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말 북리뷰를 훑어봤는데, 모르는 새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관심도서는 이미 구입했거나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으니 일은 덜었다. 그래도 주말기분을 낼 수 없으니 좀 아쉽다. 대신에 오랫동안 미뤄둔 책들이나 주문을 넣었다(루카치의 미학 같은 책). 이주의 이슈도서는 석유고갈 시대를 다룬 <장기비상시대>(갈라파고스, 2011)다. 이 역시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는데, 기회가 되면 석유 문제를 다룬 책들과 엮어서 읽어보려고 한다.  

  

한겨레(11. 09. 17) 석유 고갈 시대 그린 ‘21세기판 신곡 지옥편’

미국인 지은이의 이름을 보지 않고 책을 펼쳤다면 한국 웹사이트 토론방의 논객이 쓴 것으로 착각할 만한 책이다. 석유 문제를 꾸준히 주목해온 사회비평가인 제임스 하워드 컨스틀러의 책 <장기비상시대>는 신랄하고 통쾌하고 그리고 음울하게 석유 고갈 이후의 시대를 조망한다. 자기네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속으로는 강한 이스라엘을 원하는 아랍 나라들, 이를 묵인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가면놀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를 펑펑 쓰는 미국 시민들에 대해서도 ‘합의된 집단 최면상태’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머 감각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석유 없는 세상’을 뜻하는 제목 <장기비상시대>에 ‘장기’란 말이 붙은 것은 그 어떤 대체에너지도 석유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 태양력, 풍력은 사실상 석유에너지로 만들어진 핵연료나 전지 등을 사용하는 석유에너지의 연장선인 탓이다.

석유는 지구가 만들어낸 거의 완벽한 고효율 에너지다. 방수재료 정도로만 쓰이던 석유가 185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료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대전환을 맞았다. 석유에 힘입어 각종 산업이 막대한 부를 만들어내면서 19세기 중반 10억명이던 지구 인구는 200년도 못되어 70억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인간에게 자신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생명체이며 과학기술은 한계가 없다는 오만한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지은이는 통박한다. 그리고 석유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지금도 정치인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기대감에 취해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책은 석유가 가져다준 환상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또 정치·경제적 관점으로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1차, 2차 세계대전은 석유 때문에 시작된 전쟁이며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왜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이라크를 침공했는지를 시대순으로 조명한다. 또 석유가 가져온 이 풍요의 시대가 지금 어떻게 종말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국제경제, 지역경제, 환경, 보건 등의 관점으로도 살펴본다. 특히 석유 잔존량의 60%가 매장돼 있는 중동 국가와 미국의 유착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은 국제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기자 출신답게 풍부한 예시를 보여주며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지은이는 석유시대 이후 세상인 장기비상시대가 이미 진행중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은 시추량의 80%가 바닷물인 상황이고, 영국의 북해 유전은 2005년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50%나 줄어드는 등 석유 고갈의 징조들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비상시대는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인류가 앞서 겪었던 세계대전이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은 석유를 둘러싼 미래 전쟁에 견주면 축구경기 수준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석유가 예상보다 빨리 고갈될 경우, 가스와 전기가 끊긴 고층 건물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고,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도시 주변의 타운하우스들은 빈민가가 되며, 제조업이 붕괴되면서 많은 이들이 농업에 다시 종사하는 신봉건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2005년 이 책이 나왔을 때 미국 언론들은 ‘21세기판 단테의 <신곡> 지옥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권은중 기자) 

11. 09. 17. 

 

P.S. 석유 고갈 혹은 종말 문제를 다룬 책들을 골랐다. 조금 더 가벼운 분량으로 다룬 책들도 몇 권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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