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때문에, 거기에 덧붙여 재발한 관심 때문에 영화 관련서들을 사들이고 있는데,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책들도 눈에 띈다. 로버트 스탬의 <영화이론>(케이북스, 2012) 같은 경우가 그렇다.
보통 영화를 공부한다고 하면 영화이론과 영화사에 관한 '교과서'를 구비해놓는 게 기본이었는데, 바로 그 영화이론 교과서라 불릴 만한 책이다. 원서는 진작에 구입해놓은 터라 번역본 출간이 반갑다. 스탬은 영화이론 앤솔로지 <영화와 이론>의 공동편자이기도 하다.
초급 단계의 영화이론을 학습했다면 바로 다음에 읽어볼 만한 책이 스탬의 <어휘로 풀어읽는 영상기호학>(시각과언어, 2003)이다. 책이 출간됐을 때쯤 한번 소개한 기억이 난다. 당시엔 문화기호학과 영화기호학 관련서들이 드물지 않게 나왔었고 스탬의 책은 그중 요긴한 가이드북이었다. 그의 책으론 <자기 반영의 영화와 문학>(한나래, 1998)이 가장 먼저 소개됐었는데, 지금 다시 검색하니 절판됐다. 어디에 두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영화사 책으로 가장 많이 읽혔던 건 잭 C. 엘리스의 <세계영화사>(이론과실천, 1988)였는데, 어느새 절판된 지 오래다. 새로 나온 건 버지니아 라이트 웩스먼의 <세상의 모든 영화>(이론과실천, 2008). 원서도 6판까지 나온 걸 보면 가장 많이 읽히는 영화사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책은 <옥스포드 세계영화사>(열린책들, 2006). 996쪽에 이르는 '중량감 있는' 책이다.
거기에 더 얹어서 크리스틴 톰슨 등의 <세계영화사1-3>(시각과언어, 2000)도 과거엔 필수 아이템이었는데, 이 역시 절판된 지 오래군.
영화이론과 영화사로 들어가는 게 전공수준의 공부라면 교양수준의 영화공부도 물론 가능하다. 교과서격의 책은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현암사). 찾아보니 역자와 출판사가 바뀌었고, 얼마전 12판의 번역본이 나왔다. <영화의 이해>(케이북스, 2012). 판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아 이 역시 가장 인기 있는 교과서인 듯싶다.
그렇게 책들을 구비하고 나서 독서와 함께 해야 할일은 물론 영화를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지젝의 <삐딱하게 보기>(시각과언어, 1995)를 다시 읽는 김에 히치콕의 '전작'에 도전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전작'에 모두 도전하는 건 아니고, 구할 수 있는 작품들은 대충 다 구해서 보자는 정도다. 물론 그래도 20편은 훌쩍 넘어간다. 히치콕에 관한 책은 그간에 모아두긴 했는데, 분량 때문에 미뤄둔 패트릭 매길리건의 방대한 전기 <히치콕>(을유문화사, 2006)을 이번에 구입했다. 오래전에 간단한 리뷰를 적기도 했지만 가장 간명한 전기는 로로로 시리즈의 <앨프레드 히치콕>(한길사, 1997)이고 가장 요긴한 자료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다. 절판된 게 심히 유감스러운 책. 개인적으론 분실한 책이라 더더욱 아쉽다. 재출간되기를 기대한다. '히치콕 컬렉션'에 대해선 다음에 따로 적어야겠다...
12. 0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