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블랑쇼 선집의 하나로 <죽음의 선고>(그린비, 2011)가 출간됐다. 제1권으로 9권으로 예정된 선집 가운데 네번째 책이다. 이제 중반으로 넘어서는 모양새가 됐다. 걸음을 재촉하고 응원하는 의미에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아울러 선집 출간을 전하는 재작년 기사를 찾아 옮겨놓는다.
한겨레(09. 02. 07) ‘탈근대 철학의 대부’ 블랑쇼 선집 나온다
2003년 타계한 모리스 블랑쇼(1907~2003)는 조르주 바타유, 피에르 클로소프스키와 함께 프랑스 현대철학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꼽힌다. 그린비 출판사가 그의 작품 가운데 9종을 가려 선집을 출간하기로 하고 먼저 소설 <기다림 망각>(1962)을 펴냈다. 그린비 출판사는 올해 <정치평론 1953~1993> <우정> <도래할 책> <카오스의 글쓰기>를 내고, 내년에 <죽음의 선고> <문학의 공간> <무한한 대화> <저 너머로의 발걸음>을 펴내 선집을 완간할 예정이다.
블랑쇼 선집 번역에는 프랑스에서 블랑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준상 전남대 교수를 비롯해 블랑쇼 전공자·연구자인 고재정·박규현·심세광·이재형·이달승 박사가 간행위원회를 꾸려 참여했다. 사르트르·카뮈와 동시대인인 블랑쇼는 20세기 후반 현대철학, 특히 푸코·들뢰즈·데리다에게 영감의 원천 노릇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간행위원회는 블랑쇼가 “근대성이 쌓아올렸던 거대한 이념 더미를 태우는 불꽃을, 그리고 이 더미들이 타고 남은 잿더미를 보여주었으며, 이 잿더미 가운데서 근대성 전체를 회상하면서 그 죽음의 미사를 집전하고 근대성의 조종을 울린 사제였다”고 말한다. 블랑쇼는 문학비평서 <문학의 공간>에서 문학의 특성을 죽음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문학은 황폐의 공간이며 이런 공간 속에서 비로소 글쓰기가 시작된다고 말하는데, 그런 사유의 한 양상을 <기다림 망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블랑쇼 선집 발간을 기념해 프랑스의 블랑쇼 전문가인 크리스토프 비당 파리7대학 교수가 블랑쇼의 삶과 문학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글 전문을 싣는다. 비당 교수는 블랑쇼 전기인 <모리스 블랑쇼, 보이지 않는 동반자>를 썼으며, 영화 <모리스 블랑쇼>의 공동감독을 맡았고, 블랑쇼 연구 사이트 ‘에스파스 모리스 블랑쇼’(www.blanchot.fr)를 운영하고 있다.(고명섭 기자)

■ 기고: “블랑쇼, 희망 사라진 곳서 미래 긍정할 준비”
지배적이지만 주변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지만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모국에서조차 감추어진 위치, 그것이 모리스 블랑쇼가 차지하고 있는 역설적인 위치이다. 그는 소설·비평·철학을 아우르는 광대한 작품을 남겼고, 그 영향력은 세계적으로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블랑쇼는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만나 일생 동안 이어질 우정을 나누었고, 이후 두 인물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될 타자의 철학을 제시한다. 또한 그는 1940년 또 한 명의 위대한 친구인 조르주 바타유를 알게 되었고, 이후 우정과 공동체의 사상을 함께 추구해 나간다. 그는 1950년대 이후로 <문학의 공간>, <도래할 책>, <무한한 대화> 등의 저서를 출간하면서 가장 유력한 문학 비평가로 등장하게 되었다. 동시에 그는 <토마 알 수 없는 자>, <하느님>과 같은 소설들과 <원하던 순간에>, <최후의 인간>과 같은 이야기들을 썼다.
또한 그의 사유에서 정치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는 알제리에서의 저항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작성된 ‘알제리 전쟁에서의 불복종 권리 선언’을 기안하고 작성했으며, 1968년 5월 혁명에서는 거리에 나가 직접 투쟁에 참여했고, 드골 정권에 반대하는 많은 선언문들과 성명서들을 썼다. 1970년대부터 그는 파리 근교로 물러나 은거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평생 동안 그는 언론에 단 한 장의 사진이 실리는 것도 거부했으며, 우리는 그의 얼굴을 레비나스가 공개한 젊은 시절의 몇 장의 사진과 한 파파라치가 불시에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볼 수 있을 뿐이다.
블랑쇼는 자신의 작품에서 횔덜린·로트레아몽·말라르메·니체·릴케·카프카와 같은 역사에 남은 위대한 작가들과 철학자들에 대해 훌륭하게 설명했고, 그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발레리·샤르·사르트르·레리스·클로소프스키·앙텔므·데 포레·첼란과 같은 동시대의 인물들에 대한 뛰어난 비평을 보여 주었다. 그는 동시대의 여러 작가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롤랑 바르트 같은 비평가들과 들뢰즈·데리다·푸코·낭시와 같은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신기하게도 이 철학자들은 블랑쇼 이전에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받았으며, 세상은 역으로 그들에 의해 그 자신과 그의 작품과 그가 주조해내고 우리에게 남겨준 개념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개념들 가운데 ‘중성적인 것’이라는 개념이 있다. 블랑쇼는 ‘중성적인 것’에서 모든 이데올로기와 모든 동일성의 신화와 결별하는 문학의 결정적인 힘을 알아본다. “물음을 가져오는 글쓰기를 추진하는 물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그 물음인 글쓰기, 그것은 네가 세계의 과거 가운데 어느 날 받아들였던 존재(전통·질서·확실성·진리 그리고 모든 유형의 정착으로 이해되는 존재)와의 관계를 더 이상 네게 허락하지 않는다.”
블랑쇼의 사유는 찬미자만큼이나 비방자들을 생겨나게 했다. 그 비방자들은 부당하게 그의 사유에 대해 염세주의라고, 불건전한 사상이라고, 허무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정확히 그가 자신의 세기가 가져온 재앙을 염세주의·불건전한 사상·허무주의라는 형태로 가늠할 척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1962년 바타유에게 보내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쓸 수 있었다. “바로 희망이 사라진 ‘절대적’ 밑바닥에서 저는 진리와 인간의 미래를 전적으로 긍정할 준비를 합니다.” (크리스토프 비당/파리7대학 교수)
 | 모리스 블랑쇼 침묵에 다가가기
울리히 하세.윌리엄 라지 지음, 최영석 옮김 / 앨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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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선고
모리스 블랑쇼 지음, 고재정 옮김 / 그린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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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공간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 그린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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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림 망각
모리스 블랑쇼 지음, 박준상 옮김 / 그린비 / 2009년 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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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평론 1953~1993
모리스 블랑쇼 지음, 고재정 옮김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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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밝힐 수 없는 공동체, 마주한 공동체
모리스 블랑쇼.장-뤽 낭시 지음, 박준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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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박규현 옮김 / 동문선 / 2003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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