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가득 쌓인 책을 약간 정리해서(다른 방으로 옮겨놓았다) 정면과 우측에 놓인 책상에 각각 한 뼘씩의 공간을 마련했다. 댓 권의 책을 펼쳐놓을 공간은 되는 셈이어서 마음도 그만큼 넓어진 듯하다. '여유' 공간이다. 당장 강의나 원고와 관련하여 읽어야 할 책들을 눈에 띄는 대로 앞쪽에 배치해 놓으니 무슨 전투대형 같기도 하다. 하긴 지식의 '사무라이'들은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이지('사무라이'는 크리스테바의 용어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5/23/cover150/8936410741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181/67/cover150/0816654476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26/50/cover150/8974188066_1.jpg)
몇가지 '전선'을 생각해보다가 '문학이론' 쪽부터 점검을 해보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창비)의 러시아어본을 들고 온 게 직접적인 계기이긴 한데, 한편으론 '20년 주기설'에 따라(인생은 20년 단위로 반복된다는 설이다. 내 생각이 그렇다) 다시금 읽어볼 때도 됐다는 생각에서다. 학부 때 문학세미나 교사를 하면서 최소한 네댓 번은 읽었던 책인데, 이미 그때 읽은 책은 찾을 수 없어서 최근에 다시 구입했다(2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
![](http://image.aladin.co.kr/product/831/1/cover150/8964450205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145/75/cover150/0465017746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295/60/cover150/1844673391_1.jpg)
국역본은 1986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산 건 2010년에 나온 22쇄다. 내친 김에 원서의 3판도 구했다(나는 초판 원서도 갖고 있다). 3판이라곤 돼 있지만 2008년에 나온 25주년 기념판이다. 1983년에 초판이 나왔고, 1996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며(이건 번역본이 따로 있다), 개정판과 이 3판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글턴의 기념판 서문이 더 붙었다. 아무튼 국내에서도 그렇고, 영어권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읽히는, 그러니 가장 성공적인 '문학이론 입문서'가 아닌가 싶다. 몇달 전에 나온 <이론 이후>(길, 2010)와 같이 읽으면 구색도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이론 이후>의 원서도 찾아봐야겠다). <문학이론 입문> 원서와 함께 대담집 <비평가의 임무>도 주문했는데, 이 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885/61/cover150/8974188112_3.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104/66/cover150/0816618631_1.jpg)
이글턴의 신간은 제임슨, 사이드와 3인 공저로 낸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인간사랑, 2011)이다. 정확하게는 아일랜드의 필드 데이 극단이 세 사람을 초청해서 개최한 강연회의 원고를 모아서 낸 책으로 '아일랜드와 모더니즘'이 적절한 부제일 거라고 역자는 말한다. 세 사람 모두 아알랜드의 작가/시인인 제임스 조이스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다루고 있다. 내친 김에 이글턴 자신이 '反자서전'이라고 부르는 회고록 <게이트키퍼(The Gatekeeper)>도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724/28/cover150/8973142186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132/39/cover150/1405151412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677/75/cover150/8930084311_2.jpg)
이글턴의 책으로 한권 더 챙긴 건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경성대출판부, 2010)이다. 이 또한 최근에 원서를 구했다. 같이 읽을 책으로 고른 건 러시아 문학자 리디야 긴즈부르크의 <서정시에 관하여>(나남출판, 2010). 시 이론서를 읽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403/79/cover150/8962283786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418/47/cover150/8962284251_1.jpg)
시론과 시이론으로 살짝 방향을 튼다면 후고 프리드리히의 <현대시의 구조>(지만지, 2009)도 읽을 거리다(오래전에 <현대시의 구조>(한길사, 1996)로 출간됐던 책이다. 나는 이 한길사판을 갖고 있는데 지금은 소재 불명). 지난달에 러시아에 가보니 러시아어본도 나와 있길래 다시금 떠올린 책이다(이왕이면 사들고 올 걸 그랬다). 권혁웅의 <시론>(문학동네, 2010)까지 곁들이면 '보들레르에서 21세기 한국시'까지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366/81/cover150/8974182769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719/53/cover150/0745645313_1.jpg)
거기에 더 보태면, 자크 랑시에르의 <문학의 정치>(인간사랑, 2009)가 있다. 최근에 영역본이 나와서 다시금 읽어보려는 책이다. 그리고 읽는 김에 <감성의 분할>(도서출판b, 2008)도 이번엔 완독해보려고 한다. 어지간한 지력과 지구력이 없다면 완독하기 어려운 책들이다. 이제, 문학이론과 관련하여 무엇이 남았을까.
![](http://image.aladin.co.kr/product/20/33/cover150/8937460092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879/64/cover150/8901116200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879/64/cover150/8901116219_1.jpg)
음,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 1998)도 다시 읽어봐겠다('1947년 작가의 상황'이 빠진 버전으로 20년쯤 전에 읽은 듯싶다). 러시아어본도 구해온 게 '자극'이 된다. 그리고 새로 나온 바흐친 선집들까지. 이 정도면 최소한 두달 이상은 버틸 수 있을 듯하다. 독서의 범위를 더 확장하는 건 중간시험 기간쯤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그맘때면 봄이 만개하겠군. 혹은 이른 더위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1. 03.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