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뭔가 싶겠지만 두 권의 책 제목이다. 저자는 미국의 여성학자 매릴린 옐롬. <아내>(시공사, 2003)란 제목으로 나왔다 절판됐던 책이 이번주에 원래의 제목대로 다시 출간됐다. <아내의 역사>(책과함께, 2012). 개인적으론 두달쯤 전에 중고도서로 구한 책인데(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강의할 기회가 잦은 탓에 내겐 요긴한 책이다), 다시 나올 줄 알았다면 좀더 기다렸을 것이다. 역자가 같은 걸로 보아 번역상의 차이는 별로 없을 듯하지만 표지는 훨씬 좋아졌다.

 

 

 

저자가 <아내의 역사>보다 먼저 쓴 책이 <유방의 역사>(자작나무, 1999)다. 이 역시 절판됐는데, <아내의 역사>가 반응을 좀 얻는다면, <유방의 역사>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표지도 좀 업그레이드돼서 말이다. 목차만 훑어봐도 알 수 있지만 '최초의 아내 이브부터 <인형의 집> 노라까지, 역사 속 아내들의 은밀한 내면 읽기'로서 <아내의 역사>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에 이런 주제의 역사를 쓴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운 것이기도 하고. 하긴 <엉덩이의 역사>나 <눈물의 역사> 같은 책들에 견주면 평범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선 지난번 <아내>가 출간됐을 때의 서평기사가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간추려서 옮겨보면 이렇다.

 

아내란 관계의 이름이다. 남편 없는 아내란 있을 수 없으니까. 미국의 원로 여성학자 매릴린 옐롬이 쓴 <아내>(원제:아내의 역사)는 서양의 역사 속에서 아내의 지위 변화를 훑는 책이다. 이 책은 아내의 개념, 지위, 역할이 언제 형성되어 어떻게 변해왔으며, 역사 속에서 아내들은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보았고 이를 바꾸려고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 순종과 반항의 역사를 보여준다

역사 속에서 아내는 어떤 대접을 받아왔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아내는 남편이 사용하는 “가재도구” 혹은 재산이었다. 기독교 논리가 사회를 주름잡았던 중세에 아내는 ‘출산의 그릇’이었다. 이 시기 여성들 중 아내의 지위는 처녀·과부 밑이었다. 왜냐하면 이 시기 섹스는 타락이었으므로 여성들 내부의 서열은 금욕을 기준으로 매겨졌으니까.

전통적인 아내상 혹은 아내 관념이 최근 50년 동안 겪은 급격한 변모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오늘날 아내의 역할을 둘러싼 견해 차이는 성별 간에, 계층 간에 여전히 크고 깊다. 방대한 사료, 자료, 인터뷰가 녹아 있는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이런 질문들이다. 아내는 남편의 부양을 받는 자인가 “역사 이래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내를 먹여 살리는 것은 남편의 의무였다. 아내는 그 대가로 섹스, 아이, 가사노동을 제공했다.” 그러나 맞벌이 아내들의 대거 등장은 이 관념을 급속하게 약화시킨다. 지은이가 보기에, 여성은 피부양자이며 가사의 전담자라는 낡은 생각은 사라졌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평등하게 일을 분담하는 새로운 결혼 유형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질문. 그렇다면 아내는 어머니인가. 역사 속에서 아내인 동시에 어머니이지 않았던 여자들은 철저히 박해받았다. 아내인데 어머니가 아닌 여자는 ‘죄인’취급을 받았으며, 거꾸로 아내가 아니면서 어머니인 이들은 심지어 처형당하기까지 했다. 독신모라는 낙인을 피하려고 “갓난아이 살해 등 무슨 짓이든 했”으니까. 그러나 오늘날은 자발적인 독신모의 증가 등 사정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결혼 50년 문턱에 있는 아내이기도 한 지은이는 말한다. 역사 이래 결혼은 아내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이었지만, “오늘날 미국의 아이들 가운데 40%는 혼외 관계에서 태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아내는 여성인가 오늘날 캐나다·덴마크·스웨덴·스위스·벨기에·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성간의 결혼이 합법화되는 추세에 있다. 동성 결혼에선 누가 아내일까. 지은이는 묻는 대로 “부부 간에 지위·역할·성별 등 어떤 차이도 없는 결합이라면 아내라는 용어가 의미를 가질 것인가” 아내라는 이름은 ‘멸종’ 위기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허미경 기자) 

12.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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