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민가 해서 리뷰를 기다렸던 책은 <조선전쟁 생중계>(북하우스, 2011)이다. '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에 대해 '생중계'한다는 컨셉인데, 주제는 흥미롭지만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는 것인지 실물을 보지 않고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저자들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어서 더욱 그런데, 소개기사를 읽어도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알라딘 리뷰도 기다려야 할 듯하다...  

    

한겨레(11. 08. 27) 임진왜란·병자호란을 ‘생중계’하다

임진왜란(1592~1598) 하면 대개 무능한 조선 정부와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떠올린다. 혹자는 한산도 해전, 행주산성 싸움, 진주성 싸움 등 3대첩과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의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 결과와 영향 등의 교과서의 도식을 따라 시험용으로 외웠기 때문이다. 조선의 에이스 신립이 패배해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주하게 된 탄금대 전투의 내막, 탄금대와 유사한 지형인데도 승리로 이끈 행주산성 싸움의 진상 등을 제대로 쉽게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균의 조선 수군이 궤멸된 칠천량 전투는 묻히고, 남은 13척으로 500척의 일본 수군을 무찌른 이순신의 명량해전은 부풀려 전하는 등 애국주의가 힘쓰기도 한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는 탄금대, 행주산성, 칠천량, 명량, 노량 등 임진왜란 중 5개 전투를 비롯해 사르후, 쌍령, 광교산 등 병자호란 3개 전투와 조선초기 여진족 정벌 중의 파저강 전투, 조선후기 미 해군의 침략에 맞선 강화도 손돌목돈대 전투 등 조선시대의 10가지 전투의 진실을 승패와 무관하게 소상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행주산성 싸움의 아낙네들의 행주치마, 명량해전의 쇠사슬 작전 등 근거 없는 이야기를 걷어내고 전투가 벌어진 곳의 지형지물, 피아 장수들의 시간대별 작전 등 실제 전투상황을 되짚어본다.

이런 취지에 맞게 독특한 서술 방식을 들고 나왔다. 전투의 앞뒤를 먼저 서술한 뒤 실제 전투장면을 생중계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처럼 전황을 전달하고 평가한다. 노량해전의 시작은 이런 식이다.

중계자 “노량을 빠져나간 (고니시 유키나가 쪽) 배는 다른 곳에서 철수한 일본군이 대기하고 있는 남해도 건너편의 창선도에 가서 구원을 요청하는군요. 이순신 장군이 배후에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합니다. 퇴각해야 하나요?”

해설자 “보통 지휘관이라면 그랬겠죠. 하지만 이순신이 누굽니까. 이미 상황판단을 끝내고 대책을 세우죠.”

중계자 “말씀드리는 순간, 조선 수군이 노량으로 진격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원수들을 무찌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향을 피우고 하늘에 비는군요.”

전황을 알려주는 각종 지표와 대치상황, 양쪽의 함선과 군사들의 장비 등을 도표와 그림으로 함께 보여줘 전투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칫 역사를 희화화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생중계 형식을 쓴 것은 지은이들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집필자 정명섭씨는 역사추리소설 <적패>, 한국사의 주요 암살사건을 다룬 <암살로 읽는 한국사>를 쓴 작가. 그는 작전기획 및 교관을 지낸 현역 소령, 한·일 교류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아마추어 신미양요 전문가와 한국화 전공자로 팀을 꾸려 이 책을 만들었다. 2년여의 자료수집, 토론과 연구, 현지답사 끝에 복잡한 전황을 설명하기에 생중계 방식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임종업 선임기자) 

11. 08. 26.  

P.S. 긴가민가 하면서도 관심을 갖는 건 오늘 배송받은 책 가운데 임진왜란 관련서가 몇 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 가운데 <조선과 일본의 7년전쟁>(한길사, 2010, 11쇄),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엮은 <프로이스의 '일본사'를 통해 다시 보는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부키, 2009, 3쇄), 그리고 사카구치 안고의 소설 <오다 노부나가>(세시, 2010) 등이다(<오다 노부나가>는 작가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한국사 이야기'(전22권) 가운데 같이 구입한 건 12권 <국가 재건과 청의 침입>(한길사, 2009, 9쇄)이다. 물론 병자호란(조청전쟁)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 보니 루이스 프로이스의 <일본사>에서 임진왜란 관련 대목의 번역으론 <임진난의 기록>(살림, 2008)도 나와 있다.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중복되는 듯싶다.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학계의 조명으론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휴머니스트, 2007)을 참고할 수 있을 듯싶은데, 이미 품절된 책으로 뜬다. 국제학술대회 발표문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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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1-08-27 05:12   좋아요 0 | URL
포스팅 제목만 보고 '나는 꼼수다 호외편'을 다루시나 해 한달음에 달려와 봤습니다.^^;;; 사백 여년이 흘렀어도 참 현실감 있습니다..

로쟈 2011-08-27 11:52   좋아요 0 | URL
그렇게 연상이 되나요?^^; 꼼수는 저도 잘 듣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29 17:37   좋아요 0 | URL
오다 노부나가는 임진왜란 이전에 사망하므로 그 뒷이야기까지 알려면 야마모토 시치헤이<기다림의 칼>이 좋습니다.오다,도요토미,도쿠가와 3인을 함께 다뤘죠.

진순신<중국사>도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야기가 자세합니다.명-청 교체기 공부에 좋죠.

국내제도권학계의 임진왜란 병자호란연구로 한명기 씨 책이 좋습니다.병자호란 이전에 일어난 정묘호란을 깊이있게 알아야 병자호란을 공부할 때 더 수월합니다.

로쟈 2011-08-30 08:30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에야 진순신의 중국사 이야기와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읽습니다.^^ 한명기 교수의 책은 저도 갖고 있습니다. 작년에 병자호란에 관심이 있을 때 구해놓고 아직 정독은 못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