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이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홍기빈의 <살림/살이 경제학>(지식의날개, 2012)을 읽다가 불가불 상기하게 된 책은 칼 폴라니의 <사람의 살림살이1,2>(풀빛, 1998)다. 오래전 서점에서 보던 책이지만 그땐 폴라니에도, 경제학에도 별로 관심이 없던 때였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고, 이유는 순전히 '폴라니 전도사'라고 할 만한 저자의 부추김 덕분이다. '돈벌이 경제학'(=주류경제학)을 거스르는 '살림살이 경제학'이란 발상도 그러하다.

 

 

내가 '살림살이 경제학' 라는 이름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칼 폴라니의 유저 <인간의 살림살이(The Livelihood of Man)>였다.(9쪽)

<거대한 전환>(길, 2009) 재번역으로 주류경제학과 마르크스경제학 사이 '폴라니 경제학'이란 사잇길의 존재를 알려준 저자에게 <인간의 살림살이>도 부탁해보는 것은 과욕일까(현재는 중고서점은 물론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저자 또한 절판된 이 책이 다시 나오는 것은 누구보다도 반가워할 것이다. 폴라니의 책은 그밖에 <초기제국에 있어서의 교역과 시장>(민음사, 1994)이 더 번역됐었지만 이 역시 절판된 지 오래다.   

 

 

 

폴라니의 책으론 홍기빈 편역의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책세상, 2002) 외에 그의 경제사상을 다룬 김영진의 <시장자유주의를 넘어서>(한울, 2009)와 J.R. 스탠필드의 <칼 폴라니의 경제사상>(한울, 1997) 정도가 남아 있다. 관련서도 더 소개될 여지가 있다.

 

 

찾아보니 <사람의 살림살이>는 영어본으로도 구하기 어려운 책이다. 살림살이, 혹은 살림/살이 경제학으로의 관심과 전환은 어쩌면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문제의식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한다면 말이다.

 

인간의 살림살이에 대한 고려를 배제한 채 더 많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법과 그에 대한 분석에 몰두하는 기존의 주류 경제학을 저자는 ‘돈벌이 경제학’이라고 규정하며, 미래에는 신자유주의의 ‘돈벌이 경제학’이 아니라 ‘살림/살이 경제학’이 개인, 가족, 지역, 나라, 나아가 세계의 경제를 조직하는 대안적 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목이기도 한 이 ‘살림/살이 경제학’은 저자가 고안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경제학은 원래가 ‘살림/살이’ 경제학이었다. 한자어 경제(經濟)가 본디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제함)에서 유래한 말이며, 영어 ‘economy’ 또한 가정관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oikonomia‘에서 유래된 라틴어 ’oeconomia‘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주장은 자연스럽다. 본디 경제학은 오늘날 같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살림/살이 경제‘가 중심 개념이었던 것이다.

 

12. 03. 24.

 

 

P.S.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홍기빈 소장의 강연행사도 있다(http://blog.naver.com/salviatea/140155510279). '저자와의 차 한 잔'을 같이 하고픈 독자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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