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한 무더기로 배송된 책들 가운데 하나는 새로 번역돼 나온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1,2>(나남, 2012)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문예출판사, 2004)이란 제목으로 주요 본문 번역과 주석을 펴냈던 조대호 교수가 옮긴 완역본이다.
새로 나온 <형이상학> 덕분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주로 머물던 고대철학에 대한 관심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번져서 다시금 관련서들을 구입하게 됐다(이런 관심은 주기적이다. <시학>이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나왔을 때 촉발됐던 것처럼). 그중엔 <형이상학>, <정치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같은 주요 저작의 영역본뿐만 아니라 해설서도 포함되는데 이번에 나온 건 전재원 교수의 <10개의 키워드로 이해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역락, 2012)이다. 얇은 분량이긴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와 그의 철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보다 전문적인 해설서로는 W. D. 로스의 <아리스토텔레스: 그의 저술과 사상에 관한 총설>(누멘, 2011)이 있다. 1923년에 1판이 나온 책이니 그 자체로 '고전'급의 해설서이다. 저자는 영어권의 대표적인 아리스토텔레스 학자인데 머리말을 쓴 J. L. 아크릴에 따르면 "로스의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작품들에 관한 간결하고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이보다 더 나은 설명은 없다." 아크릴 자신의 책으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서광사, 1992)도 소개됐었지만 현재는 절판됐다. 얇은 책으로 나도 오래전에 훑어본 기억이 있다(개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외에 '프로네시스' 개념에 관심이 있었다).
영어권 입문서 가운데 요즘 가장 애호하는 건 '아주 짧은 입문서' 시리즈인데, <아리스토텔레스>(옥스포드대출판부, 2000)의 저자는 조나단 반즈이다(원래는 1982년에 나왔던 책이 이 입문서 시리즈로 재출간됐다). '반즈'라고 하면 많이 듣던 이름 아닌가? 맞다, 작년에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다산책방, 2012)로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줄리언 반즈의 친형이라고 한다. 그가 손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자인데, 현재는 절판됐지만 이 책도 예전에 번역됐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서광사, 1989)가 그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번 가다듬어서 다시 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엊그제 주문한 책이기도 한데, 조나단 반즈가 쓴 또다른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라이프맵, 2009)다. '가장 짧은 입문서'보다 더 '짧은' 입문서라고 할까. 동생 줄리언 반즈가 추천사를 쓰고 있기도 하니 더 궁금한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으려고 하면서 시작부터 <형이상학>을 붙드는 건 무모한 일처럼 생각되지만 어느 정도 사전 이해를 갖춘 경우라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원전 번역으론 김진성의 <형이상학>(이제이북스, 2007)이 먼저 나와 있는데, 이제는 나남판과 자웅을 겨루게 됐다. <형이상학>(동서문화사, 2008)은 일어본을 중역한 것으로 두 원전 번역과 같이 읽는다면 참고할 만하다. 영역본은 펭귄판이 저렴하다.
그리고 발췌역으로는 책세상판과 지만지판이 나와 있다. 중세 이슬람 학자 아베로에스의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한국학술정보, 2012)에까지 손이 간다면 '못 말리는 관심'이라고 할 만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다른 저작들에 대해선 앞에서 언급한 입문서들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보통은 <시학>이나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을 읽고, 이어서 <정치학>, <형이상학> 순으로 읽는 게 아닌가 싶다. <자연학>이나 <수사학>, 그리고 <변증론>, <분석론> 같은 저작들은 아직 손길이 가지 않아(<수사학>은 챙겨두고 있다)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걸 혼자서 다 쓰다니!..
12. 04.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