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가장 반가운 책은 재출간된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의 기억>(한길사, 2012)과 서인범 교수의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한길사, 2012)이다. 브로델의 책은 품절됐다가 다시 나온 것이라, 서인범 교수의 책은 한창 명대사에 꽂혀 있는 터라 생각할 것도 없이 주문을 넣었다. 그렇게 주저없이 구입한 책에는 새로 번역된 <일반언어학 강의>(지만지, 2012)와 <초현실주의 선언>(미메시스, 2012)도 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 두 권에 대해서만 컬렉터의 소감을 간단히 적는다.
먼저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번에 처음 번역된 게 아니다. 역자 김현권 교수가 해설에서 적시한 대로 오원교본(형설출판사, 1973)과 최승언본(민음사, 1990)이 나와 있는 상태다. 오원교본은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지만 최승언본은 아직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번역본이다. 개인적으론 번역용어 등에서 아쉬움을 갖고 있던 터라 이번에 대안이 될 만한 번역본이 나온 게 반갑다. 역자는 이미 발췌본 <일반언어학 강의>(지만지, 2009)를 펴내면서 완역본 출간을 예고한지라 나름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아쉬운 것은 불어본의 편집자 마우로의 주해는 빠져 있다는 점. 이에 대해서는 역자 스스로도 이렇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마우로(T. de Mauro)의 주해를 덧붙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본문의 분량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원어 인용문의 번역에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이다.(543쪽)
그 주해를 빼고도 번역본은 본문만 477쪽이니까(해설까지 포함하면 545쪽) 주해를 포함하면 800쪽이 넘어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쉽게 엄두를 내진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그 주해까지 포함한 '완벽한' <일반언어학 강의>를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편하게 구할 수 있는 영역본에도 주해는 빠져 있다).
<일반언어학 강의>와 같이 참고할 수 있는 책으론 <일반언어학 노트>(인간사랑, 2007)도 있다. 더불어 소쉬르의 생애와 그의 언어학에 대해선 김방한 선생의 <소쉬르>(민음사, 1998/2010)가 있다. 영어권의 입문서로는 조너선 컬러의 <소쉬르>(시공사, 1998)가 소개됐었다. 분량 대비로는 가장 요긴한 책이다.
불문학자 황현산 교수가 옮긴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도 예전에 <다다/쉬르레알리슴 선언>(문학과지성사, 1996)에 포함돼 일부가 번역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번역본에는 <초현실주의 제2선언>과 <초현실주의 제3선언 여부에 붙이는 전언>, 그리고 관련자료까지 모두 번역된 데다가 자세한 해설까지 첨부돼 있어서 더없이 유익한 초현실주의 자료집이 됐다. 시에서건 미술에서건 초현실주의를 이해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참고할 만한 책이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초현실주의 관련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은 할 포스터의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아트북스, 2005)인데, 포스터는 초현실주의론의 두 가지 유형으로 앙드레 브르통과 발터 벤야민을 든다. 벤야민의 <초현실주의>도 번역돼 있기에 브르통의 <초현실주의>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초현실주의운동의 맥락에 대해선 <전후 유럽문학의 변화와 실험>(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참고할 수 있다...
12. 0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