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하는 중국>(길, 2006)에 이어서 중국 지식 엘리트들의 생각과 논쟁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마크 레너드의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돌베개, 2011). 아래 리뷰기사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중국 지식인 리포트'로도 읽어볼 만하겠다.

  

한겨레(11. 04. 28) 자유주의파-신좌파 나뉘어 중국 지식인 ‘중국 모델’ 논쟁

‘중국위협론’같이 세계 질서에 변화를 줄 새로운 체제로서 중국모델에 대한 논의는 주로 미국의 관료나 지식인들로부터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런 중국모델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주요2국가 체제가 주목받으며, 칼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하던 중국 지식인들의 사유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출간된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중국 최고지도부를 움직이는 지식엘리트들>(돌베개)은 중국모델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생각을 엮은 일종의 보고서와 같은 책이다. 중국 지식계의 사상적 조류는,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국 정부의 개혁·개방에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는 자유주의파와 시장 개혁을 지지하되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신자유주의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의 신좌파로 나눠볼 수 있다. 영국의 국제관계 전문가이자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인 마크 레너드는 왕후이, 아오양, 장웨이잉(위 사진), 위커핑(아래) 등 다양한 중국 지식인들과의 깊은 대화를 바탕으로 자유주의파와 신좌파의 논쟁 속에서 정립되고 있는 중국모델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지은이는 ‘황하 자본주의’, ‘협의형 독재정치’, ‘종합 국력’을 각각 경제, 정치, 국제관계 영역에서 중국모델을 말해주는 핵심어로 꼽는다. 황하 자본주의란 1990년대 개혁·개방 위주의 경제정책이 후진타오 주석이 말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으로 바뀌어가는 흐름과 관련이 있다. 곧 시장 경제를 추구하되 국가의 적극적 구실로 평등과 지역균형, 환경과 노동 문제 등 시장 경제의 폐해를 바로잡는다는 노선이다. 



이런 경제 노선은 정치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장에 대한 개입 등 국가의 적극적 구실을 뒷받침할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중국이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닌 협의형 독재정치 속에서 정당성을 찾고 있다고 보았다. 성공회대 토론회에서 왕후이가 ‘이론논쟁·노선투쟁 등이 기층 민중의 보편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조정 구실을 해왔다’고 말하는 맥락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는 보통 선거가 아닌 다양한 장치들을 개발해 공산당 일당통치 속에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주력한다는 풀이다.

종합 국력은 중국의 국제관계 전략이 반영된 개념이다. 지은이는 특히 중국이 소프트 파워와 다자주의에 주력하고 있는 데 주목한다. 국제 질서 속에서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내세우는 하드 파워와 달리, 소프트 파워는 문화·사상적 수단이나 국제기구에서의 합의 등에 근거한다. 또 중국은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을 중시하며, 다자주의적 방식으로 국제관계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중국모델이 지향하는 바를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라고 표현한다. 미국식 세계화가 추구하는 ‘평평한 세계’와 대립하며, 주권국가 스스로의 독립자주적 통치를 중시하는 개념이다. 이런 중국모델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 퍼져나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 지은이는 “냉전체제 뒤로 유럽과 미국은 중국모델이라는 새로운 대안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최원형 기자) 

11. 04. 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