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북리뷰를 훑어보다가 지난달에 미처 챙기지 못한 기사를 뒤늦게 옮겨놓는다. 한국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다룬 두 권의 책을 다룬 기사다. 자본주의 비판서와 마르크스주의 설명서가 이주의 책들인 걸 고려하면 요즘의 한 트렌드가 보인다. 지주형의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책세상, 2011)과 문지영의 <지배와 저항 - 한국 자유주의의 두 얼굴>(후마니타스, 2011)도 그런 배경하에서 같이 읽어봄직하다.

 

한겨레(11. 11. 30) 한국판 신자유주의·자유주의의 두 얼굴

 

‘자유주의’가 새삼스럽게 화두다. 역사교과서를 두고서는 ‘자유주의’가 앞에 붙은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따져봐야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서는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흘러오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서구로부터 이식된 것’이라는 피상적인 인식을 넘어,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잡았는지 적극적으로 풀이해내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때마침 신자유주의와 자유주의라는 개념의 ‘한국적 맥락’을 파헤친 책이 각각 나왔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지주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 써낸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책세상 펴냄)은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 정착한 과정을 총체적으로 추적해 정리한 책이다.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는 ‘달러-월스트리트’ 체제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지배 블록 등으로 뒷받침되며, ‘금융화’를 그 핵심으로 삼는다고 알려져 있다. 지은이는 이런 밑그림에다 ‘위기 관리의 과두적 지배’라는 한국적 맥락을 연결시켰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1970년대 말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도했던 엘리트 관료들이 있었고, 이들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펼치게 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국의 지배적인 자본축적 전략이었던 ‘개발국가’ 모델이 그 생명력을 다해가는 과정에서, 소수의 관료가 주축이 되어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1979년 ‘경제안정화 시책’ 등에서 볼 수 있듯, 당시 강경식 경제기획부 기획차관보, 김재익 경제기획원 기획국장, 김기환 경제기획원 장관 보좌역 등은 물가안정 및 시장개발을 중심에 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구했다. 당시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된 그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민주화 뒤 ‘전문 관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서서히 부활했고,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한다. 강경식씨는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으로 복귀했고, 김기환씨는 대외경제협력담당 특별대사로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에 핵심적 구실을 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신자유주의적 전환은 오늘날 ‘한-미 자유무역협정’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은이는 “한국 경제의 모습을 현재와 같이 만들고,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방해하는 각종 자유무역협정과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한 것은 바로 이들 소수 권위체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결정과 행위”라고 비판한다.

곧 개발국가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목에서 관료-재벌-초국적 자본으로 이뤄진 ‘과두 권력’이 신자유주의라는 카드만을 내밀고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독과점 폐지와 민주주의의 확대”라고 강조한다. 현재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집회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문지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쓴 <지배와 저항-한국 자유주의의 두 얼굴>(후마니타스 펴냄)은 자유주의의 한국적 맥락을 밝힌 책이다. 지은이는 그동안 자유주의를 ‘부르주아 계급 이념’ 정도로만 치부했던 경향을 비판하며, 한국 자유주의에는 ‘지배와 저항’ 양면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배층의 공식적인 지배 이념이기도 했지만, 이에 대항하는 ‘저항적 자유주의’로 발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개화기 때부터 근대국가 수립 등을 목표로 투쟁했던 지식인들의 주체적인 노력들 속에서 한국 자유주의의 흐름을 꿰어본 지은이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사유가 개인보다는 민족·민중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국가를 중시하고 안보의 가치에 민감한 것 등 서구 자유주의와 구분되는 한국적 자유주의의 특징이 있다”고 정리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정치적 자유주의’와 함께 복지·분배 정의를 요구하는 ‘경제적 민주주의’가 나란히 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정치적 자유주의를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경제적 자유주의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는 한국적 자유주의의 흐름과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거부하는, ‘맞지 않는 이념’이 된다. “단순한 경제적 자유주의나 서구적 개인주의는 한국에서 자유주의의 강화가 아니라 변질 내지는 퇴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은이는 저항적 자유주의를 반공주의에 기댄 지배 이념으로서의 자유주의로부터 분리시키고,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원형 기자)

 

11. 12. 16.

 

P.S. 신자유주의에 대해선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과 같은 글로벌정치경제(GPE) 시리즈로 나온 장석준의 <신자유주의의 탄생>(책세상, 2011)도 읽을 거리다.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한울, 2010)은 신자유주의의 간략한 역사를 다루며,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시대의창, 2009)는 '절망으로 가는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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