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심도서' 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0)와 함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려주는 또 다른 책은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사이언스북스, 2010)다. 이른바 '사회물리학' 입문서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관련서로는 필립 볼의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까치, 2008)가 있다. 일간지 리뷰 가운데 두 편을 스크랩해놓는다. 매일경제의 소개는 책의 서문을 정리해주고 있고, 중앙일보는 전문가 리뷰를 싣고 있다.  

  

매일경제(10. 11. 27) 사회속에 숨어있는 물리학법칙 찾아라

1970년대 미국 대도시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거주 지역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었다. 흑인들은 도심 지역에 고립된 채 빈곤에 허덕였고, 백인들은 부유한 교외에 살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인종 분리가 인종차별주의의 영향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은 이 문제의 원인이 '차별'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셸링의 연구 결과 다른 인종과 잘 섞여지내는 사람들도 자신이 외로운 원자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고 있었다. 차별이 아닌 다른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인종 분리의 이면에는 개개인 생각보다 더 강력한 어떤 힘이 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의 연구는 특이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우선 그는 체스판에 흰 동전과 검은 동전을 무작위로 배열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종주의자여서 이웃에 다른 인종이 하나라도 있으면 이사를 한다'는 규칙 하에 동전들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때는 당연히 인종간 분리가 아주 빠르게 일어났다.

그는 다시 흰 동전과 검은 동전을 무작위로 배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람들은 다른 인종들과 잘 어울리지만, 주변에 다른 인종만 가득한 곳에서 혼자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규칙을 세웠다. 실험 결과 이번에도 동전들이 완전히 흑과 백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71년 발표된 이 논문은 '사회 전체의 결과는 특정한 사람들의 욕망이나 의도, 습관이나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인간 세계에는 구성원의 심리보다 더 강력한 어떤 '법칙'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원자'는 사회를 하나의 물체로, 인간은 그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원자로 이해하면서 배후에 숨어 있는 패턴이나 수학적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편집자로 일한 바 있는 이론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 그는 인종주의, 민족 학살, 주식시장의 주가 변동, 헛소문과 루머의 확산 등 온갖 사회 과학적 사례를 물리학적인 방법으로 깔끔하게 설명해 낸다.

인간 세상에는 철학, 인문학, 사회학, 경제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는 여기에 '과학'이라는 또 다른 렌즈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정아영 기자)   

중앙일보(10. 11 27) 사회 물리학 … 모방·적응·기회주의자 …

신간 『사회적 원자(The Social Atom)』는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마치 자연을 이해하듯 과학적 방법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사회 물리학(social physics)’의 야심찬 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회 물리학은 사회를 하나의 물체로, 그리고 인간을 그 사회를 이루는 ‘원자’로 이해하려는 학제간 연구 분야이다. 부의 불평등, 인종분리, 금융 시장의 등락 등 전통적 사회과학이 못푼 인간 사회의 문제를 물리학 방법론으로 대신 풀어보겠다는 시도다.

이론물리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저자 마크 뷰캐넌은 이 책을 “부, 권력과 정치, 계급 사이의 증오, 인종 분리에 대한 책”이라고 정의한다. 인간 사회의 문제가 복잡한 이유를 인간 자체의 복잡성에서 찾는 기존의 사회과학적 관점을 저자는 거부한다. 자연과 인간세계에 대한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인간은 그리 복잡하지도 자연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특히 집단행동의 경우 자연과 인간을 구분짓는 기존의 관점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물리학의 연원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대도시에서 흑백 인종분리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 당연히 인종주의 탓으로 돌려지곤 했다. 그런데 1971년 하버드대 경제학자 토머스 셀링은 ‘극단적인 소수를 꺼리는 성향’을 규칙화하여 체스판 위에 인공 사회를 구현해 보았다. 그 결과 아무도 바라지 않더라도 잘 섞여있던 사회가, 마치 물과 기름이 분리되듯이, 인종분리로 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체스게임은 사회 집단이 각 개인의 욕망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줄곧 인용된다.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셀링의 선구적 연구 이후 주가의 등락, 교통의 흐름, 패션의 유행, 집단적 히스테리 등 사회과학의 고전적 주제들을 인간의 집단 행동을 통해 설명하려는 사회물리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크 뷰캐넌은 “인간은 부화뇌동하는 동물이다. 펭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정보가 부족하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한다. 펭귄들이 한 마리가 먼저 들어가 아무 일 없으면 그때서야 물에 몸을 던지듯이. 인간은 과연 펭귄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 『사회적 원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물질 세계의 원자가 작동하는 방식과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사는 방식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자는 어떤 합리적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지만 정교한 열역학의 법칙을 만들어 낸다. 인간도 각자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총합인 사회의 집단적 행동은 예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 집단을 움직이는 패턴 혹은 법칙을 찾아내려 시도한다. 한 원자가 다른 원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인간은 분명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집단 속에서 그리 자유롭지만은 않다. 저자가 볼 때, 인간은 마치 펭귄과 같이 무리를 지어 살면서 서로를 모방하고, 적응하며 산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은 이성적인 계산기가 아니다. 상황에 적응하는 기회주의자이다.”

물론,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물리 방정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너무나 복잡하다”는 불가지론적 인간과학 관점이나 “인간은 합리적 선택 가설에 근거한 이성적인 존재”로 보는 고전경제학과 출발점을 달리한다. 자연 현상을 잘 설명해낸 자연 과학의 방법과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인간 사회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제안한다.

책에는 복잡계 이론, 네트워크과학, 신경 과학, 행동 경제학, 진화 심리학 등 최신 과학 방법론도 소개된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 전문지식이 없이도 인간과 사회 집단과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앞으로 사회물리학이 펼쳐갈 미래가 어떤 모습을 가질 지, 과연 인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김승환 포항공대 교수_물리학) 

10.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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