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관심도서 가운데 '사회적 독서' 거리로 분류해도 좋음직한 책은 김상구의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해피스토리, 2011)와 강명관의 <성호, 세상을 논하다>(자음과모음, 2011)이다. 주중에 이미 한번씩 언급했던 책들인데, 주말에 올라온 리뷰 가운데 한편씩 골라 스크랩해놓는다. 개인적으론 강명관 교수의 <성호사설> 읽기 덕분에 조선 유학자들 읽기를 성호 이익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나대로는 '발견'인 셈이다... 

서울신문(11. 07. 02) 상상초월 한국 종교계의 어두운 실상

서방세계는 한국을 ‘종교 천국’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많은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 부러움이 담긴 이 말은 언뜻 듣기엔 더할 나위 없는 찬사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칭송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비아냥의 수사이기도 하다. 종교단체와 종교인이 자유롭게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 그 비아냥은 물론 종교 본연의 범주를 벗어난 채 세속적 가치에 매몰된 불법, 탈법의 비정상적인 세태를 겨냥한 것이다.

서방세계에서 기독교의 퇴조는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 800년 역사의 성당을 허물어 아파트를 짓고, 700년 이상 된 교회를 유치원으로 만들기도 한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선 600년 이상을 지켜온 유서 깊은 성당이 개인 화실이며 상가 건물로 바뀐 사례가 수백 건이 넘는다고 한다.

‘교회의 몰락’으로까지 관측되는 이런 상황은 한국에선 영 딴판이다. 세계 20대 교회로 꼽히는 교회의 절반이, 세계 50대 교회 중 23개가 있는 곳이 바로 이땅이다. 미국 다음으로 해외에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는 나라도 바로 한국이다. 서방세계가 ‘종교 천국’이라는 찬사 아닌 찬사를 쏟아내는 이유가 분명 있는 것이다.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김상구 지음, 해피스토리 펴냄)는 그 ‘종교 천국’을 떠받치고 있는 한국 종교계의 어두운 실상을 낱낱이 까발린 책이다. 믿음을 팔아 부와 권력을 사는 한국 종교의 부끄러운 행위를 정밀하게 추적한 일종의 흑서인 셈이다. 책에서 파헤쳐진 실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부동산실명제를 교묘하게 비켜가는 명의신탁, 억대의 월봉을 받고도 소득세 한푼 안 내는 목회자, 신도들의 신앙심을 담보로 받은 대출 이자를 헌금으로 내는 교회, 인가받지 않은 신학대학원을 통한 학위 장사, 한 해 예산이 수십억∼수백억원 수준인 교회를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교회세습…. 요즘 개신교계를 뒤흔들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를 비롯해 종교계 안팎에서 요동치는 자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괜한 게 아님을 고스란히 들춰내는 고발의 연속이다.

책을 관통하는 온갖 비리와 일탈의 핵심은 단연 특혜와 불평등으로 모아진다. 종교단체와 종교인이기에 가능한 부의 축적과 권력의 획득, 그리고 종교계 내부의 성차별과 직제의 모순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그 많은 특혜의 홍수 속에 갈수록 심해져 가는 종교 주체들의 도덕 불감증이 가장 문제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래서 투명한 종교, 건전한 종교를 세우기 위해 종교법인법 제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못 박는다.(김성호 편집위원)    

경향신문(11. 07. 02) 조선의 감추고 싶은 치부… 어쩜, 지금이랑 똑같네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조선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의 비망록을 곱씹은 책이다. 딱딱하게 여겨질 고전을 알기 쉽게 풀었다. 성호가 직접 얘기하는 듯하다. 과거와의 벽을 허물기 위해 생동감 있는 해석을 곁들인 저자의 공력이 돋보인다.

옛것이지만 메시지는 예스럽지 않다. 조선 사회를 바라보는 성호의 비판적인 시선을 오늘날에 끌어와 저자 나름의 독설과 교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감추고픈 조선의 치부가 21세기 한국에도 오롯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호사설>을 전부 싣지는 않았다. 다만 조선 특유의 사회상을 드러내면서도 성호의 사상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글을 골라 38개의 주제로 정리했다.

“손 가는 대로 기록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큰 더미를 이루었다”는 성호의 말을 지은이는 겸손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밥상머리부터 시작해 인간의 도리, 사회, 치국까지 주제는 광범위하다. 저자는 <성호사설>을 “조선시대 지식인의 학문적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저작”이라고 매김한다.  

책 표지의 그림이 말해주듯 <성호사설>의 화두는 ‘백성’이다. 성호는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위정자들, 그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부를 착복할 수 있도록 보장된 사회구조가 백성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믿었다. <성호사설> 곳곳에서 성호는 관리들의 탐학(貪虐)을 비판한다. “재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백성에게서 나오는 것인데도 백성을 쥐어짜는 무리가 욕심을 채우고 자신을 살찌우니, 백성이 어떻게 곤궁하지 않을 수 있으랴.” 죽고 싶지만 죽을 수도 없는 눈이 먼 거지를 회상하던 성호는 궁핍한 유민이 양산되는 이유를 “학정에 시달린 나머지 살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저자는 한발 나아가 “신자유주의라는 학정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세상이 이 시대의 유민을 낳”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줄곧 성호의 메시지를 오늘날 시류에 비춰 전달한다. 예로 고기반찬이 없어도 식사가 즐겁다는 성호의 말에 저자는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꼬집고, 대형할인점과 ‘에스라인’ ‘몸짱’ 등을 언급하며 자본주의를 욕한다. “죽음의 잔치가 가능한 것은 자본주의가 가동시키는 산업 때문이다.”

탐관오리의 배를 불려주는 ‘돈’에 대한 성호의 일갈에 특히 눈길이 간다. 단순하지만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성호의 화폐론이 그것이다. 저자의 풀이대로라면 성호는 화폐 없는 세상을 유토피아로 본다. 재산이 오직 실물형태로 존재한다면 부의 축적에는 제한이 따른다는 얘기다. “대개 곡식과 포는 가벼운 화폐와 사뭇 다르다. 백성을 쥐어짜는 자들도 많이 가질 수가 없다.” 성호는 화폐가 곧 착취의 수단이고 화폐의 존재가 백성을 궁핍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이에 저자는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켰던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을 지목하며 “부패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부패한 인간들을 척결하지 않으면, 한국사회는 가망이 없다”고 단언한다.

예나 지금이나 이 땅의 백성은 힘들다. 성호는 통치자가 백성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오류라고 꼬집는다. 책은 아울러 “나라에 아내를 내쫓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혼문제 등 당시의 온갖 군상을 에누리 없이 증언한다. <성호사설>에 비쳐진 오늘의 현실, 책장을 넘길수록 갑갑하고 화가 치민다. 하지만 따끔따끔하다. 그리고 통쾌하다. 그때그때 아무 장을 펼쳐들어도 유익할 이 책은 인문시리즈 뉴아카이브 총서 세 번째다.(고영득 기자) 

11.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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