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이 출간됐다. <마오의 독서생활>(글항아리, 2012). 중국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이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엿볼 수 있게 한다. 개인적으론 <레닌의 독서생활> 같은 책은 나온 게 없나 궁금해진다...
경향신문(12. 01. 14) 책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고 혁명의 이론 찾은 ‘독서광 마오’
그를 만난 책들은 피곤에 절었을 게 분명하다. 밑줄은 기본이다. 동그라미, 점, 삼각형, 의문부호 등 온갖 표시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여백도 짤막한 평들로 메워 가만두지 않는다. 마오쩌둥이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주는 책이다. 마오와 함께했던 동지와 비서, 도서실 관리자, 영어교사 등 측근 8명이 생생한 육성으로 전한다. 마오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마오의 독서에 대한 철학부터 여백에 메모하고 평가하는 습관, 저자들과의 서신 토론 및 담화, 서재 풍경, 이동할 때의 책읽기까지 마오의 평생독서를 그렸다. 1부는 고전, 문학, 역사, 신문 및 잡지, 영어공부를 다뤘고 2부는 마르크스·레닌 저작, 철학, 자연과학 등을 담았다. 육필원고, 책에 남긴 표시, 저자와의 서신 등 수많은 도판 자료가 이해를 돕는다.
책은 자신이 읽고 배운 지식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중국의 것으로 확대하려 했는지에 주목한다. 한 혁명가의 단순 독서론으로만 볼 수 없다. 역자의 말처럼 마오쩌둥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 역정에 현대 중국의 역사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마오에게 책은 그림자였다. 혁명전쟁도 그를 책에서 떼어내지 못했다. 식음을 전폐하면서까지 읽은 책을 측근들에게 권유했다. 독서 범위도 광대했다. 이는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내가 다시 10년을 더 살고 죽는다면 9년 359일을 배울 것입니다.”
마오가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중국을 바라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그는 민중의 소극적이고 뒤떨어진 정신상태를 질책한 루쉰을 좋아했다. 그가 보기에 루쉰은 “암흑과 폭력의 공격에서도 독립적으로 버텨낸 한 그루의 큰 나무”이자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이며 철저한 유물론자”이다. 마오는 연설, 담화, 저작을 통해 아Q를 자주 언급했다. 혁명을 허락하되 <아Q정전> 속의 가짜 양놈 노릇을 해서는 안되며 아Q혁명을 허락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또 문건을 쓸 때는 <아Q정전>처럼 통속화하고 구어화할 것을 주문했다.
‘수불석권’이란 마오쩌둥에게 어울리는 성어다. 그는 문학책, 역사책, 마르크스·레닌의 저서, 철학책을 읽으며 줄을 치고 메모했다. 그는 또 <홍루몽>을 ‘역사’로 읽었다. 봉건사회의 계급투쟁을 묘사한 소설로 간주하며 호평했다. 그는 홍루몽의 저자 조설근이 살던 시대는 “소설 속 가보옥처럼 봉건제도에 불만을 가진 인물들의 시대”라며 <홍루몽>에서 묘사된 4대 가족의 쇠망을 통해 봉건통치계급의 쇠망을 이해하려 했다. 마오는 <금병매>도 높이 평가했지만 “다소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홍루몽>과는 달리 “주로 암흑을 폭로하기만 했”다고 비교한다. 그는 조카손녀에게 “네가 <홍루몽>을 읽고자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봉건사회를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론서나 역사서 탐독은 당연했겠지만 문학작품에까지 애착을 보인 건 왜일까. <홍루몽>처럼 봉건사회의 구체적 생활상을 묘사한 문학작품을 읽어야 봉건사회에 대해 세밀하고 생동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이론서 같은 것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마오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했다. 간부라면 마르크스·레닌 저작을 읽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특히 레닌의 저작을 중점적으로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마오는 레닌의 책으로부터 식민지, 반식민지 국가에서 민주혁명을 진행하고 또 민주혁명에서 사회주의 혁명으로 바뀌는 이론을 찾았다. 중국의 실제와 밀접하게 연계시키며 반복적으로 읽었지만 그는 훗날 마르크스·레닌 저작 속의 일부 논점을 교조화하고 심지어 오해까지 해 막중한 손실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오가 모든 방면의 책을 섭렵한 것은 아니다. 외국 문학과 경제 분야의 책, 특히 생산의 사회화에 관한 외국 서적은 읽은 것이 적다고 한다. 그는 또 자연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끝까지 이를 견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주의 개조가 기본적으로 완성된 후 그는 갈수록 “계급투쟁 중심으로” 할 것을 강조했고, 자연과학을 중시하는 사상은 희석됐다. 이런 추세는 10년간의 ‘문화대혁명’으로 변질됐고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줬으며 과학 발전도 저해했다고 저자는 평한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마오는 맹자의 한마디를 즐겨 인용했다. “<서경(書經)>을 그대로 다 믿는다면 <서경>이 없느니만 못하다.” 독서를 즐기되 책을 맹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마오의 단면이 엿보인다. ‘사다(四多)’, 즉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많이 묻는 마오의 습관에 밑줄이 그어진다. 세계든 자신이든 혁명하려면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는 얘기다. 1986년에 같은 제목으로 출판됐고 이 책은 2009년판을 완역한 것이다.(고영득기자)
12. 01. 14.
P.S. 마오에 관한 책은 다수 출간돼 있다. 평전들 외에 지젝이 엮고 해제를 붙인 <마오쩌둥>(프레시안북, 2009)에 특히 눈길을 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