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조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윌리엄 이스털리의 <세계의 절반 구하기>(미지북스, 2011). 기사에 나오는 대로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 21세기북스, 2006)과 같이 읽어볼 만하겠다..


연힙뉴스(11. 10. 16) 책상머리 원조 보단 발로 뛰는 원조 하라
"백인의 짐을 져라 / (중략) / 반은 악마, 반은 어린애 같은 / 당신들의 새 백성을 위해 / 무거운 갑옷을 입고 가라"
영국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의 시 '백인의 짐(The white man's burden)'은 극렬한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그의 제국주의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다. 그는 "반은 악마"나 다름없는 야만적인 식민지인들을 돕는 것이 백인의 의무라고 말하는 이 시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헌정해 미국의 필리핀 식민 지배를 찬양하기도 했다.
윌리엄 R. 이스털리 미국 뉴욕대 교수는 키플링의 시 제목을 그대로 빌린 책 '세계의 절반 구하기'(미지북스 펴냄. 원제 'The white man's burden')에서 오늘날 서구의 국제원조 방식이 20세기 제국주의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명한 저서 '빈곤의 종말'에서 세계의 빈민들이 부실한 보건과 교육, 인프라 등이 서로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빈곤의 덫'에 걸려있다고 진단하며 이 빈곤의 덫을 제거하는 것이 보기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세계 부자 국가들이 외국 원조를 대폭 끌어올리자는 것이 그가 제시한 해법이었다.
그러나 이스털리는 이 책에서 빈곤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삭스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빈곤의 덫'이 실제로 검증되지 않은 신화이며, 이른바 '빅 푸시(Big push)'로 불리는 대규모 원조가 가난한 나라들을 성장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빅 푸시의 예상과는 반대로, 통계상 원조를 많이 받는 국가들은 원조를 적게 받는 국가들보다 도약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90쪽)
무엇이 문제일까. 서구가 지난 50년간 대외 원조로 2조 3천억 달러를 지출했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의 빈곤국가 아이들이 12센트에 불과한 말라리아 예방약과 4달러짜리 모기장을 제공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서구 국제원조가 '계획가'들의 거대한 '계획'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대외 원조에서 계획가들은 선한 의도를 표방하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 (중략) 계획가들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17쪽) 더욱이 그는 서구의 민주주의나 시장경제가 아무리 좋다한들 그것을 전혀 다른 사회에 하향식으로 부과하려는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계획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옛말을 새삼 되새기며 굶주리고 있는 세계의 절반을 모른 척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스털리는 '계획가' 대신 '탐색가'적인 시각으로 국제 원조에 나서야한다고 제안한다. 계획가들과 달리 탐색가들은 밑바닥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무엇이 필요한지를 발견하고 수혜자들의 만족도까지 파악한다. 요컨대 계획가들의 원조는 책상머리에서 나온 '하향식'이고, 탐색가들의 원조는 발로 뛰는 '상향식'이다. 그러니까 이스털리의 견해대로라면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난 구제는 나랏님'은' 못한다"는 식이다.
이 책에는 이런 탐색가의 원조가 성과를 거둔 여러 사례들이 제시된다. 탐색가들의 원조에 힘입어 비서구 지역의 빈곤 국가들이 스스로를 도운 사례들이다. 그는 "비서구 지역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동안, 계획가들의 지구적 사회 공학은 빈민 구제에 실패해왔고, 이는 계속 실패할 것"이라며 "계획가들은 지난 60년 역사로도 충분할 것이다. 지금은 탐색가들에게 기회를 줄 차례"라고 말했다.(고미혜기자)
11. 10. 16.



P.S. 인도주의 내지 인도적 개입문제를 다룬 책들도 몇 권 골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