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됐던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우물이있는집, 2012)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길래 한마디 적으려다가 이번주 시사IN을 읽고 방향을 틀었다. '세계의 베스트셀러' 특집이 눈에 들어서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5개국의 지난해 베스트셀러를 해외편집위원들이 전해주는 기사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의 베스트셀러는 이미 국내에도 소개돼 있길리 페이퍼로 적어둔다.

 

 

먼저 미국의 베스트셀러는 마이클 루이스의 <부메랑>(비즈니스북스, 2012)이다. 미국 금융위기를 파헤친 <빅숏>(비즈니스맵, 2010)의 속편으로 유럽 금융위기를 다룬 책이라고. 아이슬랜드, 그리스, 아일랜드, 독일에 각각 1부씩 할애하고 마지막 5부에서는 이들 나라의 금융위기를 미국과 비교한다. 권웅 편집위원은 이렇게 적었다.

루이스는 200년 이후 시작된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대형 투자사들에 의한 부실 대부금이 세계 도처의 정부와 중앙은행에 흘러들어간 이상 해당국들이 언젠가 무너질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부메랑>은 금융위기에 처한 나라들에 대한 '현장 보고서' 차원을 넘어 독자에게 '결국 이런 상황에선 일이 터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확신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반면교사가 된다.

 

 

프랑스의 베스트셀러는 팽송 부부의 <부자들의 대통령>(프리뷰, 2012)이다. 최근에 번역본이 나온 책인데, "사르코지 집권 5년을 조명한 사회학 보고서"로서 프랑스에선 1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저자들이 바로 낸 후속작이 <5년 임기, 50억>이란 책. 사르코지 집권 5년 동안 이루어진 부자 감세를 다룬 책이라는데, 감세로 인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 약 50억 유로(약 7조3500억원)에 이른단다. "부자 대통령과 동거하는 가난한 국민에게 경종을 울린 책"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참고로, 작년 1월초에 소개된 프랑스의 베스트셀러는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돌베개, 2011)였다.

 

 

 

독일의 베스트셀러로 꼽힌 책은 마르틴 베를레의 <나는 정신병동에서 일하고 있다>이다(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경영 합리화'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를 협박, 착취하고 해직시키는 경영주의 회사를 저자는 '정신병동'이라고 부른다. '유럽의 모범생'이라는 독일 기업에서도 온갖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고. 독일의 저명한 '비즈니스 코치'라는 저자의 책은 국내에도 몇권 소개돼 있다.

 

 

 

중국의 지난해 베스트셀러는 장웨이웨이의 <중국의 물결: 문명형 국가의 흥기>다(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중국의 정치적 후진성에 대한 서방의 비난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책이라고. 제목에서부터 그런 인상을 받을 수 있는데, 저자는 중국이 질적인 면에서 여타 국가와 다르며 문명형 국가인 중국의 흥기는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단다. 중화주의적 색채가 농후한데,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충족시켜준 덕분인지 지난해 베스트셀러 톱10에 올랐다 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는 이와사키 나쓰미의 <만약 고교야구의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이 꼽혔다. 국내엔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동아일보, 2011)이라고 소개된 책이다. "고교 2학년생인 여자 주인공이 야구부 매니저를 맡게 된 후 팀을 전국 고교대회가 열리는 고시엔에 출전시키기 위해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고 팀을 하나씩 개혁해간다는 내용"이라고. 아주 '일본스러운' 만화이다. 덕분에 지난헤 일본에선 피터 드러커 붐이 일었다고.  

 

 

 

그러고 보니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어떤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궁금하다. 국내에선 그런 소식도 편하게 알려주는 지면이 없어서 아쉽다...

 

12.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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