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북리뷰에 소개된 단신기사를 보고 어제 구입한 책은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의 <불안의 책>(까치, 2012)이다. 생소한 저자이지만(그럴 만한 게 포르투갈의 대표시인이긴 하지만, '페소아'란 이름으론 처음 소개됐다) <불안의 책>이란 제목도 마음에 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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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를 보니 이 시인은 여러 이명(異名)들을 사용한 모양인데(무려 70개가 넘는다 한다!), 그중 하나가 '알베르트 카에이루'이고 '알베르또 까에이로'란 이름으로 출간된 시집이 하나가 있긴 하다. <양치는 목동>(전예원, 1994). 18년 전에 나온 시집이지만 놀랍게도 아직 품절되지 않았다. <불안의 책>은 페소아의 대표작(해럴드 블룸에 따르면 페소아는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출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일기로 평가받는" 책이기도 하다고. 그런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의문이지만, 여하튼 포르투갈에 한정해서 '가장 아름다운 일기'라고 해도 한번쯤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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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에 사망했으니 좀 일찍 세상을 떠난 셈인데, 원인은 간경변이고 평생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한다. 그가 쓴 마지막 문장은 "I know not what tomorrow will bring(내일이 무엇을 가져올지 난 모르겠다)"란 영어였다고. 방대한 분량의 시가 사후에 <시집>으로 발간됐고, 일기도 예외가 아니다. 특이한 건 1982년에서야 포르투갈에서도 처음 출판되었다는 점. 거의 사후 반세만의 출간이다. 그러니 애초에 '확정본'이 있을 리 없고, 생전에 시인이 분류한 원고에다 연구자들이 관련 원고라고 판단한 텍스트들을 포함해서 편집한 것이 현재의 <불안의 책>이다.
그런데, 포르투갈 책이 바로 번역돼 나온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어서 역자는 이탈리아문학 전공자이고, 이탈리아어본과 영어본을 참고해서 옮겼다. 또 전권을 옮기지 않고 발췌해 옮겼다. 번역본이 역자 후기까지 포함해 248쪽인 데 반해, 영어본은 262쪽이고, 일어본은 649쪽이다. 짐작엔 일어본만 완역본이고 나머진 발췌본인 듯싶다. 해서 '맛보기'는 어쨌든 주어졌지만, 대체 어떤 작가이고 어떤 글을 쓴 것인지, 어떤 시들을 쓴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한 채로 남아 있을 듯하다(하긴 70여 개의 이명을 쓴 시인이라면 그 자신도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렸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의 책'이란 제목으로 대체 어떤 책이 쓰여질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아래가 포르투갈어 원서 표지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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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