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서 '위기의 시대, 지성과의 대화'라는 기획하에 매주 수요일 해외 지성과의 인터뷰를 연재한다. 첫번째 대화자가 지젝이어서 링크해놓는다(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02/h2012020721083086330.htm). 현재 진행중인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지젝 강의에 요긴한 자료로 쓸 참이다. 덧붙여 박스기사로 나간 지젝 소개는 나도 한마디 거들었기에 옮겨놓는다.
한국일보와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공동기획한 '위기의 시대, 지성과의 대화' 는 세계적 석학들에게 최근 전세계적인 정치, 사회,경제 위기에 관해 묻고 그들의 혜안을 듣는 인터뷰 시리즈다. 지젝을 비롯해 자크 랑시에르(프랑스ㆍ철학), 가라타니 고진(일본ㆍ문학), 지그문트 바우만(독일ㆍ사회학), 악셀호네트(독일ㆍ철학), 크리스토프 멘케(독일ㆍ철학) 등 해외 지성들의 인터뷰를 매주 수요일 연재한다. <편집자주>

■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zek)은 누구
영화·SF소설 등 대중문화를 철학의 대상으로… '지젝거리다' 조어도
2000년대 한국 사회를 풍미한 사상가 맨 앞줄에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가 지난해 <실천문학> 가을호에 기고한 '포스트 근대문학의 시대, 또는 연장선에 대하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내에 출간된 지젝의 저서는 23권으로, 가라타니 고진(12권), 위르겐 하버마스(10권), 미셸 푸코(7권)를 압도한다.
1949년 옛 유고연방에서 태어난 지젝은 1972년 류블랴나대에서 철학 박사학위, 85년 파리8대학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89년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세계 철학ㆍ사상계에 파장을 일으켜 온 그는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돈나가 싱글 앨범 발표하는 것보다 더 정기적으로 책을 발표'(이현우 <로쟈의 인문학 서재>)해 이미 50여권을 출간한 그는 영화, SF소설 등 다양한 대중문화를 철학의 대상으로 끌어들인다.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는 "국내에서는 지젝의 저서가 특히 비평계에서 많이 읽힌다. '지젝거리다'는 조어가 있을 정도로 담론장에서 많이 회자된다"고 말했다. 지젝 연구자인 민승기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인문학계에서 지젝의 사유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가장 대중적인 대상에서 철학의 정수를 뽑아내고, 일상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지젝의 이론ㆍ사상적 토대는 라캉의 정신분석학과 헤겔의 관념철학, 마르크스의 이론이다. 지젝이 해석한 헤겔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하나의 닫힌 체계를 완성하는 것의 정반대 편에 있다. 정(正)도 반(反)도 아닌, 하지만 동시에 정이면서 반인 합(合)을 지향하는 변증법이다(지젝에 따르면 영화 '에일리언' 속 에일리언이 사람도 괴물도 아니면서 동시에 사람과 괴물인 것처럼). 그는 새롭게 해석한 헤걸의 변증법을 일상에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깨부수는 비판의 도구로 활용한다. 지젝의 라캉도 이렇게 해석된 라캉이다. 자기동일적 주체란 존재하지 않으며 주체란 언제나 분열된 주체, 분열된 채로 자기정체성을 구성해나가는 주체다.
민승기 교수는 "지젝은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지금 상황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생산해내는 절차를 만들고자 한다. 현실적인 문제에 개입하면서 손쉬운 해결책이 주는 이데올로기적의 함정을 지적하고 '왜 이게 문제가 되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학자"라고 말했다.
12. 02. 07.
P.S. 인터뷰 말미에서 지젝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건네는 말은 이런 것이다.
-한국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유를 시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지 말고, 전 생애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을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