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구입한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시대의창, 2011)를 만지작거리다 생각난 기사를 옮겨놓는다. 알게 모르게 많이 출간되고 있는 러셀의 책들에 두고 '버트런드 러셀, 그가 꾸준히 읽히는 까닭은?'을 묻고 있다(요즘 트렌드로는 조지 오웰도 같이 꼽을 만하다). 출판동향 기사인데,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가 예전에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미토, 2003)라고 나온 적이 있기에 '오래된 새책'으로 분류한다. 사실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자체가 '지식의 문제'와 '자유'를 주제로 한 1971년의 두 차례 강연을 토대로 한 것이므로 '올드한' 책이다(하지만 2003년에 뉴프레스에서 재출간됐다고). 여전히 뭔가를 말해준다면 둘중 하나다. 이 책이 고전이거나, 우리시대가 아직도 러셀의 시대에서 나아진 게 없거나...  

교수신문(11. 09. 06) '앎'에 대한 치열한 탐구정신과 시들지 않았던 비판지성

1970년 2월 2일 타계한 영국의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 최근 그의 저작과 그에 관한 책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그가 '꾸준히' 읽히는 배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박상익 옮김, 푸른역사, 2011.7),『촘스키, 러셀을 말하다』(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시대의창, 2011.9),『러셀의 교육론』(안인희 옮김, 서광사, 2011.9) 등이 최근 출간된 책이다. 지난 봄에는 『런던통신 1931-1935』(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2011.4)과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버트런드 러셀 지음, 로버트 E. 에그너 편, 이순희 옮김, 비아북, 2011.3) 등이 소개됐다.   



"자칭 역사학의 아마추어라면서 몸을 낮춘 그가 역사학자들에게 슬그머니 도전장을 내밀었다"라고 말하는 박상익 우석대 교수(서양사)는 전문 역사학자들에게 러셀이 한 수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장한 세계 역사를 길지 않은 분량의 글로 흥미롭게 녹여냈"을 뿐만아니라, "전문 역사학자들을 향해, 역사에는 이토록 재미있는 국면도 있노라고, 독서 대중에게 역사를 읽히려면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수 가르쳐줄 기세다"라고 평가한다.  

러셀이 사망한 1년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추모강연을 했던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의 지적에서 '러셀'이 꾸준히 출판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자기 연구실에 러셀의 초상화를 걸어 두고 있다는 촘스키는 당시 강연에서 "러셀이 온 생애에 걸쳐 세상에 보여주었던 것은, '앎'이란 문제에 대한 치열한 탐구 정신과 생애 마지막 무렵까지 시들지 않았던 비판 지성이다"라고 헌사했다. 촘스키가 강조한 것은 러셀이 추구해온 '지식'과 '자유'의 문제, 달리 말하면 인식론 철학(인간은 어떻게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는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가)과 정치사상(우리는 어떤 삶을, 어떤 세상을 추구할 것인가)이었다. "세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혁하고자 한 것, 그것이 바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한 일이었다."  

촘스키는 러셀이 사르트르와 함께 제안했던 '러셀 법정(Rusell Tribunal: 미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를 국제법에 따라 심판하자는 취지로 제시한 민간 법정)'을 되살리는 것이 가장 적절한 러셀 추모 방안이라고 말했다. 삶의 막바지 단계까지 학문 탐구와 자유를 향한 투쟁을 그치지 않았던 러셀을 촘스키가 따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육철학을 전공한 안인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말에서도 왜 지금도 러셀의 철학이 필요한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안 교수는 "인간의 자유와 그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용기와 인내심, 그리고 지성에 대한 정열, 사랑으로 인도되는 지식의 수용 등, 교육의 문제는 근본적 고찰에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안 교수가 말한 '근본적 고찰'이란 러셀이 말하는 '마음의 자유, 정신의 자유'이다. "오늘날 산적한 교육문제는 이와 같은 근본의 부재 혹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는 안 교수는 러셀에게서 그 '근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최익현 기자) 

11. 09. 13.  

 

P.S. 개인적으로는 학부시절에 <서양철학사>를 비롯해서 러셀의 책을 여러 권 읽은 기억이 있다. 요즘 다시 나오는 책들에 자극을 받아서 새로 나온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2009)와 여타의 책들을 다수 구입했다.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가 시발점이 되겠지만 촘스키와 러셀, 혹은 지식과 지식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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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3 16: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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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3 18: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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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4 1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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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7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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