으니 이 열화당판이 앞으론 정본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해서다. 뜻밖에도 책에는 1926년생인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이 붙어 있다. 우리의 버거샘이 이렇게 쓰셨다.(아래 사진은 40년 전의 존 버거.) 

 

나는 이 책을 사십 년 전에 썼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 책에 담긴 생각들을 믿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도 이 책을 새로운 한국어 번역본으로 볼 수 있게 되었음을 축하드립니다. 이와 함께 나는 여러분들께 일본 시인 고바야시 잇사가 두 세기 전에 쓴 하이쿠 한 편을 보냅니다. 그는 단 열한 단어로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부자들을 위해
새 눈에 대해 너절한 글을 쓴다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계속 싸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지적생활인'을 자임하는 최재천 교수의 <최재천 스타일>. 작년에 나온 <과학자의 서재>와 <통섭의 식탁>에 이어지는 '최재천 스타일' 종결편이라고 할까(요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란 노래 때문에 꽤 눈에 띄는 제목이 됐다. 욕심을 내자면 나도 '로쟈 스타일'이란 걸 한번 써보고 싶다). 여하튼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의 이런저런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듯싶은데, 저자가 직접 밝힌 '좋아하는 것' 목록에 '고등학교에서 하는 특강'도 포함돼 있다.('춤 또는 댄스 본능'도 좋아하는 것으로 꼽은 건 의외다. 자연과학자의 댄스본능이라!).

 

 

<다른 방식으로 보기>와 <최재천 스타일>은 아직 다 읽은 책이 아니다. 그래도 오며가며 조만간 다 읽게 될 듯싶다. 어렵잖은 스타일의 책들이기에...

 

12. 08. 15.

 

P.S. <안철수를 읽는다>에서 오타 하나. "이명박은 경치 경험이 없고 대국민 소통이 능하지 않은 사람이었다."(80쪽)에서 '경치 경험'은 물론 '정치 경험'의 오타이겠다. '경치 경험'이야 왜 없겠는가. 최근엔 독도도 다녀온 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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