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라캉학파

'지젝 읽기'를 연재하다 보니 여느 때보다도 더 자주 '지젝'에 관해 검색해보게 되는데, 지젝이 편집한 <사랑의 대상으로서 시선과 목소리>(인간사랑, 2010)가 출간됐다. 그의 두 번째 아내였던 레나타 살레츨과 같이 편집 책임을 맡은 SIC시리즈의 첫 권으로 나왔던 책이다. 원저는 1996년에 나왔으니까 상당히 '오래된' 책이다.   

라캉주의 연구서라고 분류할 수 있을 텐데, 전체 8편의 논문 가운데 지젝과 그의 동료 돌라르가 두 편씩 싣고 있기에 필자는 모두 6명이고, 엘리자베스 브론펜(취리히대)와 프레드릭 제임슨(듀크대)을 빼면 모두 '슬로베니아 라캉학파'의 구성원들이다(이 시리즈가 듀크대학에서 나오는 건 제임슨이 힘을 쓴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목차는 이렇다.  

1부 시선 목소리
1. 대상 목소리. 믈라덴 돌라르
2. 철학자의 맹인벽. 알렌카 주판치치
3. 죽이는 시선, 시선 안에서 죽이기: 마이클 파웰의<피핑 톰>. 엘리자베트 브론펜
4. "나는 눈으로 너를 듣는다"; 또는 보이지 않는 주인. 슬라보예 지젝

2부 사랑의 대상들
5. 첫눈에. 믈라덴 돌라르
6. 서구 주체성의 성적 생산, 혹은 사회민주주의자로서의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하여. 프레드릭 제임슨
7. 당신을 포기하지 않고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레나타 살레츨
8. “성적인 관계는 없다” 슬라보예 지젝  

러시아에서는 '류블랴나학파'라고도 부르는 '슬로베니아 라캉학파'는 처음 지젝과 돌라르, 두 사람이 만든 '슬로베니아 이론정신분석학회'를 맹아로 한다. 한 대담에서 밝힌 것이지만, 기존의 '정신분석학회'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앞에다 '이론'을 덧붙였다. 국내에는 도서출판b를 통해서 '총서'가 나오기도 한 이 학파 멤버들의 책을 내친 김에 나열해 본다. 공통적인 건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새물결, 2001)으로 원래는 슬로베니아어판으로 나왔던 책이다. 나중에 서구 이론가 3명이 가세하여 재편집된 영어판으로 다시 나왔고, 이들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지젝이 이론정신분석학회의 회장을 할 때 부회장을 한 믈라덴 돌라르(회원은 사실 둘 뿐이었다!)의 책으론 지젝과의 공저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민음사, 2010)이 나와 있다. 지젝이 바그너, 돌라르가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각각 맡아 쓴 책이다. 돌라르의 다른 책으론 <목소리뿐(A Voice and nothing more)>(2006)이 영어본으로 나와 있다.   

 

알렌카 주판치치의 책으론 공저로 <성관계는 없다>(도서출판b, 2005) 외, 칸트와 라캉을 다룬 <실재의 윤리>(도서출판b, 2004), 니체 연구서 <정오의 그림자>(도서출판b, 2005) 등이 소개돼 있다.  

 

그리고 살레츨의 책으론 <사랑과 증오의 도착들>(도서출판b, 2003)이 소개돼 있는데('살레클'로 처음 표기됐지만 이후엔 '살레츨'로 표기한다), 그녀가 편집한 <성구분>, 그리고 저서로 <불안에 대하여> 등이 더 소개됨직하다. <암흑지점>(도서출판b, 2004)의 저자 미란 보조비치가 그밖의 멤버이지만 <사랑의 대상으로서 시선과 목소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책은 내일쯤 구해서 읽어볼 참이다... 

10. 08. 15. 

 

P.S. 테리 이글턴의 서평집 <반대자의 초상>(이매진, 2010)에는 1997년에 쓰여진 지젝에 관한 서평('즐겨라!')도 들어 있는데, 그가 동구권 출신이란 점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이런 부분이 나온다. 

"지젝은 루블랴나(*류블랴나)의 라캉주의자라는 거대 권력 집단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슬로베니아에 강력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닌 인물이다."(312쪽)

사소하긴 하지만, 류블랴나의 라캉주의 그룹을 '거대 권력집단'이라고 칭한 건 오류이다(앞에서 지적한 대로 처음엔 회원 둘인 학회였다!). "a high-powered circle of Ljubljana Lacanians'를 그렇게 옮긴 것인데, 나라면 '뛰어난 역량을 지닌 류블랴나 라캉주의 그룹'이라고 옮기고 싶다. 실제로 구성원들이 모두 뛰어난 역량을 지닌 철학자에다 정신분석가들이다. 다른 대목의 번역은 무난하므로 '옥에티'라고 해야겠다('폐제(foreclosure)'를 '압류'라고 옮긴 것도 실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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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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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0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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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으리랏다 2010-08-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이매진에서 일하고 있는 최대연이라고 합니다. 몇 개월 전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번역 관련한 강연하실 때 잠시 만나뵌 적이 있는데.. 기억하실런지요. 지적해주신 부분, 감사합니다. 다음 2쇄를 찍을 때 수정하겠습니다. 다음 주, 텍스트에서 주최하는 대담 때 가볼 생각인데, 그날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dy0283@naver.com

2010-08-17 1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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