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펴내는 월간 소식지 '책&'(396호)에 실은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는 '도시로의 여행'이다. 도시를 주제로 한 책들은 아주 많기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는 건 일각에 불과하다. 그래도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해냄, 2011) 같은 책은 공통적인 기본서가 될 만하다. 그에 대한 언급으로 '여행'을 시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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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1년 7월호) 우리들의 도시, 타인들의 도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산다고 한다. 선진 산업국일수록 도시 인구의 비율은 더 높은데, 미국의 경우엔 국토 넓이의 3퍼센트에 해당하는 도시에 2억 4,300만 명이 모여 산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80퍼센트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 시인의 말대로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 신은 망했다.”(이갑수, 「신은 망했다」)고 할 만하다. 물론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도시 인구는 급증해왔으니 말이다. 이러한 도시 인구 집중은 일종의 보편적 현상이어서 현재도 매달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의 도시들로 모여들고 있다 한다.
‘지구도시화’란 말이 등장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지구촌’이란 말이 한물 간 느낌을 주지 않는가. 그렇듯 도시는 일상적 삶의 지배적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서, 도시의 역사와 도시적 삶의 의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전히 도시는 우리에게 낯설거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인가? 도시에 관한 책들에 잠시 눈길을 돌려본다.
가장 먼저 펴볼 만한 책은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해냄, 2011)다. 제목 그대로 저자의 도시예찬론이다. 그는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를 묻고 답한다. 어떤 ‘노하우’였던 것인가? 하버드대학에서 강의하는 뉴요커답게 저자의 모델은 뉴욕이다. 애초에 뉴욕은 네덜란드 서인도회사의 신대륙 전초기지로 세워졌다. 그러나 18세기에 와서 보스턴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항구 도시로 부상했다. 19세기 경제 호황을 타고 인구가 6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뉴욕은 거대도시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해상 운송이 핵심이었지만 제조업도 뉴욕 경제의 기반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뉴욕의 제조업은 더 이상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게 됐고 경제는 쇠퇴해갔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었다. 뉴욕은 아이디어 산업과 금융업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그 동력을 저자는 대도시가 갖는 인접성, 혼잡성, 친밀성에서 찾는다. 도시는 똑똑한 거주민들을 서로 연결시켜줌으로써 생산성과 혁신의 속도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인간의 협력이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 그것은 도시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는 그러한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 일반론을 학습한 다음이라면 도시사학회에서 펴낸 <도시는 역사다>(서해문집, 2011)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인 도시들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다. 세계 주요 도시들의 기원과 성장과정, 공간구조, 도시 문화와 도시 이미지 등을 소개하는 글모음인데, 서울을 포함해, 도쿄, 오사카, 베이징, 상하이 같은 동아시아 도시와 런던, 파리, 베를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시카고 같은 서구 도시가 주요 도시의 목록이다. 이 도시들은 단순히 도시에 그치지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복합텍스트’로서 의미를 갖는다. “역사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진 문화적 겹지층”이란 의미에서 그렇다.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를 표방한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돌베개, 2008)의 표제를 빌려 말하자면 ‘도시는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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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깊고 넓으며 또한 살아있다. 12명의 기자들이 전 세계 16개국, 29개 도시를 직접 찾아가서 심층 취재한 결과를 묶어낸 <소프트시티>(생각의나무, 2011)가 생생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예컨대 <도시는 역사다>의 파리 편에서 “2007년에는 누구라도 신청만 하면 파리 전역에 설치된 공중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자전거(벨리브)’를 도입했다”는 내용을 읽을 수 있는데, <소프트시티>에서는 그 현장을 더 자세히 소개해준다. 벨리브(Velib)는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로 현재 파리 시 일대에는 벨리브 자전가 3만 5,000여대가 운행되고 있고, 이것이 파리의 풍경과 생활패턴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보행자를 우선하는 파리 시의 지속적인 교통정책이 가져온 변화이다. 책에 실린 많은 도시의 사례는 도시가 역사적 산물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새롭게 가꾸고 변화시켜나가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걸 일깨워준다.
그러한 변화의 모델로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어떤가. 박용남의 <꿈의 도시 꾸리찌바>(녹색평론사, 2009)와 <꾸리찌바 에필로그>(서해문집, 2011)는 도시의 새로운 모델로서 ‘창조도시’의 이론과 실제를 보여준다. 간단하게 창조도시란 “인간이 자유롭게 창조적 활동을 함으로써, 문화와 산업의 창조성이 풍부하며, 동시에 탈대량생산의 혁신적이고 유연한 도시경제 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일컫는다. 이러한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변화와 시민의 의식 변화다. 새로운 문명은 건강한 지역공동체에서 출발한다는 공동의 신념과 합의가 ‘타인들의 도시’를 ‘우리의 도시’로 변화시켜줄 것이다. 도시가 우리 삶의 조건이라면 도시를 변화시키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11.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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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도시인문학 총서도 나오고 있을 만큼 도시 연구는 근래의 한 트렌드이다. 분량상 자세히 다룰 수 없었지만 생각으로는 도시의 이면, 혹은 이면의 도시에 대해서도 짚어보고 싶었다. 관계되는 책은 마이크 데이비스의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 2007), 임동우의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효형출판, 2011), 그리고 정진열/김형재의 <이면의 도시>(자음과모음, 2011)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