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나온 학술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걸출한 두 기호학자의 책이다. 김수환의 <사유하는 구조>(문학과지성사, 2011)는 러시아의 문화기호학자 유리 로트만에 대한 연구서이고, 같이 나온 책이 프랑스의 영화기호학자 크리스티앙 메츠의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1,2>(문학과지성사, 2011)다.

 

 

 

<사유하는 구조>의 저자 김수환 교수는 국내 유일의 로트만 전공자이기도 한데, 이미 로트만의 <기호계>(문학과지성사, 2008)를 우리말로 옮긴 바 있다. '유리 로트만의 기호학 연구'를 부제로 달고 있는 <사유하는 구조>는 로트만의 학문세계에 대한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포괄적인 해설서로서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로트만 기호학 번역서로는 <문화기호학>(문예출판사, 1998) 등을 더 참고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바흐친과 자주 비교되는 거물급 학자이지만 영어권에서도 로트만에 대한 연구는 드문 편이다. <문화와 폭발>(1992)은 1993년 세상을 떠난 로트만의 마지막 저작인데, <사유하는 구조>의 마지막 장도 이에 맞추어 '로트만의 폭발'이란 주제에 할애돼 있다.

 

 

 

사실 한번 소개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로트만의 <러시아 문화에 관한 담론1,2>(나남, 2011)도 번역돼 나온 터여서 로트만 수용에 중요한 전기가 될 만한 해이다. 아직 소개돼야 할 책, 이미 소개됐지만 절판된 책이 여럿 더 있지만 이 정도면 출발점으론 부족하지 않다.

 

 

참고로, 다른 페이퍼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로트만의 영화기호학에 대해서는 <영화의 형식과 기호>(열린책들, 2001), <스크린과의 대화>(우물이있는집, 2005) 등이 소개됐었다. 영어판 <정신의 우주>는 <문화기호학>(문예출판사)의 대본이다.

 

 

영화기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메츠는 로트만보다는 9년 늦게 태어났지만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다(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에 나온 논문집 두 권은 <상상적 기표>(문학과지성사, 2009)와 세트로 묶인다. 생전에 여섯 권의 저작을 남겼다고 하니까 얼추 절반이 우리말로 옮겨진 셈이다. 영어로는 아래 두 권으로 갈무리돼 있다(한때 영화학도들의 필독서였다).

 

 

1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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