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방사수는 못하더라도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와 '나는 꼼수다'이다. 딴지라디오의 '나는 꼼수다'는 물론 '나가수'가 없었다면 등장하지 않았을 테니 일종의 파생물이다. 더불어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역시나 가능하지 않았을 테니 이쪽으로도 파생물이다. 그래서 결국 2011년에야 비로소 가능하게 됐지만, 어쩌면 역사는 2011년을 '나는 꼼수다'와 함께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거기에 비하면 조중동이 그렇게 공을 들이는 '종편'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그들은 망할 것이다!). 물론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서이지만(그렇게 된다면 2할은 나꼼수 덕일지도 모른다. 8할은 물론 '가카' 덕분이고). '나는 가수다' 본방 시간이 다가오는 김에, '나는 꼼수다'에 헌정하는 페이퍼도 올려놓는다. 이미 충분히 화제가 되고 있기에 뒷북성이긴 하지만, 주로 특기가 뒷북인 분들은 참고하시길. '나꼼수' 4인방 중에서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김용민 PD의 인터뷰기사다.  

   

PD저널(11. 09. 08) “언론장악 비극의 틈새에서 ‘나는 꼼수다’ 탄생”

김용민 시사평론가(사진)는 친동생인 김용범 Mnet <슈퍼스타K> PD만큼 바쁘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이 된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의 연출을 맡고 있어서다. <나는 꼼수다>는 김용민 평론가가 10년 전 <극동방송> PD 생활 당시 조용기 목사에게 쓴 소리를 하다 사표를 낸 뒤부터 줄곧 꿈꿔왔던 대안미디어다. 김용민 평론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 주요 사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각하의 언론장악 꼼수”덕에 <나는 꼼수다>가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용민 평론가를 지난 1일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PD 김용민은 목요일이 특히 분주하다.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시 성산동 마포FM에서 <나는 꼼수다> 1회분을 녹음해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시사IN>기자가 워낙 입담이 좋아 듣는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녹화가 끝나면 마포 생선구이 집에서 30분 간 급하게 식사를 한다. 식사비는 이 중 수입이 제일 좋은 김용민씨가 낸다. 저서 <조국 현상을 말한다>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 덕에 2쇄까지 다 팔렸다. 하니TV 녹화일정을 마치고부터 평균 다섯 시간 가량의 편집 작업을 시작한다.

이날은 “꼼수다 언제 올라오냐”는 ‘압박’에 못 이겨 전화기를 꺼버리는 때도 있다. 목소리의 강약을 수동으로 조절하고 ‘망한’ 멘트는 삭제하고 대화 이슈와 관련된 보도내용을 찾아 인용(인서트)하며 자체제작 음악으로 편집을 마친다. 내용상 편집은 거의 없다. PD 김용민은 “너무나 편집을 정교하게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편집한 걸 모를 정도”라며 좋아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허투루 만들 수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그래서 문성근씨 출연 편은 재미없다는 이유로 내보내지 않고 한 회를 새로 찍었다. 하양세라는 얘기가 두려워서다. 

<나는 꼼수다>는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선 스마트폰의 등장과 팟캐스트 서비스로 인터넷 라디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며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명박허전>, <나는 각하다> 등의 제목이 거론됐지만 김어준이 낸 <나는 꼼수다>가 최종 선정됐다. 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정봉주 전 의원이 패널로 가세하고 ‘나는 꼼수다 맞춤형 기자’ 주진우 기자가 김어준의 추천으로 영입됐다. 김어준은 ‘깔대기’(정봉주)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정봉주) ‘누나전문기자’(주진우) 등 캐릭터를 ‘하사’하며 스토리를 강화했다. 영어강사 출신 정 전 의원의 말하기 스킬과 주 기자의 ‘디테일’이 더해지자 ‘대박’이 났다. 여기에는 김용민 평론가의 연출능력도 한 몫 했다. 

<나는 꼼수다>는 지난 7일 방송까지 18회를 이어오며 기존 시사프로그램 포맷을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권위주의의 상징인 ‘각하’와 조롱이 담긴 ‘꼼수’라는 표현은 오늘날 한국 정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장치로, “적극적으로 당파성을 띠며 정치의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미디어”를 소망해 온 제작진의 결과물이다.

“정치가 거대담론 같지만 결국은 인간의 욕망체계에서 벌어진다. 각하가 여자·돈·개고기를 좋아하고 권력자가 미사여구를 내뱉는 것도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다. 욕망을 실증하는 과정에서 시사를 알게 되고 각하와 민주주의를 알게 된다.” 그는 “상당 내용은 주진우가 이미 쓴 기사”라며 “구술을 통해 텍스트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녹음스튜디오가 없는 마포FM의 구조상 녹화는 두 시간 이상 할 수 없다. 다른 스튜디오로 이동하며 녹음을 해봤지만 맥이 끊겨서 관뒀다. 김용민 평론가는 “공짜로 스튜디오를 빌려주겠다는 분이 계시지만 김어준 총수는 비좁은 마포에서 우리 넷이 지껄이는 게 좋다고 한다”며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처럼 우리의 흐름을 계속 유지하는 게 개편이고 개혁”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평론가는 <나는 꼼수다>가 “총선·대선 국면에서 편파적일 것”이라 예고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이 정당을 공개지지 하는 것을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권자들이 똑똑하면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해도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 시민들은 모든 미디어가 지난 총선에서 천안함 국면으로 몰았어도 야당에게 다수표를 몰아줬다. 관제언론시대에도 4·19 혁명과 87년 6월 항쟁을 만들었다. 국민은 이미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 똑똑한 국민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를 설명할 수도 없다.”

그는 <나는 꼼수다>의 성공을 “‘언론장악’이란 비극의 틈새를 노린 마케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KBS나 MBC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 권력이 오너로서 공영방송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언론자유 인식이 있는 정부의 등장만을 바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입 바른’ 말을 하며 인기가 높아진 결과 ‘압박’도 있다. 휴대폰이 도청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딴지일보>는 뜬금없이 해킹사건을 겪었고, 정봉주 전 의원은 갑자기 대법원 판결일이 앞당겨지기도 했다. 또 다른 ‘압박’도 있다. ‘권력화’에 대한 우려다. 김용민 평론가는 “우리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다. 웃고 자빠지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총수는 대중의 반응에 민감해하지 않는다. 내게도 늦게 올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며 “대중에 얽매이지 않고 초심으로 방송을 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나는 꼼수다>는 여러 압박에 상관없이 앞으로도 ‘꼼수’ 본연의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추석선물로 <나는 꼼수다> 인기 에피소드 10편을 추려 올릴 예정이고, 10월에는 탁현민 교수와 함께 <토크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김용민 평론가는 “청와대 앞마당이나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당에서 하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다”며 웃었다.

<나는 꼼수다>는 차기 정권이 들어설 2013년 2월을 방송 종료일로 잡고 있다. 하지만 급작스레 출연진이 구속되면 이 과정을 생중계하며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10·26 서울시장 선거도 생중계를 계획 중이다. 김용민 평론가는 <나는 꼼수다>의 성공에 힘입어 선대인 연구원·우석훈 박사와 함께하는 <나는 꼼수-경제 편>도 기획 중이다. 그는 올 해 박사논문도 쓸 계획이다. 주제는 ‘한국보수정치세력의 개신교적 기원’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언젠가 꼭 ‘천안함 사건’을 다루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은 각하의 꼼수 중에서도 정수”라고 말했다. ‘전지적 각하시점’으로 매 회 통렬한 분석과 사회비판을 이어가는 국내 최초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이 언론장악의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순간을 기대해본다.(정철운 기자) 

11. 09. 25.  

P.S '나꼼수' 열풍은 출판으로도 이어져 알라딘에서도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가 출간전부터 이미 블로거 베스트에 올라와 있다. 김용민 PD의 <조국 현상을 말한다>(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1)도 나꼼수 광고에 따르면 3쇄에 들어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나꼼수'는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주진우 기자가 대표필자?). 개인적으론 방송대TV의 '책을 삼킨 TV' 녹화 때문에 김어준 총수와는 격주로 얼굴을 보는 사이여서 <닥치고 정치>의 표지가 너무 '친숙하다'. 책을 많이 안 읽는 듯한 포즈를 취하지만 '사바나의 본능'을 자주 입에 올리는 것으로 보아 그는 진화심리학의 애독자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그에게 더 배운 건 없지만, 그가 명명한 '전지적 각하시점' 만큼은 그의 혜안으로 기억될 만하다. 그것만은 한 수 배웠다. 나꼼수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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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09-25 20:01   좋아요 0 | URL
제가 아이폰을 구입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나꼼수를 팟캐스트에서 다운받을때입니다. 미디어의 진보는 학자들의 통박을 벗어나죠. 작년 2학기 강단에서 일종의 해적방송류는 시한을 다했다고 떠들었었는데...요즘 바보소리을 듣습니다. 이명박이 가카로 불리워지는 순간 저는 그 순간의 어떤 지점에서 짜릿합니다.

로쟈 2011-09-25 20:1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인터넷 링크를 통해서 듣는데, 10회쯤 넘어가면서 '사건'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책으론 할 수 없는 일이죠...

달사르 2011-09-25 23:16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처음으로 나꼼수 들었는데요. 어찌나 유쾌하게 웃었는지요. 연출을 맡은 김용민 씨에게 '늦게 올려도 미안해하지마라'라고 말을 한 김 총재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같이 신나게 웃어제끼는 거죠.

로쟈 2011-09-27 08:24   좋아요 0 | URL
나꼼수가 딴지일보를 삼킬지도 모르겠어요.^^

2011-09-26 0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7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런마음황구 2011-09-26 08:19   좋아요 0 | URL
장미의 이름이 많이 생각나더군요.두려움을 넘어서는 웃음의 힘.

로쟈 2011-09-27 08:25   좋아요 0 | URL
'변화'는 그런 데 있는 듯해요...

영남자파 2011-09-26 21:42   좋아요 0 | URL
비비케이때 의원들 디디밟고 달리며 정봉주가 2단 옆차기하는 거 보고 감명 받아서 심마넌 후원했던 기억이...^^
김어준은 씨바, 졸라등의 엄마한테 맴매맞을 뒷골목 언어로 성공한 2인 중 하나죠. 김구라와 더불어.

로쟈 2011-09-27 08:26   좋아요 0 | URL
욕에 대한 자부심은 확실히 갖고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