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혁 요구를 담은 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인데, 이번주 관심도서 두 권도 그런 흐름을 보여준다. 사회학자 예란 테르보른의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홍시, 2011)와 우리에겐 <긍정의 배신>(부키, 2011)으로 소개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오! 당신들의 나라>(부키, 2011)가 그 두 권의 책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나라' 말고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한국일보(11. 12. 10) 불안한 현실, 보고만 있을 것인가… 행동하라

 

중동의 여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1%의 가진 자를 위해 99%가 희생하는 현실에 분노하는 미국 시민들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나 국내에서 주권 침해 여부로 논란이 가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운동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 흐름이 된 '세계화(Globalization)'의 상호의존성과 맥이 닿아있다. 세계화는 시장만능주의와 뒤엉키면서 계층간 불평등을 확산시켰지만 동시에 전 세계적인 이슈를 공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구의 수명을 단축하는 탄소배출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이뤄지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스웨덴 출신인 저명한 사회학자 예란 테르보른은 이 책에서 향후 10년간 세계의 공통 과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변화는 서구중심주의와 미국 패권주의 시각을 경계하고 세계의 다양성과 불평등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앞으로 자본주의가 시험대에 오르며, 이슬람 국가와 서구 국가간 대립이 첨예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아시아와 모습에 대한 예측도 구체적이다.

철학자 니체는 '미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저자 또한 미래를 알기 위해 고대문명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일어난 세계화의 양상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교육 노동 결혼 등 인간의 전 생애과정을 역사적ㆍ사회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깊이도 보여준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테르보른은 조언한다. "한국의 문제는 한국인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수많은 한국인들의 고단한 생애과정은 하나의 중대한 과제로 대두됩니다. 이 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이 세계에 대한 장기적 전망의 부재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현실을 그저 관망하는 객체가 아닌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우리 손에 달렸다.(이인선기자)

 

 

 

경향신문(11. 12. 10) 이미 2년 전 1%의 꼼수를 분석 ‘월가 점령’ 주장

 

저서 <긍정의 배신>에서 자본주의와 긍정주의의 은밀한 공생을 까발린 그가 이번엔 ‘1%의 배신’을 정조준했다. 반박과 조롱, 풍자를 실탄으로 장전했다.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을 그렸다. 구조조정하면서 게을러서 실업자가 된다고 말하는 그들, 회사 주가가 떨어져도 거액을 챙기는 그들, 불법체류자를 실업률 증가의 원인이라면서 집에선 불법체류자를 부려먹는 그들, 가난한 아이들의 무상진료는 막으면서 애완견에게 항암치료를 해주는 그들, 상냥하게 대출을 권할 땐 언제고 눈 깜짝 안 하고 집을 빼앗아가는 그들…. 현실을 못 보게 만드는 그들의 ‘꼼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긍정주의가 세계 금융위기를 자초했음에도 반성은커녕 되레 몸집을 키우고 있음을 지적한 <긍정의 배신>과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의 현실로만 받아들이기엔 공감 가는 얘기가 많다. 아웃소싱과 대량해고의 쓰나미를 맞은 중산층은 날로 오르는 의료비, 연료비, 대학등록금을 대기 위해 버둥댄다. 빚을 갚기 위해 집을 담보로 다시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 임금은 떨어지고 의료보험료가 치솟자 보험을 포기하고 진통제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었다. 부자도 층이 갈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상류층은 고급 매장에서 쇼핑하는 그저 그런 부자들과, 다른 이를 시켜 쇼핑하는 초부유층으로 나뉘었다는 것. 부의 정점에 선 그들은 “로마제국 이래 유례가 없는 사치”를 누리고 있다.

 



이 책은 가진 자들이 정치·경제·사회정책을 이용해 어떻게 중산층과 빈민층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작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은 이 책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복잡한 경제 메커니즘이 술술 풀린다. 소설과 같은 표현은 읽는 속도감을 더한다. ‘스파이’를 보내 직원들을 스토킹하고 심문하는 월마트의 행태를 “냉전 스릴러”에 비유하며 “지극히 폭력적인 형태의 독재”라고 쏘아붙인다.

대학들의 학자금 대출 장사를 언급하는 대목은 웃음, 통쾌, 분노를 유발한다. “여러분의 진정한 목표는 무의미한 청춘의 자유를 뿌리치고 빚의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우리는 방금 등록금을 인상했습니다. 우리 대학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여러분은 초일류 채무자가 되어…. 여러분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건 2009년이다. 저자는 채무자들의 피와 눈물로 배를 불리는 그들에 대항해 “우리 모두 월스트리트로 행진해 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 2년 후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정부는 경제정책에서 불평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그래야 추락한 사람들이 무덤으로 직행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 ‘복지’라는 단어가 너무 급진적으로 생각된다면 ‘생존권’으로 부를 것을 권한다.

강탈과 착취, 탐욕으로 얼룩진 1%의 얘기로 구린내가 나지만 99%의 심정을 시원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는 1%에 맞서 ‘아는 게 힘’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저자는 위장취업해 저임금 노동현실을 체험하는 등 “빈곤의 골짜기” 실상을 고발해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다.(고영득 기자)

 

11. 12. 10.

 

 

 

P.S.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의 저자 예란 테르보른은 오래전에 <권력의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의 권력>(백의, 1994)이란 얇은 책으로 처음 소개됐었다. '괴란 테르본'이란 이름으로. 스웨덴식으로 불러준 게 '예란 테르보른'인 듯싶다. 현재는 케임브리지대학의 사회학 교수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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