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가득 쌓인 책을 약간 정리해서(다른 방으로 옮겨놓았다) 정면과 우측에 놓인 책상에 각각 한 뼘씩의 공간을 마련했다. 댓 권의 책을 펼쳐놓을 공간은 되는 셈이어서 마음도 그만큼 넓어진 듯하다. '여유' 공간이다. 당장 강의나 원고와 관련하여 읽어야 할 책들을 눈에 띄는 대로 앞쪽에 배치해 놓으니 무슨 전투대형 같기도 하다. 하긴 지식의 '사무라이'들은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이지('사무라이'는 크리스테바의 용어다).   

몇가지 '전선'을 생각해보다가 '문학이론' 쪽부터 점검을 해보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창비)의 러시아어본을 들고 온 게 직접적인 계기이긴 한데, 한편으론 '20년 주기설'에 따라(인생은 20년 단위로 반복된다는 설이다. 내 생각이 그렇다) 다시금 읽어볼 때도 됐다는 생각에서다. 학부 때 문학세미나 교사를 하면서 최소한 네댓 번은 읽었던 책인데, 이미 그때 읽은 책은 찾을 수 없어서 최근에 다시 구입했다(2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    

국역본은 1986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산 건 2010년에 나온 22쇄다. 내친 김에 원서의 3판도 구했다(나는 초판 원서도 갖고 있다). 3판이라곤 돼 있지만 2008년에 나온 25주년 기념판이다. 1983년에 초판이 나왔고, 1996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며(이건 번역본이 따로 있다), 개정판과 이 3판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글턴의 기념판 서문이 더 붙었다. 아무튼 국내에서도 그렇고, 영어권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읽히는, 그러니 가장 성공적인 '문학이론 입문서'가 아닌가 싶다. 몇달 전에 나온 <이론 이후>(길, 2010)와 같이 읽으면 구색도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이론 이후>의 원서도 찾아봐야겠다). <문학이론 입문> 원서와 함께 대담집 <비평가의 임무>도 주문했는데, 이 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글턴의 신간은 제임슨, 사이드와 3인 공저로 낸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인간사랑, 2011)이다. 정확하게는 아일랜드의 필드 데이 극단이 세 사람을 초청해서 개최한 강연회의 원고를 모아서 낸 책으로 '아일랜드와 모더니즘'이 적절한 부제일 거라고 역자는 말한다. 세 사람 모두 아알랜드의 작가/시인인 제임스 조이스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다루고 있다. 내친 김에 이글턴 자신이 '反자서전'이라고 부르는 회고록 <게이트키퍼(The Gatekeeper)>도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글턴의 책으로 한권 더 챙긴 건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경성대출판부, 2010)이다. 이 또한 최근에 원서를 구했다. 같이 읽을 책으로 고른 건 러시아 문학자 리디야 긴즈부르크의 <서정시에 관하여>(나남출판, 2010). 시 이론서를 읽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시론과 시이론으로 살짝 방향을 튼다면 후고 프리드리히의 <현대시의 구조>(지만지, 2009)도 읽을 거리다(오래전에 <현대시의 구조>(한길사, 1996)로 출간됐던 책이다. 나는 이 한길사판을 갖고 있는데 지금은 소재 불명). 지난달에 러시아에 가보니 러시아어본도 나와 있길래 다시금 떠올린 책이다(이왕이면 사들고 올 걸 그랬다). 권혁웅의 <시론>(문학동네, 2010)까지 곁들이면 '보들레르에서 21세기 한국시'까지다.  

 

거기에 더 보태면, 자크 랑시에르의 <문학의 정치>(인간사랑, 2009)가 있다. 최근에 영역본이 나와서 다시금 읽어보려는 책이다. 그리고 읽는 김에 <감성의 분할>(도서출판b, 2008)도 이번엔 완독해보려고 한다. 어지간한 지력과 지구력이 없다면 완독하기 어려운 책들이다. 이제, 문학이론과 관련하여 무엇이 남았을까.   

음,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 1998)도 다시 읽어봐겠다('1947년 작가의 상황'이 빠진 버전으로 20년쯤 전에 읽은 듯싶다). 러시아어본도 구해온 게 '자극'이 된다. 그리고 새로 나온 바흐친 선집들까지. 이 정도면 최소한 두달 이상은 버틸 수 있을 듯하다. 독서의 범위를 더 확장하는 건 중간시험 기간쯤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그맘때면 봄이 만개하겠군. 혹은 이른 더위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1.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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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0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간이 들러 눈팅만 하는데 오늘은 응원의 댓글 남겨봅니다.
소리없이 다녀가는 수많은 블로거들에게 도움을 주는 분이니까요.^^
이젠 제대로 봄이지요~~~~~~ 어제 양지쪽에서 발견한 봄까치꽃이 반가웠어요.

로쟈 2011-03-06 16: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직 아침저녁은 쌀쌀하지만 봄은 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