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책&(400호)에 실은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소셜미디어'가 주제이고 세 권의 책에 대해 간략히 적었다. 주로 언급한 책은 클레이 셔키의 <많아지면 달라진다>(갤리온, 2011)이다.  

책&(11년 11월호) 실시간 소통의 혁명

세계인구 70억 시대가 됐다. 2000년에 60억명을 돌파한 지 11년만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70억 인구 시대는 ‘지구사’에서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시대다. 지난 1750년 세계인구가 8억 명 수준이었고 1950년에 25억 명이었던 걸 고려하면 우리가 얼마나 ‘예외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인구가 많아지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늘어나는 인구만이 사회변화의 동력은 아니다. 새로운 발명과 기술적 진보 또한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다. 예컨대 최근 10년간 우리의 일상생활과 소통방식을 가장 파격적으로 변화시킨 소셜미디어가 그렇다. 과연 지금 우리 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저자인 IT전문가 클레이 셔키는 <많아지면 달라진다>(갤리온)에서 우리 시대 변화의 핵심을 ‘새로운 대중의 탄생’으로 보고 역사적 사례와 견준다. 산업화 초기였던 1720년대 영국의 런던은 도시 전체가 술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도시생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시름을 달래기 위해 진을 마셔댔기 때문이다. 하나의 도시 현상으로서 ‘진 열풍’은 사람들이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이었고 사회 구조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잠잠해졌다. 이어서 산업화 시대에서 탈산업화 시대로의 전환기에 사람들이 진 대신에 빠져든 것은 시트콤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여가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이 시간을 텔레비전 시청에 할애했다. 텔레비전 시청은 고독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활동을 감소시키고 대인간 접촉을 줄게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미국인이 일 년 동안 텔레비전 시청에 쓰는 시간은 대략 2000억 시간이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동적 문화소비에 반기를 든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 새로운 전환이 마련된다.  

클레이 셔키는 이 전환의 두 가지 배경으로 전 세계의 교육받은 인구 사이에서 연간 1조 시간이 여가시간이 생겨난 것과 자신이 관심을 가진 활동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공공 미디어가 발명‧확산된 것을 든다. 즉 소셜미디어의 발명과 그것을 적극 활용하는 세대의 등장이 우리 시대를 과거와는 다른 시대로 호명하게 해준다. 텔레비전을 덜 보는 대신에 지금의 젊은 세대는 빠른 대화형 미디어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견하며 행동한다. 저자는 네 살짜리 딸과 DVD를 보던 친구의 얘기를 들려주는데, 화면을 보던 아이가 갑자기 화면 뒤쪽으로 가 뭔가를 찾더라고 한다. “왜 그러니?”라는 물음에 아이는 “마우스 찾아요.”라고 대답했다. ‘마우스가 없는 화면’은 뭔가 빠진 걸로 간주하는 세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던 세대와는 분명 다르게 세상을 지각할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바로 그런 세대를 새로운 대중으로 합쳐놓는다. 그들이 가진 ‘1조 시간’과 ‘인지 잉여’, 곧 ‘남는 머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어쩌면 아직 상상할 수 없는 변화의 문턱에 우리는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소셜미디어 전략 컨설턴트인 제이 베어와 애버 나스룬드는 그러한 변화를 ‘실시간 혁명’이라고 부른다. <실시간혁명>(더숲)에서 저자들은 급변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기업과 조직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충고한다.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와 함께 현행 비즈니스 문화의 철저한 개조를 요구하는 이 혁명적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기지, 인간화, 소셜미디어의 포용 같은 것들이다. 예컨대 음악가 데이브 캐럴이 유나이티드 항공의 처사를 고발한 유튜브 비디오를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자 그가 가진 기타의 브랜드 회사인 ‘테일러 기타’는 나흘 만에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수었네>라는 노래에 대한 테일러 기타의 반응’이란 제목의 2분짜리 비디오를 올려서 망가진 기타가 어떻게 수리되는지를 보여주었고 열띤 호응을 얻었다. 적극적인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기업의 이미지를 단시간에 제고시킨 대표적 사례다.   

소셜미디어의 폭발적 확산은 소셜미디어의 ‘소리 없는 혁명’을 학문적 차원의 연구대상으로도 만든다. 설진아 교수의 <소셜미디어와 사회변동>(커뮤니케이션북스)은 소셜미디어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사회변동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의 국내외 선거를 통해서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고, 저자 또한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에 주목한다. 문제는 기존의 선거법이 새로운 매체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불합리한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소셜미디어와 선거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숙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변화의 물꼬는 제도 개선의 수준을 넘어서 곧 사회구조 변혁에까지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실시간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1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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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2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국사람 2011-11-12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위 내용과는 상관이 없지만 이명박 자서전이 나와서 올립니다.
The Uncharted Path: The Autobiography of Lee Myung-Bak.
http://www.amazon.com/Uncharted-Path-Autobiography-Lee-Myung-Bak/dp/1402262914,
아마존 서평 별5개 3개, 별1개 28개
청와대 자금으로 출판했을텐데 국민세금 엄한데 쓰는 짓 계속하는군요. 자서전을 자기 임기중에 출판하는 미국 대통령은 본 적이 없는데 이 양반은 임기 끝나면 감옥에 가 있을까봐 이러는지.....
욕먹을 짓은 이렇게 골라가며하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로쟈 2011-11-12 10:18   좋아요 0 | URL
한 '캐릭터'하는 양반이죠. 제목대로 Uncharted Path를 가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