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의 <바이오필리아>(사이언스북스, 2010)에 실린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생명도 알아야 사랑한다')를 읽다가 멸종된 '황금두꺼비'가 궁금해 찾아봤다. 최교수가 코스타리카 고산지대에서 아스텍개미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하던 시절 보았다는 두꺼비다.  

어느 날 밤 숲속에서 나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오렌지색의 황금두꺼비를 보았다. 어른 한 사람이 제대로 들어앉기도 비좁을 정도의 물웅덩이에 언뜻 세어 봐도 족히 스무 마리는 넘을 듯한 수컷 두꺼비들이 마치 우리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선녀들처럼 멱을 감고 있었다. 그들에게 방해가 될까 두려워 숨소리마저 죽인 채 나무 뒤에 숨어 그들을 관찰하는 내 모습은 영락없는 나무꾼이었다. 다만 그들이 수컷 선녀들이란 게 아쉬울 뿐이었다. 그들은 고혹적인 몸매를 뽐내려는 듯 다리를 길게 뻗기도 하고 물웅덩이에 첨벙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도 했다. 그 해 1986년 나는 그들을 딱 두 번 보았고 그게 내가 그들을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생긴 두꺼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60년내 중반에 처음 이들을 발견한 미국의 양서파충류학자는 "온몸이 거의 형광에 가까운 오렌지색으로 뒤덮인 작고 섬세한 두꺼비를 보고 누군가가 그 두꺼비를 통째로 오렌지색 에나멜 페인트 통에 담갔다 꺼낸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을 과학자들이 마지막으로 본 게 1989년 5월 15일이고, 국제자연보호연맹은 2004년 그들이 완전히 절멸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이 황금두꺼비 이야기는 최 교수의 에세이집 <열대예찬>에도 나온다고 하므로("이럴 줄 알았으면 그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라도 한두 개 숨겨 둘 걸"이란 한탄을 적어놓았다) 나도 한번 읽었을 텐데, 잊고 있었다. 생명사랑을 주제로 한 책의 서두에서 다시 읽게 되니까 느낌이 또 다르다. 지구상에서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두꺼비라니!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환경 파괴가 지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현존 동식물의 2퍼센트가 절멸하거나 조기 절멸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금 세기말에는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들의 빈 자리를 아마도 늘어만 가는 '인구'가 채울 것이다. 쓰레기들과 함께. 생명사랑에는 동의하지만, 인간사랑에는 조금 머뭇거리게 되는 일요일 밤이다... 

10.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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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7 2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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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0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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