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앞세운 시위로 미국이 들썩이고 있다 한다. “아랍의 봄에 응답해 미국의 가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금융)자본주의의 탐욕과 횡포에 대한 분노가 이젠 '세계화'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간지마다 '위기의 월가'를 앞다투어 기획기사로 다루고 있는데, 우리라고 변화의 파고에서 예외가 아니다. 바야흐로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에 화답하듯 경향신문에서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을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뭉뚱그리자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비등점에 도달한 게 아닌가 한다. 관련기사들을 스크랩해놓는다. 이달의 서울시장 보선은 변화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경향신문(11. 10. 04) 장하준 “불안한 경쟁 사회,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48·경제학)는 자신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서문에서 “200년 전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고 100년 전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다”며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를 찾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최근 한국 경제에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30일 장 교수와 인터뷰하며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 경제에 새로운 사회계약’은 어떤 것이며 왜 그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어느 사회나 암묵적인 사회계약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암묵적 사회계약이) 생겼고 이후로 한 번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선택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미국이나 브라질처럼 어려운 사람한테만 선별적으로 복지를 하고 시장 논리에 철저히 따르는 ‘원조 자본주의’식으로 갈지, 세금을 많이 걷어서 불평등을 줄이는 유럽식으로 갈지 둘 중 하나다. 국민들은 이제 ‘바람직한 사회’가 뭔가 하는 생각을 해봐야 하는 단계가 됐다. 낙오자들은 죽건 말건 알 바 아니다, 사회가 그렇게 갈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 과거 2개의 암묵적 사회계약이 있다고 했는데, 무엇이었으며 어떤 변천과정을 겪었나.

“첫번째는 한국전쟁 이후 정부가 보호무역, 보조금 등을 통해 ‘개발’이라는 대전제 아래 우리 기업을 외국 자본으로부터 보호해준 시스템이었다. 토지개혁을 통해 소농을 보호하고 큰 점포의 입점 규제 등을 통해 소매상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노동자들에게는 종신고용이란 보호장치를 만들어서 주류 경제에서 탈락한 사람들도 생존할 수 있게 해줬다. 그땐 복지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평등을 유지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재벌들이 시장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더니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첫번째 체제가 완전히 깨졌다. 사회 전체가 시장주의로 전향해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종신고용이 깨졌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리해고가 늘면서 고용안정성이 줄어들었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농민보호장치가 무너지고 소상인들은 대기업들이 소매업에 진출하면서 심한 압박을 느꼈다.”

- 현재의 경제·사회적 모순과 불평등, 혼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경쟁이 중요하다 하면서 10~15년 해보니까 어땠는가. 모든 사람이 불안하고 모든 국민이 불행하다. 이래서는 사회가 지탱이 될 수 없다. 한 번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고 실업 기간 동안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고, 가족들이 병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틀이 있지 않으면 사람들의 직업 선택이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에 청년들이 다른 직종보다 의사나 공무원 취업에 몰렸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그렇다. 앞으로는 과학기술을 가지고 먹고살아야 하는데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공대, 자연대에 안 간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멕시코를 제외하고 사회복지 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에 들어간다. 이를 고쳐야 한다.”

- 한국 기업생태계는 대기업 위주로 왜곡돼 있다. 사회계약을 다시 쓴다면 경제구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기업들이 엔진 역할을 하는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대기업도 정부의 보호와 도움으로 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이는 법인세나 소득세 등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 부분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분야다. 중소기업 문제는 단순히 효율성만 고려할 순 없다. 미국에서 쇼핑센터들이 자꾸 외곽으로 나가 도심 공동화(空洞化)가 됐는데 일반적인 시장주의 논리에서 보면 도시가 죽는다는 부분은 계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론 굉장히 큰 비용이다. 도태된 중소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이를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단기적인 이윤 계산으로만 돌아간다.”

- 저출산은 한국 사회의 기반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다. 사회계약과의 상관성도 높다고 보는데.

“한국은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다. 육아·교육 여건이 어려워서 그렇다. 이렇게 30~40년 지나면 (외국인들이 많아져서) 한국은 유전자적으로 한국인이 (주류가) 아닌 사회가 된다. 사회가 다문화로 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도 이민 와서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다문화, 다인종에 대해 ‘질색팔색’하는 분들이 복지국가엔 반대하고 있다. 모순적이다. 이민을 받아들이든지, 복지국가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애를 낳아 양육하기가 얼마나 어려우면 우리 여성들이 일종의 출산 파업을 하겠는가. 복지국가는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회계약을 다시 쓰지 않으면 사회갈등도 커지고 경제 활력도 떨어진다. ‘우리나라가 무엇인가’ 하는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심혜리 기자)   

한국경제(11. 10. 05) 젊은층 분노의 깃발 들다

실업난과 생활고에 분노한 미국 젊은이들의 월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3주째로 접어든 시위는 지난 1969년 뉴욕의 전원도시 베델 평원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모여 사랑과 평화를 갈구했던 록페스티벌 우드스탁에 비유돼 ‘월스트리트의 우드스탁’으로 불릴 정도로 큰 상징성을 갖게 됐다.

이번 시위는 금융위기를 초래해 수많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으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고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월스트리트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시스템에 대한 좌절을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의 바탕에는 글로벌 금융자본의 횡포 및 세계화에 대한 뿌리 깊은 저항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과거에도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은 존재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깊은 불황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재정적자와 증세를 둘러싼 미 정치권의 대립도 이러한 갈등을 고조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를 초단위로 넘나드는 금융자본의 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세계경제를 한꺼번에 위기에 빠뜨리고 대중을 피폐하게 만드는 불안정한 삶에 대한 염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금융사들은 밑 빠진 둑에 물 붓기 식으로 여전히 위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부담은 정리해고나 임금 삭감 등을 통해 힘없는 일반 국민들만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이번 시위의 목표는 월가를 피고인석에 앉히는 것이었다. 월가는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자기 집에서 내쫓긴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다. 미국의 실업률은 9%를 웃돌고 있으며 구직단념자까지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6.2%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어 수많은 젊은이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한 채 좌절을 맛보고 있다.

중소기업ㆍ자영업자들의 좌절도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또 금리는 낮지만 은행 대출의 문턱은 크게 높아져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경제신뢰도는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월가는 ‘대마불사’라는 모럴해저드 속에 정부로부터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았으면서도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고 있다. 고위임원들은 무능한 경영에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스톡옵션과 현금 등으로 막대한 현금을 챙기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또 위기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개혁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딴죽을 걸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3일 벌어진 시위에서 월가 금융기업을 상징하는 ‘좀비부대’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전쟁을 중단하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려라’는 플래카드들을 들었다.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탐욕스런 월가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조지 소로스 등 월가 개혁을 요구해온 인사들도 시위대의 명분에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시위가 월가, 나아가 자본주의에 대한 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직이 부재하고 구체적인 목표도 없는 만큼 ‘아랍의 봄’처럼 미국의 거대한 시스템을 뒤바꿀 만한 변혁을 가져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것이라는 관측 또한 여전하다.

이번 시위를 지지하는 유명 인사들의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오스카상 수상자인 수전 서랜던은 시위에 참여해 “미국에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간 간격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유명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마이클 무어도 이들에 동조하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소로스는 3일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의 탐욕에 대해 반대하는 월스트리트 시위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가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시위대에 대한 지지와 참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수백명의 시위자가 먹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피자ㆍ사과ㆍ샌드위치 등 시민들의 기부가 넘쳐난다.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는 독립방송 데모크라시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아랍의 봄에 응답해 미국의 가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처럼 이번 시위가 결과를 맺으려면 미국인들에 던지는 메시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고 정치적인 역량이 있는 가시적이면서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월가 점령하라" 분노한 젊은이들에 발칵

'미국의 메인스트리트(서민들의 거리)가 마침내 월가에 대반격을 가했다.' 3주째 이어져온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미국 청년들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노동계 등 시민들의 지지 확대로 세를 불리고 있다. 시위는 미 전역 10여개 도시로 번져나가고 있으며 호주ㆍ캐나다ㆍ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도 사회적 불평등에 맞서는 항의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가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광범위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자본주의에 인간의 얼굴을 입힌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철학자 게오르그 루카치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주창했던 것처럼 이제 시장경제와 세계화 추세에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흐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이클 카진 조지타운대 교수는 "어떤 사회적 운동이든 불만 표출이 첫 단계"라며 "이번 시위가 지속적인 사회운동으로 승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3일 미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등에 반대하는 중장년층까지 가세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CNN에 따르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본떠 '시카고를 점령하라' ' 로스앤젤레스를 점령하라'는 등의 모토를 내세운 웹사이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동조시위도 보스턴ㆍ볼티모어ㆍ프로비던스ㆍ로스앤젤레스ㆍ샌프란시코ㆍ미네소타ㆍ하와이 등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수백명의 시위대를 뉴욕경찰이 페퍼스프레이ㆍ그물ㆍ수갑 등을 동원해 강제 연행하고 지난주 말 브루클린브리지에서 800여명이 연행된 후 동정여론이 일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의 20만명에 달하는 의료산업 종사자들을 대표하는 의료노동자연맹 1199SEIU는 시위대에 비상구급 키트를 제공하고 추가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시민들의 발인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TWA) 노동자를 대표하는 대중교통노동자연맹도 5일 뉴욕시청에서 시위대가 모여 있는 월스트리트 인근 주코티 공원까지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TWA노동연맹은 연맹 소속 운전사들이 시위로 체포된 사람들을 수송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맨해튼 연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같은 노동계의 가세는 시위대에 조직화와 체계적인 리더십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위는 미국 밖으로도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캐나다 통신은 '토론토 주식시장을 점령하라'는 단체가 오는 15일 토론토 증권가인 베이가(Bay Street)에서 가두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를 점령하라'는 페이스북이 열렸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ㆍ유럽 등에서도 유사한 사이트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뉴욕=이학인특파원)

11.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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