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겨레21의 '2001~2010년의 출판 키워드 10+'에서 '블로그 글쓰기' 꼭지를 옮겨놓는다. 10가지 키워드의 목록은 ① 상업주의 ②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③ 소설 인터넷 연재 ④ 도서정가제 ⑤ 무비·스타 킬즈 북 ⑥ 청소년 도서 시장의 발견 ⑦ 1천만 부 어린이 책 ⑧ 위험한 인문학 시장 ⑨ 블로그적 글쓰기 ⑩ 사라지는 20대 등이며 전체 기사는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8766.html 참조. '블로그 글쓰기'만을 특별히 옮겨놓는 것은 물론 '로쟈'가 언급된 때문인데, 처음엔 나에게 집필 의뢰가 들어왔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이유로 사양했다. 그리고 애초에 '새로운 글쓰기 장르'로서 블로그 글쓰기에 주목한 이는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이기에 그에게 바톤이 돌아간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겨레21(11. 01. 07) 먼저 블로그에서 ‘통’하다 

지난 10년간 한국 출판계에서 급부상한 현상 중 주목할 만한 것을 꼽으라면 ‘블로그 글쓰기’일 것이다. 처음에 블로그는 개인의 일상사를 풀어놓는 일기장과 용도가 비슷했지만, 제도언론에 대한 불신과 인터넷 공론문화의 발달이 맞물리면서 ‘1인 매체’로 신속하게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 ‘파워블로거’ 중 단연 돋보이는 이가 바로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현우라고 할 수 있다. 이현우가 주도한 것은 ‘블로그형 글쓰기’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었다. 이런 글쓰기 유형은 1990년대를 대표한 ‘게시판 글쓰기’와 확연하게 다른 것이었다. ‘밀어올리기’나 ‘도배’ 같은 용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게시판 글쓰기가 경쟁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고 알리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 블로그 글쓰기는 일정한 주제의식을 갖고 특정한 독자 집단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다소 개인 주도의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주인장’이 관할하는 공간으로서 블로그는 게시판에 비해 훨씬 사적인 곳으로 받아들여지고, 방문자들도 이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넘어간다는 점에서 게시판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가독성 측면에서 블로그는 스타일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화체나 구술체가 각광받은 것도 손꼽을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글쓰기의 변화는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변화한 만화 장르의 변화에 비길 만한 일이다. 웹툰의 등장으로 만화는 책이라는 매체로 묶이던 얌전한 방식을 벗어나서 ‘스크롤’이라는 새로운 동적인 의미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블로그나 게시판을 막론하고 인터넷 글쓰기는 내려 읽어가는 방식으로 글읽기가 진행되는 효과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 블로그는 이런 효과에 더 충실하다는 이점이 있다.  


매체 형식이 곧 글의 내용을 바꾸는 ‘당구공 효과’를 우리는 지난 10년간 출판계에서 목격해왔다. 이 과정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만나고 댓글로 의견을 교환한 뒤에 책으로 묶인다는 점에서 기존 출판과 다른 제작 공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로쟈를 비롯해서 미네르바, 파란여우, 박가분이 모두 블로그나 게시판에 먼저 발표한 글들을 책으로 묶어낸 대표적인 블로거들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작가로서 자신을 정립하는 과정을 겪는다. 과거처럼 직접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현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출판사 기획자들도 유명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을 관찰하다가 좋은 원고나 생각이다 싶으면 출판을 제의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일정하게 독자의 검증을 거쳤다는 의식도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렇게 블로그에선 괜찮았는데 막상 책으로 묶으니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블로그 글쓰기와 전통적인 글쓰기가 조화롭게 만나도록 하는 일이 또 다른 출판의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이택광 문화평론가) 

11.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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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슬로울리 2011-01-0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갑자기 궁금해서 그런건데
로쟈님의 정치적 이상은 '사회주의' 에요?
아, 요즘같이 뒤숭숭한 시대에 이런 질문은 너무 '불온'한가요?ㅋㅋㅋ

로쟈 2011-01-05 23:30   좋아요 0 | URL
'공유주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