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에서 진보와 진화의 개념이 어떻게 분리됐는지에 관한 학술발표문 발췌기사를 스크랩하려다 엉뚱하게도 월드와이드웹 관련기사에 눈길이 갔다. 꿩 대신 닭으로 옮겨놓는다. WWW가 고안된 지 딱 20년이 됐다고 하니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번 성찰해보고 또 앞으로의 변화를 전망해보는 게 좋겠다.
교수신문(11. 08. 29) www가 바꿔놓은 21세기의 삶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지난 1991년 8월 6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연구원이던 팀 버나스 리(현재 미 MIT교수)는 월드와이드웹을 만들어 처음으로 웹페이지라는 것을 작성했다. 월드와이드웹(WWW) 또는 W3로 불린 이 프로젝트는 그로부터 20년간 과거 인류가 수 백 년 동안 겪었던 것 이상의 변화를 몰고 오며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웹의 등장으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혁신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지면서 지구촌은 지난 20년간 총체적 변화를 겪었다. 지구 반대편 어느 한 나라 시골에서 터진 뉴스는 이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웹서비스를 통해 광속으로 전 세계로 확산된다. 최근에는 각종 스마트 기기가 등장해 사회의 모습을 더욱 빨리, 그리고 광범위하게 바꾸고 있다.
분산, 참여, 공유의 시대. 프로페셔널을 위협하다
웹이라는 것은 결국 웹 페이지들이 서로 링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영어로‘Web’이 거미줄을 의미하듯이, 정말 다양한 링크가 수많은 페이지들을 엮고 있다. 각각의 페이지들은 URL 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주소를 가지는데, 웹의 초창기 진화는 이러한 페이지들이 광범위하게 만들어지면서 거대한 정보의 네트워크로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담았던 페이지가 중심이 됐던 웹이 블로그 포스트나 북마크,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이 페이지의 정체성을 가진 영구적인 링크의 웹이 돼가고 있다. 이런 링크는 그 사람 자체 또는 작성자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정체성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또한, 이런 정체성은 외부 사람들의 공유와 참여를 통해 더욱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런 의미의 새로운 세대의 웹을‘웹 2.0’이라고 한다.
웹 2.0의 가치는 분산, 참여, 공유로 대별된다. 웹 1.0이 기존의 커다란 섬으로 상징되던 포탈의 기술이라고 한다면, 웹 2.0은 작은 섬들의 집단과 이들 간의 다리를 건설하는 방식의 기술이다. 이런 참여와 공유의 정신은 거대한 사회적인 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개개인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불만을 호소하거나 누군가의 생각을 지지하는 형태로 정치적 행위를 일상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민기자들의 속보와 방송을 이용한 실시간 중계의 위력은 과거 촛불시위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혁명을 웹이 촉발하는 사례를 요즘 많이 볼 수 있다.
수십년 철권통치에 신음하던 튀니지 민중들에게 웹은 해방구였다. 여기서 촉발된‘자스민(Jasmin) 혁명’은 과거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이집트와 리비아, 시리아 등 중동지역의 민주화는 물론 중국과 북한 등 다른 대륙의 정치경제 현실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웹 2.0의 성공은 이미 인터넷이라는 곳이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가져오는 곳이 아닌, 양방향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켰고, 대중들의 직접적이고도 실시간적인 참여가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사회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웹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백과사전의 대명사이던‘브리태니커’의 빈자리를 인터넷기반 집단지성의 산물인‘위키피디아’가 대체하고, 백화점이나 잡화점은 온라인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에 잠식당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시대의 비즈니스모델은 사라지거나 생존을 위해 변신을 강요받고 있다.
또한,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의 철옹성도 그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해진 품목에 대해 대량생산을 하고, 이로 인한 원가절감과 가격경쟁력을 이루는 것이 중요했다. 현재도 이러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점점 다품종 소량생산 및 롱테일(Long Tail)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수요에 입각한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脫대량화 현상은 과거에 중요시됐던 공정과 부품, 근로조건 및 임금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사회현상의 규격화의 중요성도 무너뜨리고 있다. 생산라인과 자신의 역할에 따라 일을 수행하는 분업과 전문화의 철칙도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는 깨기 어려워 보였던 프로페셔널리즘도 붕괴되는 조짐이 보인다. 웹의 개방성과 검색 등을 통해 비전문가로 여겨졌던 사람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는데, 이미 블로그를 통해 철저히 직업적인 기자들의 영역으로 생각되었던 저널리즘과 미디어에 아마추어 블로거들의 참여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페셔널리즘의 붕괴는 한두 가지 직업군에 국한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분산된 지식과 정보의 결합이 초래할 미래
웹이 발달하면서, 공간과 시간이라는 과거에는 정말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제약조건의 힘도 많이 약화됐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시간에만 모여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메일도 이용할 수 있고, 원격회의 같은 것을 통해서 서로가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다.
또한 공간의 제약이 약해졌기 때문에, 수많은 상품들을 가상의 공간에 진열할 수 있게 됐고, 살아가는 공간 역시 반드시 아주 가까운 도시에 다 같이 모여서 살 필요가 없어졌다. 과거처럼 모든 산업과 교통이 한 곳으로 집중돼 있지 않아도 그리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결과적으로 힘의 분산을 가져오게 된다. 정보와 지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분산됐고, 이렇게 분산된 지식과 정보는 다시금 웹이라는 가상의 시공간을 통해 다시 관계를 맺고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대마불사’또는 큰 것만을 좋아하는 전통적인 믿음에도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
무조건 덩치를 키우면 역량이 강화되고,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사고는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질적인 내용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 및 역량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시대가 됐다. 과거와는 달리 되려 덩치만 크고, 조직의 변화적응력 부족으로 인해 무너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다. 거대하고 덩치가 큰 조직이 적응하기에는 앞으로의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개개인의 특장점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고 효율적인 기업들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고, 이들이 세상의 판을 다시 짜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웹은 어떤 형태로 발전하게 될까. 웹의 연결이 집이나 사무실에 있던 PC에서 들고 다니는 개인화 장비들로 확대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전체가 연결되는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 웹은 더 이상 문서와 콘텐츠를 전달하고 주고받는 수준의 데이터 중심의 웹이 아니라 더욱 다양한 인간의 활동영역을 커버하는 인간 중심의 소셜 웹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소셜 웹에 기존의 데이터 웹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으며, 동시에 이들 사이의 다양한 연결 및 융합서비스 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들이 매일 엄청나게 등장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포함해 연결된 사람들의 상태 및 행위들이 소셜 웹 인프라 구조를 통해서 전파가 되고, 이를 통해 유용한 서비스들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에 비해, 기존에 만들어졌던 연결과 그와 연관된 서비스들 중에서 집단지성에 의해서 오랜 시간 선택되지 않거나, 유용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퇴보를 한다.
이런 현상은 마치 우리의 뇌가 기억을 형성하고, 기억이 잊히는 것과 유사하다. 다음 세대의 웹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인간중심의 소셜 웹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형화된 형태로 촉진할 수 있는 쉬운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연결과 사회의 움직임이 전체의 의사를 전달하고 이를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세계가 된다면, 어쩌면 정치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집단의식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종족이 가지고 있는 오버마인드(overmind)가 웹의 미래 기술을 통해 나중에 탄생할지도 모르겠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11. 09. 01.
P.S. 아래는 '월드와이드웹 20년 주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