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오늘의책'이 어떻게 선정되는지 모르겠지만 10월의 마지막날 '오늘의책'에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2010)가 올라왔기에(http://book.naver.com/bookdb/today_book.nhn?bid=6365013) 기념으로 스크랩해놓는다(기억엔 <로쟈의 인문학 서재>도 언젠가 선정된 바 있다). 글쓴이는 드보르작님이다. 덧붙이자면, <책을 읽을 자유>가 올해의 우수교양도서 410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고 오늘 발표됐다. 

 

오늘의책(11. 10. 31) 인터넷 서평꾼의 십년간 책읽기의 기록

필요하다. 책을 읽을 자유. 생계 때문일까. 이 땅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다 보면 언제나 책 읽을 시간이 반 토막이 난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이럴 때 포기하지 않는 사람, 책 읽기를 직업으로 한다는 인터넷 서평 꾼 로쟈를 만나보자. 그에게 책은 밥이다. 맛이 있든 없든 먹어야 사는. 이 책은 지난 십 년간 책 읽기의 기록이다. 스타킹보다 책에 대한 페티쉬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혹자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인문학 이유식, 떠먹여 주기 식이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닥치는 대로 먹자, 이유식을 먹고 크면 언젠가 갈비도 뜯을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이 안에는 무려 150여 권이 넘는 책들이 등장한다.  

행복이란 무엇인 가에서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까지 저자의 관심은 광범위하다. 먼저 현대 사회에 대한 접근으로 시작할까.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사회란 상품의 사용가치보다 과시하기 위한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과시적 소비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남들보다 더 대단한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행복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 ‘행복의 신화’는 ‘행복’을 계량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현대 사회가 모든 것을 상품화할 수 있다는 '불가능한 믿음'을 가져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 그리고 ‘낙오자’와 ‘성공한 자’밖에 없는 거대한 ‘수용소’(조르조 아감벤, [호모사케르])에서 살고 있다. 이 사회는 그 둘이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사회를 고민하지 않는 사회라고 할까. 경제학의 전제는 사회가 개인으로 구성돼 있고, 그들은 최소한의 희생과 노력을 통해 최대의 만족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는 개인에게 무의미하거나 걸림돌이 되고 만다. 개인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다. 사회 또한 개인을 돌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 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거나 실현된 사회는 없다. 억압적 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만을 허용할 것이다. 그런 사회라면 정치는 필요 없을 것이다. 상탈무페([정치적인 것의 귀환], [민주주의의 역설])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협은 적대가 아니라 합리성과 중립성을 가장한 ‘합의’이다. 민주주의를 특징짓는 것은 제비뽑기, 즉 통치할 자격의 부재(랑시에르,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이다.  

아감벤([목적 없는 수단])의 진단에 따르면 정치권력은 항상 벌거벗은 생명을 분리하고 추출해내는 데 기초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역에 노숙자들을 쫓아낸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 있었다. 아감벤이라면 이러한 현실 정치에 저항하기 위해 목적으로부터 해방된 삶 즉, ‘목적 없는 수단’으로서의 삶을 주장했을 것이다.  

이런 삶을 단순히 비정상적인 삶이라고 단죄할 수 있을까. '정상'과 '비정상', '미'와 '추'는 어떻게 나누어 지는가. 움베르트 에코([추의 역사], [미의 역사])에 따르면 모든 아름다움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추함은 제각각이어서 더 풍부하고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똑한 코는 하나지만 뭉툭한 코, 넙적 코, 매부리코, 비뚤어진 코, 술주정뱅이의 코 등 한결 다채롭지 않은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전복)이다. 어쩌면 예술이 필요한 것일 수도. 우리에겐 뒤샹('샘')도 필요하고 마그리트('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예술, 문학, 한국 역사 등을 망라해 지은이의 비판적 안목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지면상의 제약이 있어 아쉽다. 여러모로 유용한 책이다. 어려운 책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아 대학생부터 누구나 읽을 수 있을 듯하다.  

1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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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1 0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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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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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1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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